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 150명 모여 '살인죄 적용하라' 구호 외쳐계모 김씨 "말을 안들어 가뒀지만, 죽을지는 몰랐다"
  • ▲ 계모의 학대에 의해 사망하고 암매장된 故 신원영 군이 경찰에 의해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 계모의 학대에 의해 사망하고 암매장된 故 신원영 군이 경찰에 의해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친부과 계모에게 끔찍한 학대를 받다 사망한 '원영이 사건'이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계모의 학대와 친부의 방조에 의해 7세 아동이 사망한, 일명 '원영이 사건'의 현장검증이 지난 14일 오후 피해자 고 신원영(7)군이 생전에 거주했던 경기도 평택 포승읍의 빌라와 신 군의 시신이 암매장된 청북면 야산 등에서 진행됐다.

    '원영이 사건'은 신원영 군의 계모 김모(38)씨가 신군을 잔혹하게 학대하고 그 결과 사망까지 이르게 한 사건이다. 

    계모 김씨는 지난 2월 1일 낮에, 아이가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한다고 해서 욕조로 끌고가, 옷을 벗기고, 세제, 락스를 몸에 뿌리거나, 영하의 날씨에 찬물을 끼얹고 다음날 아침 9시까지 무려 20시간을 방치하는 등 학대해 사망케했다. 

    친부인 신모(38) 씨는 아내인 김씨의 학대를 알면서도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씨 부부는 지난달 2일 신군이 숨지자 시신을 10일간 방치하다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로부터 "굶주림과 다발성 피하출혈 및 저체온 등 복합적 요인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전달 받았다고 밝혔다.

    숨진 신군의 머리 부위에서는 장기간 폭행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발성 혈종이 관찰됐고 이마 부위 피부 조직은 락스 학대로 인한 섬유화 현상, 몸에는 다수의 멍 자국으로 추정되는 피하출혈이 발견됐다.

    현장검증을 위해 경기 평택경찰서을 나서며 친부 신씨는 "원영이에게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등장한 계모 김씨는 "말을 안들어 가뒀지만, 죽을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현장검증에는 인근 주민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계모와 친부가 범죄현장에 나타나자 150여명의 주민들이 몰려 가해자 부부에게 고성과 욕설을 퍼부었다.

    평택시 안중ㆍ포승지역 학부모로 구성된 '평택안포맘'의 류정화 대표와 회원 50여명은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평택 안포맘 류정화 대표는 "단순히 아동학대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제2의 원영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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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현장검증 후 살인죄 적용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계모 김씨가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를 가하면서 신군이 사망에 이를 것을 인지했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최근 국내 아동학대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010년 5657건이던 아동학대 사례는 2011년 6058건, 2012년 6403건, 2013년 6796건, 2014년 1만27건으로 4년 새 77%가 늘었다.

    지난해 3월 17일 부천의 한 자택에서는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여자아이가 목사 아버지(47)와 계모(40)에게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당해 숨졌다. 이들 부부는 시신을 11개월 가까이 집에서 미라 상태로 방치했다.

    2013년 8월과 10월에는 각각 칠곡과 울산에서 계모에 폭행에 의해 아동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작년 12월에는 11세 소녀가 아버지와 동거녀의 학대에 시달리다가 빌라 2층에서 가스 배관을 타고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 끝에 구조된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까닭에 정부와 정치권에서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아동 안전망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행법은 부모 또는 조부모를 살해하는 존속살해의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 7년 이상의 징역의 중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나 자녀 등을 살해하는 비속살해는 일반 살인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비속살인죄의 경우 최소 5년 이상에서 7년 이상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형법개정안을 주중에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또 학대, 유기 등 비속을 상대로 한 폐륜적 범죄에 대해서도 가중처벌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신속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는 유치원에 적용할 무단 결석 대응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고, 경찰청은 전담경찰관을 1000명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