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처·가스안전공사 가스부실관리 합동감찰, 관리 소홀히 한 현장 53곳 적발
  • ▲ 국민안전처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남양주 사고 이후 합동으로 전국 가스안전관리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하철 공사장, 대형공사장, 병원 등 가스 안전에 소홀한 곳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안전처
    ▲ 국민안전처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남양주 사고 이후 합동으로 전국 가스안전관리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하철 공사장, 대형공사장, 병원 등 가스 안전에 소홀한 곳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안전처


    지난 6월 1일, 경기 남양주의 지하철 공사장에서 가스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4명의 사망자를 포함,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은 LPG가스 누출이었다. 사고 전날 작업에 쓰였던 가스통과 산소통을 규정에 따라 별도 보관 장소에 두지 않고, 현장에 그대로 방치해 일어난 사고였다.

    국민안전처와 한국가스안전공사는 남양주 가스폭발 사고 이후 전국 주요 공사장의 가스안전관리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지하철 공사장, 대형 공사장, 병원 등에서 가스 안전관리에 소홀한 곳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조사팀이 전국 지하철공사장 11개소, 대형공사장 3개소, 병·의원 13개소, 가스 충전·판매소 16개소 등 모두 53곳의 가스 사용 현장을 점검한 결과 36건의 규정위반을 적발했다고 한다. 

    안전처 관계자는 "감찰 결과 관리가 미진하거나 형식적으로 이뤄진 곳이 많았다"고 전했다. 

    합동조사팀에 적발된 곳 가운데 서울 지하철 9호선, 김포 지하철 건설 현장에서는 여전히 가연성 가스와 산소통을 혼합 보관하고 있었다. 요즘처럼 무더위로 열이 쌓이는 환경에서는 폭발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일부 현장에서는 재검사 기한이 7개월 지난 가스 용기를 사용하다 적발되기도 했다고 한다.

    대형 공사장 13곳은 특정 고압 가스를 신고도 하지 않고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 고압가스 사용 시 반드시 배치해야 하는 안전관리자도 없었다. 절단 가능성이 높은 가스 호스를 방치하거나, 손상된 호스를 청테이프로 붙여 사용하던 공사장도 적발됐다. 

    의료 현장의 가스 안전 실태도 심각했다고 한다. 의료용 특정 고압가스 사용 신고를 하지 않고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병·의원도 13곳이나 됐다.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받지 않고 의료용 산소를 쓰는 병·의원도 66곳에 달했다. 

    안전처는 병원에 불법적 고압가스를 판매한 업체 5곳을 적발하고, 재검사 기한이 지난 용기를 사용하고 판매하거나, 안전 보호 캡을 미부착한 곳, 허가품목 외 무허가 판매를 한 가스 공급자도 다수도 적발했다고 밝혔다. 

    안전처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 만연한 가스 안전 불감증 뒤에는 관련 공무원들의 업무태만이 있었다고 한다. 불법적 의약품 도매상을 허가해주고 가스 판매 업자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것도 공무원들의 책임이었다.

    안전처는 이번 감찰에 적발된 36건의 시공자·감리자·가스공급업자에 대해 관할 지자체에서 고발·영업정지·벌점·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하도록 요청하고, 관리·감독 업무를 소홀히 한 관련 공무원 9명에 대해서는 소속 기관장에게 징계 처분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안전처는 또한 가스 안전 부실 관리를 방치한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 관할 지자체 등 관계 부처에 대해서도 안전 점검 계획과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하지만 건설 업체,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전처가 업무태만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소속 기관장에게 요구해도 '주의' 조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실효성 없다는 뜻이다. 

    업체에 대한 처벌도 패널티를 부과하거나 소액의 과태료가 부과될 뿐 '영업 정지' 같은 강력한 제재는 없다고 한다. 

    이 같은 우려에 안전처 관계자는 “가스안전 불감증에 대한 감찰 결과를 관계부처와 모든 지자체에 전파하고, 지속적 모니터링과 지자체·공공기관 등 책임 기관의 안전관리업무에 대한 예방감찰로 가스 안전사고를 적극 예방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