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 "과감한 구조조정 없으면 산업 미래 없어" 화합 통한 극복 제시
  • ▲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제20대 국회 개원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원 연설을 마치고 정세균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제20대 국회 개원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원 연설을 마치고 정세균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2000년 16대 국회 이후 16년 만에 도래한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다.

    20대 국회는 야당의 의석수(더불어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가 새누리당(122석)에 비해 훨씬 많다. 정부가 법안 하나하나를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13일 오전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원식이 열렸다. 20대 국회 임기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법적 임기는 지난 5월 30일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원(院) 구성 협상이 지연된 탓에 뒤늦은 출발선상에 섰다.

    개원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20대 국회의 시작을 축하하고 국정운영을 위한 협력과 역할을 당부했다.

    뒤바뀐 정치지형에 따른 새로운 현실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할 이성적인 방법을 찾는 모습이다.

    여느 때처럼 정치권을 겨냥한 날카로운 비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박 대통령은 개원 연설 내내 화합(和合)과 협치(協治)를 강조했다.

    더이상의 파행을 피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국회에서 시작된 극한의 대립,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대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노동개혁은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청년들의 일자리가 걸린 문제다. 조선과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국가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곪아터진 환부를 과감하게 도려내야 하는 타이밍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러한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국회와 손을 잡는 방법을 택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원사가 끝난 오전 10시 25분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연분홍색 재킷을 입은 박 대통령은 중앙통로를 이용해 연단으로 이동했다.

    연설의 시작은 협치(協治), 마무리는 당부(當付)였다.

    전제에는 대한민국이 처한 경제위기가 깔려 있었다.

    "앞으로 3당 대표와의 회담을 정례화하고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국회를 존중하며 국민과 함께 선진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마련하겠습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제20대 국회 개원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원 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제20대 국회 개원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원 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마이크를 잡은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20대 국회에 바라는 게 화합과 협치였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20대 국회가 국정의 한 축을 든든히 받쳐달라고 당부했다.

    "20대 국회에서는 민생 직결 법안들이 좀 더 일찍 통과돼 국민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거듭 도움을 청했다.

    초당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새로 출발하는 20대 국회가 힘을 합쳐달라라는 메시지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의 협조 없이는 국정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진솔하게 협조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국회 개원 연설의 상당 부분을 경제 문제에 할애했다.

    지금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위기의 심각성을 누차 강조했다.

    세계경제 부진과 저유가 지속에 따른 구조조정의 불가피함을 언급하면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노동개혁을 강조했다. "이제 비대해진 인력과 설비 등 몸집을 줄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삭감하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으면 해당 기업은 물론 우리 산업 전체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또한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문제를 언급한 박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실업자들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재취업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며 19대 국회에서 무산된 노동 관련법 처리를 촉구했다.

    규제개혁에 대해선 "신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 경제를 선진경제로 도약시키기 위한 핵심열쇠는 규제개혁"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저기서 한국 경제 위기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5%에 그쳤고, 수술을 해야 할 병든 기업이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규제개혁 모두 정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도움이 절실히 바라고 있다. "20대 국회가 국민의 간절함을 꼭 들어주셔서 우리 앞에 놓인 소중한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란다"고 거듭 당부한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대북(對北) 관계와 외교적 문제를 다시 한 번 거론하기도 했다. 현재의 대북압박 외교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기조를 거듭 확인한 자리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는 결국 의지의 싸움으로 모든 외교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박 대통령은 '취임사는 꿈으로 쓰고 퇴임사는 발자취로 쓴다'는 구절을 인용해 말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시기에 개원한 20대 국회가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서 정부와 함께 힘을 모아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고 존중받는 진정한 민의의 전당으로 자리매김 해주길 바랍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제20대 국회 개원 연설을 마치고 여야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제20대 국회 개원 연설을 마치고 여야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회 개원 연설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장 접견실을 찾아 18분 간 여야 지도부와 환담을 나눴다.

    의외로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오전 10시 58분쯤 정세균 국회의장과 함께 접견실에 입장한 박 대통령은 입구에서 가까이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박주선 심재철 국회부의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대표,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오직 국민을 위한다는 기준 앞에서는 국회나 정부가 가는 길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으로 국회와 더욱 많이 대화하고 소통해 나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해 있는 수많은 문제들이 대부분이 참 복잡하고, 또 힘든 그런 문제들입니다. 그러나 오직 국민을 위한다는 그런 기준 앞에서는 국회나 정부가 가는 길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것들이 시대적 과제일 수 있는데, 이 시대적 과제들을 함께 잘 이렇게 풀어가면서 우리나라가 다시 재도약할 수 있는 그런 튼튼한 기반을 잘 만들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국회와 더욱 많이 대화하고 소통해나갈 예정인데, 국회 여러분들께서도 앞으로 많이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함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세균 의장은 "해외 순방으로 많이 힘드실 텐데 그래도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어 "해외 순방을 통해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저희가 접하고 있어 감사하고 그런 성과가 우리 경제에 활력을 주고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국회가 함께 할 일이 있으면 적극 도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의장은 "박 대통령님이 국회를 제일 많이 찾아주셨다"고 평가한 뒤, 국회와의 협력을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어 비공개로 참석자들과 대화했다. 환담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로부터 배웅을 받으며 국회를 나왔다.

    박 대통령은 국회 본관 정현문 앞에서 정세균 의장과 두 손을 잡고 목례로 인사했다. 다른 참석자들과도 웃으며 인사하고 헤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날 발언들을 놓고 야당과 맞서왔던 과거 스타일에서 벗어나 국회와의 화합에 방점을 뒀다는 점에서 협치(協治)의 기대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3당 대표 회동의 분기별 정례화 방침을 재확인하고, 야당도 국정운영의 파트너라는 점을 새삼 확인했다.

    과거 19대 국회를 강도높게 비판하며 격정을 토로했던 것과는 달리 설득(說得)에 포인트를 둔 톤다운 화법이 눈에 띄었다.

    늘상 박 대통령을 비난하던 야당도 이날만큼은 국회와의 협치나 소통의 필요성을 언급한 부분에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러한 변화는 개원연설 뒤 이어진 여야 지도부와의 환담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협치'의 상징으로 이날 오후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새로 선출된 국회 상임위원장 18명 전원에게 축하 난(蘭)을 전달했다. 대통령이 국회 상임위원장 모두에게 축하난을 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