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 감시 아래 카메라 안 끄는 수법으로 북한이 숨기려는 민낯 폭로
  • ▲ 러시아 출신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북한선전매체들이 영상을 찍은 뒤 저렇게 참배할 때 둔 꽃들을 무성의하게 쓰레기통에 던지는 모습도 나온다.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의 한 장면
    ▲ 러시아 출신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북한선전매체들이 영상을 찍은 뒤 저렇게 참배할 때 둔 꽃들을 무성의하게 쓰레기통에 던지는 모습도 나온다.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의 한 장면

    2015년 12월 30일(현지시간) 더 타임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러시아와 북한 당국이 2016년 개봉 예정인 다큐멘터리 영화의 상영을 중단하라고 압박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문제의 영화는 러시아 출신 감독 비탈리 만스키가 제작한 ‘태양 아래(Under the Sun)’라는 다큐멘터리로 2016년 미국, 독일 등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북한 뿐만 아니라 러시아 당국까지도 이 영화의 상영을 막으려는 걸까.

    현재 유튜브에는 비탈리 만스키 감독의 ‘태양 아래’ 예고편이 공개돼 있다. 예고편 내용과 영국 언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 영화는 북한 당국이 외부 미디어에 공개하는 ‘선전용 가면’의 뒤에 숨겨진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다고 한다.

    영화는 ‘진미’라는 8살 여자아이가 조선소년단에 가입해 김정일 생일을 기념하는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과 평양 주민들의 실제 생활상을 담았다고 한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만스키 감독이 처음부터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평양을 방문해 어린 여자아이 5명과 10분 씩 인터뷰를 하면서 주인공을 뽑는 과정에서 미심쩍은 모습들이 보여 촬영을 결심했다고 한다.

    만스키 감독이 ‘진미’와 처음 인터뷰할 때는 “아버지는 기자이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하며 작은 아파트에 산다”고 답했는데 막상 촬영을 시작해보니 아버지는 봉제공장 직원, 어머니는 유제품 공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고, 집 또한 평양에 새로 지은 대형 아파트였다고 한다.

    여기다 촬영할 때마다 등장한 검은색 코트 차림의 ‘경호원들’이 ‘진미’ 가족에게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 하나하나를 지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모든 것이 연출이라는 것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만스키 감독은 촬영을 지켜보던 ‘경호원들’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부엌으로 들어가 찬장을 열어본다. 평범한 가정집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식기나 조미료 등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북한 당국이 마련한 ‘세트장’이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만스키 감독은 ‘경호원들’에게는 “촬영이 끝났다”고 말한 뒤에도 카메라를 끄지 않고 그대로 두거나 “아직 촬영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속이는 방법으로 이들은 물론 평양의 민낯을 담아냈다고 한다.

    만스키 감독은 촬영한 필름을 북한 당국의 ‘검열’을 민감한 장면이 담긴 필름은 따로 숨겨서 보관하거나 편집하는 방식으로 피했다고 한다.

  • ▲ 다큐 속 주인공 '진미'가 잠을 자려할 때 주변의 '경호원들'이 '지도'를 하는 모습. 모든 것이 '연기'다.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의 한 장면
    ▲ 다큐 속 주인공 '진미'가 잠을 자려할 때 주변의 '경호원들'이 '지도'를 하는 모습. 모든 것이 '연기'다.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의 한 장면

    만스키 감독이 찍은 ‘태양 아래’의 내용은 2015년 12월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탈린 블랙나이츠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공개 직후 관람객과 평론가들은 호평을 내놨고, 북한 당국은 러시아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한다. 이에 최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는 만스키 감독에게 “영화를 상영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는 중이라는 것이다.

    사실 만스키 감독의 영화는 북한 실정을 아는 사람에게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지난 15년 동안 북한 당국의 실상을 제대로 전달하는 언론의 목소리가 작아 이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북한은 한국 국민을 포함, 방북한 모든 사람의 사진촬영, 휴대전화 사용 등을 철저히 통제하고, 북한 주민들과 자유롭게 대화도 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이는 기자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를 어길 경우에는 ‘영장 없는 강제구금’은 물론 수백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일반인의 경우에는 북한에 들어가서는 물론 중국과 북한 국경에서 북한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일 경우 보위부 요원 등에 의해 납치돼 ‘체제전복혐의’ 등의 누명을 쓰고 변호사 없는 재판을 통해 종신형에까지 처해질 수 있다. 김정욱 선교사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