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사랑정신 잊지않고 이어가겠습다!”
  • ▲ 왼쪽부터 3학년 배민혁, 조예은, 이승희, 박소혜 학생이          박구현 참전용사 댁을 방문하여 인터뷰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국방부
    ▲ 왼쪽부터 3학년 배민혁, 조예은, 이승희, 박소혜 학생이 박구현 참전용사 댁을 방문하여 인터뷰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국방부

    군인자녀 기숙형 고등학교인 한민고 학생들이 6월 호국보훈의 달에 맞춰 학교 인근 지역의 625전쟁 참전용사를 찾아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 자서전을 대필해 책으로 발간했다.

    20일 국방부에 따르면 한민고 김형중 부장선생님의 지도아래 3학년 김려원 학생 등 18명의 한민고 학생들이 대학입시를 앞둔 고3임에도 불구하고 공부만 하기에도 모자라는 시간을 쪼개서 추진한 “6.25 참전용사 자서전 제작 프로젝트 I”의 결과다.

    이번 프로젝트는 6.25 참전용사들의 자서전을 제작해 보자라는 취지에서 작년 6월에 기획되었다. 한민고는 해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이면 학교 인근의 참전용사를 초청해 그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를 해왔다.

    그러던 중 해가 갈수록 생존해 계신 참전용사들의 수가 줄어드는 것을 보고 학생들은 더 늦기 전에 이들의 나라사랑정신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방안으로 참전용사들의 자서전을 대신 만들어 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호응을 얻었고, 곧바로 교내에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할 희망자를 모집했다.

    놀랍게도 공지 하루 만에 6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가신청을 했고 그 중 18명이 최종 선정되어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 진행에 앞서 학생들은 625전쟁과 관련된 사료들은 물론, 관련 영화와 소설 등을 함께 보고 토론하면서 6.25전쟁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그러면서 질문지를 준비하고, 녹음과 녹취 연습도 병행했다.

    인터뷰를 실시할 참전용사는 학교 인근 마을의 이장님들께 의뢰하였다. 총 다섯 분을 추천받았으나 프로젝트 초반에 한 분이 노환으로 요양원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최종 네 분을 대상으로 자서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두 달여에 걸쳐 매주 일요일마다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참전용사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인터뷰 시간은 2시간을 넘지 않았다. 처음 참전용사들은 ‘내가 할 말이 뭐가 있겠어’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마치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하듯이 그날을 회상하며 2시간 내내 말을 이어갔다고 한다. 

    인터뷰를 실시한 학생들은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고 전우들을 떠나보낸 순간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던 참전용사들의 모습을 보고, 지극히 힘들고 치열했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어느 소설과 영화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학생들이 가장 우려했던 점은 하루하루 달라지는 참전용사 할아버지들의 건강이었다. 어떤 날은 컨디션이 안 좋아 누워서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반드시 건강을 되찾아서 인터뷰를 끝까지 할테니, 자서전을 꼭 마무리해 달라’는 당부 말씀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자서전은 성공적으로 완성 되었으나, 끝내 한 분은 건강 악화로 요양원에 입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발간된 자서전에는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젊은 시절 사진, 인터뷰를 요청한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 자서전 제작에 참여한 학생들의 소감문을 같이 수록해 그 의미를 더했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윤채빈 학생(3학년)은 “비록 네 분의 자서전이기는 하지만, 진심으로 담고 싶었던 것은 이 네 분을 넘어 6.25전쟁을 겪어내신 모든 분들에 대한 헌사였다.”라고 말했다. 한바다 학생(3학년)은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나라사랑 정신을 잇기 위해 그들의 삶을 결코 잊지 않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프로젝트를 지도한 김형중 부장교사는 “6.25전쟁을 몸으로 직접 전쟁을 겪으신 참전용사들이 한 분, 두 분 유명을 달리하는 이 시대에 그들의 희생과 헌신의 삶을 글로 남기는 일은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다”면서, “학생들의 주도로 자서전이 완성되어 매우 뜻 깊게 생각하며, 이번 프로젝트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