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문재인, 김종인 3인 3색 행보 속…각자 갈길로정권심판론도 힘 잃을 듯…각 당 겸허히 심판받아야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야권연대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해 왔다. 그는 수도권 연대에도 반대하며 제3당 출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야권연대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해 왔다. 그는 수도권 연대에도 반대하며 제3당 출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범야권이 딜레마에 빠졌다. 허울뿐인 야권 연대론이 결국 물 건너가자 전략도, 지역도 엇갈렸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새누리당의 일당 독재를 막아야 한다며 의석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론 각자 자기 자리를 차지하기 바쁜 정치권의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전남 목포를 찾아 조상기 후보 지원에 나섰다. 국민의당으로 향할 수 있는 호남의 표심을 찾겠다는 제스쳐다.

    김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을 마친 이후에 이곳에서 사람이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 목포뿐 아니라 전 호남 사람들의 숙원인 것 같다"며 "왜 사람이 자라지 않겠느냐. 호남의 기득권을 가지신 정치인들께서 본인들도 패권주의를 유지하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 패권을 운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것이 오늘날 호남을 분열로 이끄는 단추를 끼웠다는 것이다.

    이어 "당의 변화하는 모습이 지속되지 않으면 더불어민주당에 희망을 걸 수 없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전인 현재 상황이나 총선 이후 상황이나 과거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김 대표는 기자들이 손학규 전 고문의 공동선대위원장 가능성을 묻자 "말짱 헛소리"라며 "정계에서 은퇴한다고 들어간 분에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실례"라고 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프레임을 견고하게 만드는데도 만전을 기했다. 김 대표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에게 화가 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능력이 없어서, 몰라서 못하는 걸 어떻게 하느냐"고 답했다.

    김종인 대표는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더 이상 야권연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되레 국민의당과 정면승부 각오한 듯 경제민주화를 부르짖는 분위기다.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경제심판론을 꺼내들며 호남을 찾아갔다. 국민의당으로 흐를 수 있는 호남 표심을 찾아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경제심판론을 꺼내들며 호남을 찾아갔다. 국민의당으로 흐를 수 있는 호남 표심을 찾아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반면 그간 야권 연대론을 그나마 가장 강하게 주장해온 문재인 전 대표는 양산에서의 칩거를 정리하고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불출마 선언을 한 문 전 대표는 부산 등지를 돌며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그가 야권연대를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는 그가 지원유세를 도는 지역들이 야권에 험지로 분류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2일에는 경남 창원 성산구의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여야 1:1 구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27일 김병관 전 웹젠 의장이 있는 경기 성남 분당 갑에 있는 요한 성당을 찾아 함께 미사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야권연대를 거듭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문재인 전 대표에 영입된 인재영입 2호다.

    문 전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야권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며 분당갑 지역 단일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분명한 독자 노선을 분명하게 정한 채, 자신의 지역구인 노원병을 돌고 있다. 야권연대의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였던 수도권 야권연대에도 그는 부정적인 견해를 견고하게 유지했다. 새누리당도 심판의 대상이지만 친노패권주의도 심판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간 제3당의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해왔다.

    국민의당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겠다는 제1의 목표가 있는 안철수 대표로서는 지역구인 노원병에서 벗어나 광진 등 서울과 수도권 전체로 자신의 파급력을 뿌려야 할 필요가 있지만 안 대표는 좀처럼 지원유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노원 병의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와 팽팽한 구도가 형성되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문재인 대표와는 달리 서울에 머무르며 '지키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천정배 대표. 문재인 대표는 야권연대에, 천정배 대표는 수도권 연대에 찬성을 해왔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천정배 대표. 문재인 대표는 야권연대에, 천정배 대표는 수도권 연대에 찬성을 해왔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세 사람이 호남과 부산, 수도권으로 엇갈리는 데다 다른 전략을 쓰면서 결국 그간의 야권연대 목소리가 처음부터 공허한 목소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권연대를 주장하면서도 자기희생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 야권이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정부 심판론을 내세우면서 야권연대에 성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심판론 역시 그들의 자리를 유지해주기 위한 구호였을 뿐이라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정치권 관계자는 "언제나 야권이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명분은 정권 심판론이었다"면서 "야권의 각 당들이 정권심판보다 자신의 입지를 지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총선이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