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잡음' 시달린 국민들 '단일화 잡음' 속으로 몰아넣을 셈인가
  • ▲ 경기 군포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야권 후보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경기 군포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야권 후보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각각 "선거구 나눠먹기식 연대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는데도, 일부 지역구에서 더민주 후보들이 패권주의식 단일화 압박을 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일찍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총선은 기득권 양당 체제를 3당 경쟁 체제로 바꾸는 선거"라며 "낡은 방식의 연대가 아니라 국민과 연대하는 대안 정당이 되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질세라 김종인 대표도 "연대는 무슨 연대냐"며 "선거구를 공식적으로 나눠갖자는 건가? 그런 것은 절대 안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야권 연대'는 없는 것으로 명쾌하게 정리됐다. 간만에 천편일률적인 '1번 아니면 2번' '친박 아니면 친노' 식의 선택지를 넘어 제대로 주권을 행사하게 된 국민들 사이에서 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국민적 관심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가 더민주 일각에서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 군포을에 출마한 더민주 이학영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간이 많지 않다"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는 31일 전에 단일화를 하자"고 압박했다.

    이에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국민의당 정기남 후보는 "패권야당의 갑질"이라며 단칼에 거절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단일화를 논의하고 싶으면 조용히 후보끼리 전화를 하면 되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공중전'을 펼친 것 자체가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분개했다.

    정기남 후보는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의 공보특보를 하다가, 친노패권주의가 만연한 당 상황에 절망해 분연히 떨쳐일어나 탈당하고 '새정치'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제 와서 백기를 들고 밑으로 들어오라는 식의 단일화 제안은 정치적 무례의 극치라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단일화를 하려면 왜 탈당했겠나"라고 냉소했다.

    이미 다 끝난 '야권 연대' 논의의 불씨가 마치 살아있는 듯 "불이야!" 소리를 요란스레 외치며 국민을 당황스럽게 하는 더민주의 구태 정치에 국민의당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까지 자청하며 선을 그었다. 이태규 본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당과 사전 협의 없이 개인적으로 단일화를 하면 아주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제명 등의 조치까지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 ▲ 경기 군포을에 출마한 국민의당 정기남 후보는 이른바 야권 연대 제안을 패권야당의 갑질이라며 단호히 거부했다. 사진은 자신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안철수 대표와 손을 맞잡고 있는 정기남 후보. ⓒ뉴시스 사진DB
    ▲ 경기 군포을에 출마한 국민의당 정기남 후보는 이른바 야권 연대 제안을 패권야당의 갑질이라며 단호히 거부했다. 사진은 자신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안철수 대표와 손을 맞잡고 있는 정기남 후보. ⓒ뉴시스 사진DB

    사실 국민의당과 더민주 후보 사이의 단일화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무슨 연석회의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는 등 떠들썩하게 굴 것 없이 간단하게 한 방에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더민주 후보들이 군소리 없이 선관위로 달려가 후보를 사퇴하면 된다. 그러면 그 순간 자연스레 단일화가 되는 것이다.

    시덥잖은 '연대' 따위에 목숨을 걸지 않으면 당선 역량이 없는 더민주 후보들은 단일화 제안을 하면서 "개헌저지선"이니 "새누리당의 독주 저지"니 하는 거창한 명분을 내걸고 있는데, 기실 그 뒤에 숨어 있는 검은 흑심이 자기자신의 당선 욕심이라는 것은 옆집 초등학생도 알 일이다.

    정말로 단일화 제안의 이유가 대의(大義) 100%라면 진정성 있게 자기자신의 기득권과 한몸을 던져서 후보를 사퇴하면 되지 않나. 그러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온갖 잡음과 진통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도 없이, 그 순간 '아름다운 단일화'가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이에 대해 일부 더민주 관계자는 "우리가 아니라 국민의당 후보가 사퇴해도 되지 않느냐"고 항변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애초에 각자 알아서 완주하기로 했는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면서 '둘 중에 한 명만 뛰자'고 사정사정하는 건 더민주 후보들이다. 그럴 바에야 선거전을 혼탁하게 만들지 말고 '네가 안 뛰면 된다'는 것이다.

    일부 야권 내·외곽에 위치한 인사들은 낡은 '단일화' 레코드를 다시 트는 것에 대해 "총선에서 승리해야 정권 교체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만약 정말로 이유가 그것이라면 더더욱 더민주 후보들이 사퇴해야 맞다.

    이미 더민주는 '연대' 없이는 독자적으로 전국단위 선거를 치를 능력이 없다는 게 최근의 '징징거림'으로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도 연대 없이 못 치르는 정당이 대선을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수권 능력이 없는 '불임 정당'이라는 게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에, 이치로 따지자면 개별 지역구 후보 사퇴가 아니라, 235명의 지역구 출마자가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라도 모여 총사퇴와 정당 해산을 결의해도 모자랄 판이다.

  • ▲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당의 대권주자라는 사람이 그 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에 얼씬조차 할 수 없어, 강진에 칩거하고 있는, 자신들이 모욕을 줘서 쫓아낸 사람을 다시 불러내느니 마느니 하는 정당에 수권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국민들이 이미 체감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0~21일 양일간 인천 부평갑에 거주하는 510명을 대상으로 설문해 중부일보가 2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점이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이 지역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유섭 후보와 더민주 이성만 후보의 대결을 가상했을 경우, 정유섭 후보(36.5%)가 이성만 후보(32.7)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반면 새누리당 정유섭 후보와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의 대결을 가상하면, 비록 오차범위 내이지만 문병호 의원(36.2%)이 정유섭 후보(30.1%)를 누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종인 대표의 말대로 "지역구에서 우열이 드러나 자기들끼리 누가 양보하면 연대가 자동적으로 되는 것"이며, 이 말을 실천에 옮기려면 지금 당장이라도 더민주 후보가 선관위를 찾아가 후보 사퇴 서류를 제출하면 되는 것이다.

    국민들은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21년 만에 제대로 된 3당 체제로 치러지는 선거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각 중앙당에서 '막장 공천' 등 잡음이 이어지면서 정치 혐오가 슬몃 고개를 다시 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국면에서 더민주 후보들이 선거공학적 '공중전'으로 국민들의 정치 환멸을 부추겨서는 안 될 말이다. 더 이상 선거를 혼탁하게 만들지 말고, 끝까지 국민만을 바라보며 뛰든지 아니면 선관위에 달려가서 조용히 후퇴를 사퇴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