미래모임 공동대표였던 金, 같은 도지사인 安 띄운 것은 결국 南 자찬
  • ▲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2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야권의 대권 주자 중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보다는 김부겸 의원이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훨씬 위협적일 수 있다고 평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2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야권의 대권 주자 중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보다는 김부겸 의원이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훨씬 위협적일 수 있다고 평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보다는 김부겸 의원이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훨씬 여권에 위협적인 야권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남경필 지사는 2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가장 위협적인 야권 주자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야권의 대세라고 하는 문재인 전 대표를 우여곡절 끝에 김부겸·안희정이 꺾었다고 하면 막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토론회는 관훈클럽이 주관하는 광역자치단체장 연속 초청 토론회의 첫 번째 순서로 열렸다. 이 연속 토론회의 초청 대상은 여권의 남경필 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야권의 안희정 지사와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네 명이다. 전국에 17명의 시·도지사가 있는데 네 명만 초청 대상인 것은 이들이 잠재적 대권 주자라는 것이 고려됐다는 평이다.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 자격으로 관훈토론에 초청된 남경필 지사가 내년 12월 대선에서 맞붙을 야권 주자로 문재인 전 대표가 아닌 김부겸 의원·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위협적이라고 평가한 것은 이채로운 일이라는 지적이다.

    이유에 대해 남경필 지사는 "김부겸 의원은 여야를 넘어 포용하는 정치를 해왔다"며 "농담으로 '(김부겸)형이 집권하면 나 (남경필)도 들어가겠다'고 할 정도로 유연성과 포용력을 갖고 있는 정치지도자"라고 극찬했다.

    안희정 지사를 향해서는 "굉장히 폭이 좁다고 알려진 친노(親盧)에서 적자(適子)라는 표현을 듣는데도 굉장히 유연하다"며 "광역단체장으로서 훌륭한 경험을 한 것도 큰 장점"이라고 추어올렸다.

    안희정 지사를 격찬하면서도 친노에 대해서는 '굉장히 폭이 좁다'고 표현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친노·친문패권세력과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내비쳤다.

    패널로 나온 임석규 〈한겨레신문〉 총괄기획에디터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큰 야권 후보가 누구냐고 다그쳐묻자 남경필 지사는 "나는 잘 모르겠는데 (언론사) 국장들이 다들 문재인 후보라더라"고 시큰둥하게 답하더니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해봐야 안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경필 지사가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우리 사회의 극단에 위치하고 포용력과 유연성이 부족한 것으로 악명 높은 친노·친문패권세력은 막상 대선 본선에서는 표의 확장성이 없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래문(이래도 저래도 문재인)'이라는 소리가 가득하다. 8·27 전당대회에서 친노·친문세력이 당권을 손아귀에 넣음에 따라 '문재인 전 대표가 가장 빨리 대선 후보의 자리를 확정지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급기야 추미애 대표가 지난 18일 경기도 광주의 해공 신익희 선생 생가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정해졌다는 말은) 이상하다"며 "아직 경선 준비조차 안 했는데 확정됐다는 말이 어디 있느냐"고 급거 해명까지 했지만, 오히려 당대표가 이렇게 공개 해명해야 할 정도라는 게 '이래문'은 엄연한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남경필 지사 또한 이를 듣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런데도 굳이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해봐야 안다"고 일축하고, 김부겸 의원과 안희정 지사를 높이 평가한 것은, 이를 통해 여권 주자 중 선두로 부각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항하는 자신을 빗대어 높이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부겸 의원은 여권에 몸담았던 시절, 남경필 의원과 함께 소장·개혁파로 활동했다. 지난 2000년 1월,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쇄신모임 '미래연대'가 발족할 때 대표를 남경필 지사와 김부겸 의원이 공동으로 맡았다. 김부겸 의원이 유연한 정치 행보를 펼쳤다는 것은 현재의 당적(黨籍)만 다를 뿐 자신도 그랬다는 어필이 된다.

    안희정 지사는 친노인데도 굳이 '다르다'고 평하면서 특히 광역단체장의 경력을 높이 산 것은 남경필 지사 자신이 전국 최대의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의 지사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남경필 지사는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 "공직사회를 어떻게 혁신으로 이끌어가느냐는 광역단체장을 해보지 않으면 어렵다"며 "국민이 바닥에서 고생하는 문제를 피부로 경험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은 광역단체장만의 장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권의 대권 주자 중 김부겸 의원을 그간의 정치 행적, 안희정 지사를 단체장이라는 이유로 각각 띄웠다면 이는 남경필 지사 자신을 결국 부각하려는 언행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문재인 전 대표는 유연성이 부족해 지지층 확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본선 경쟁력에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됐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