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액 75% 허공으로 뜨자, 다급한 천정배·정동영·박주현 '십자포화'
  • ▲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과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이날 기업들의 잇단 새만금 투자 결정 철회에 대해 우려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과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이날 기업들의 잇단 새만금 투자 결정 철회에 대해 우려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전북 민심의 '아킬레스건'인 새만금 사업이 다시금 표류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지난 4·13 총선에서 이 지역을 석권한 국민의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친노·친문패권의 압제에 신음하던 '전북 정치'를 복원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총선에서 '녹색 돌풍'을 일으켰지만,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새만금 개발·투자 문제의 속시원한 묘책이 갑자기 나타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새만금 사업은 방조제 건설로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노태우정부 때인 1991년부터 시작된 사업이다. 18년 만에 방조제가 완공된 데 이어, 현재는 매립과 부지 조성을 하고 있다.

    문제는 조성된 부지에 기업들이 들어와야 하는데 투자가 촉진되기는 커녕, 되레 투자하기로 했던 기업조차 이를 철회·번복하는 일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OCI가 지난달 3일 3조4000억 원 상당의 새만금 산단 투자 계획 철회를 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뒤이어 〈중앙일보〉는 삼성도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용지에 7조6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을 철회하기로 하고, 이같은 뜻을 전북도에 전달했다고 31일 보도했다.

    새만금 사업이 26년째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전북도민들의 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일인데, 불과 한 달 사이에 그간 유치했던 총 투자 금액(14조6800억 원)의 4분의 3이 '없던 일'이 됐다. 이에 따라 전주시의회에서는 결의안이 채택되고, 도민들 사이에서는 관련 기업의 '불매운동' 조짐까지 있는 등 삽시간에 전북 민심이 흉흉해졌다.

    총선을 통해 전북 지역구 10석 중 7석을 석권한 국민의당은 다급히 포문을 열었다.

    중앙당직도 마다한 채 전북 현안에 '올인'하고 있는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011년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기로 총리실·전북도와 함께 MOU를 체결한 삼성그룹이 이를 백지화할 것이라는 보도에 전북도민의 우려가 깊다"며 "MOU 체결 당사자인 총리실·전북도·삼성그룹 등이 체결 전말과 진실을 도민 앞에 상세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1일에는 중앙당도 가세했다. 전주여고 출신의 '전북 몫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박주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평소 공개 모두발언을 자제하던 것과는 달리 "투자 백지화 보도에 전북도민은 망연자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박주현 최고위원은 "(2011년 당시의 새만금 투자 MOU는) LH공사의 전북 이전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자, 전북 민심을 달래기 위해 이명박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사안"이라며 "전북도민은 정부에 농락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남을 대표하는 천정배 공동대표도 "이례적으로 총리실이 나서서 민간기업과의 MOU를 주도했기에 전북과 호남은 새만금의 성공을 꿈꾸며 인내하는 마음으로 지난 5년간 투자 이행을 기다려왔다"며 "새만금은 전북·호남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희망이니, 정부는 지금이라도 지연된 새만금 개발을 서둘러 이행할 대책과 방안을 국민 앞에 내놓으라"고 거들었다.

    포연이 자욱할 정도로 '새만금' 공세를 쏟아붓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게 국민의당의 고민이다.

    OCI의 폴리실리콘 공장 건설 계획 철회는 세계적인 태양광 산업의 침체 때문이라 무작정 정치권에서 '약속대로 투자를 해내라'고 닥달하기도 어렵다. 불경기가 계속되고 투자 전망이 어두운 마당에 전북 민심만 챙긴답시고 민간 기업의 투자를 강요하는 모양새로 비치기라도 하면 되레 역풍이 불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 일각에서는 새만금 사업이 이토록 지지부진해진 것은 지난 10년간 전북 정치를 좌지우지했던 친노·친문패권주의자들이 새만금 사업에 무관심했기 때문인데, '전북 정치 복원'을 내걸고 새롭게 등장한 국민의당이 유탄(流彈)을 맞게 됐다며 억울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친노친문패권이 전북을 무시하고 홀대해서 새만금이 이 지경이 된 것인데, 엉뚱하게 국민의당이 이를 해결해야 할 과제를 떠안게 됐다"며 "격앙된 지역 민심을 수습해야 하는데, 속시원한 해결책이 없어서 정동영 의장이나 국민의당 전북 의원들도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