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송치된 JTBC사장, 9시간 고강도 조사 받고 귀가민사 재판에선 "각 방송사에 4억원씩 배상" 패소 판결
  •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로 피소된 손석희(60) JTBC 보도부문 사장이 9일 오전 검찰에 소환돼 9시간 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이근수)는 이날 오전 8시 30분경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손석희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장시간 조사를 벌인 뒤 오후 5시 10분경 귀가 조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지상파 3사의 출구 조사 결과를 JTBC가 입수한 경위와 함께 실무진이 이같은 자료를 토대로 방송을 준비한다는 계획을 손석희 사장이 사전에 보고 받고, 이를 지시하거나 논의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를 받고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빠져나온 손석희 사장은 "혐의를 인정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조사 잘 받고 갑니다.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취재진) 혐의는 인정하셨나요?

    안 했습니다.


    이와 관련, JTBC는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출구조사 결과는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기타 매개체를 통해 유포됐고, 이는 출구조사가 시작된 이래 늘 있어왔던 일"이라며 "JTBC는 이를 고의로 편취하려 했거나 부정하게 매입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왔지만 이 문제가 과연 형사소송에까지 이를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JTBC는 당일 지상파 방송들이 발표한 내용의 출처를 밝히고 인용보도를 했는데, 당시 생방송 진행 중으로 인용보도 과정에 지시를 내릴 수 없었던 손석희 사장을 소환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손석희 사장은 검찰 조사를 받은 이날 오후에도 JTBC '뉴스룸'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카카오톡으로 '출구조사 결과' 유출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2014년 3월 방송사 공동예측조사위원회를 구성, 6.4지방선거 결과를 사전에 예측하는 '당선자 예측 출구조사'를 공동으로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조사용역기관과 별도의 용역 계약을 체결한 지상파 3사는 선거 당일 648개 투표소에 대한 출구조사와 전화조사를 병행·실시한 조사 결과를 집계했다.

    그런데 조사용역기관 관계자 김OO(47)씨가 사건 당일 자사의 영업비밀 보호 의무를 어기고 방송 3사가 24억원의 비용을 투자해 만든 지방선거 예측조사결과를 모 기업 관계자인 김OO(44)씨에게 전달했다.

    이와 비슷한 시각에 '문제의 자료'를 입수한 모 언론사 기자 김OO(39)씨는 동료 기자인 이OO(31)씨에게 문건 일체를 카카오톡으로 넘겼다.

    이씨는 해당 자료를 '마이피플' 채팅방에 올렸고, 마침 채팅방에 참여 중이던 JTBC 기자 이OO씨가 '지방선거 예측조사결과'를 내려 받은 뒤 데스크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상파 3사가 조사용역기관을 통해 작성한 '지방선거 예측조사결과' 자료를 입수한 JTBC는 2014년 6월 4일 오후 5시 43분경, 해당 자료를 JTBC 선거방송시스템에 입력했다.

    JTBC는 이날 오후 6시 0분 49초부터 지상파 출구조사란 타이틀로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예상득표율을 공개했는데, 이는 MBC 뉴스보다 3초 정도 늦은 시점이었다.

    그러나 KBS와 SBS는 일부 지역에서 JTBC보다 조사 결과가 늦게 공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지상파 3사의 협의체인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2014년 8월 "KBS·MBC·SBS 등 방송 3사가 조사용역기관을 통해 도출한 6.4 지방선거 예측조사 결과를 지상파 방송이 보도하기도 전에 JTBC가 사전 입수해 내보낸 것은 명백한 도용이자 영업비밀을 침해한 행위"라며 손석희 JTBC 사장 등 방송 관계자 다수를 검찰에 고소하고, 출구조사에 소요된 비용 전액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까지 제기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7월 29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손석희 사장 등 JTBC 관계자 6명을 포함한 10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법원 "출구조사 무단사용..지상파 3사에 12억 배상하라" 판결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이태수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21일 지상파 3사가 JTBC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공판에서 "JTBC는 각 방송사에 4억원씩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상파 3사는 예측조사 결과를 얻기 위해 24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썼고 기밀유지를 위해 각서를 쓰는 등 정보 창출을 위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따라서 예측조사 결과는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JTBC는 이 과정에 전혀 기여한 바가 없고 소속 기자가 사적으로 이용하는 휴대폰 메신저를 통해 개표방송 전 조사 결과를 입수했다"면서 "이는 공정 거래 질서에 반하는 불법행위이자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당시 지상파의 로고가 나오도록 방송했다'는 JTBC 측의 해명과 관련, "아무리 JTBC가 자료 출처를 '지상파 3사'로 표기했다 하더라도, 방송 시점을 감안하면 이를 '정당한 인용보도'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JTBC는 MBC가 출구조사 결과를 공개한 뒤 3초 뒤에 해당 자료를 공개했고, 일부 지역에 대해선 KBS·SBS보다 먼저 발표를 했습니다. 따라서 '지상파 출구 조사'라는 출처를 밝혔다 하더라도, 정당한 인용보도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런 행위가 지속되면 다른 언론사들도 타사가 창출한 정보에 무임승차하는 일이 발생할 겁니다.


    당초 지상파 3사는 손해배상액을 24억원으로 산정했으나, 재판부는 기밀유지 서약 위약금 등을 참고해 요구 사항의 절반 수준인 12억원을 JTBC가 물어야 할 배상금으로 책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