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35번 확진자 정보 무차별 공개..뉴욕시장 행보와 비교돼
  • ▲ ▲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밤 서울시신청사에서 열린 긴급브리핑에서, 현직 의사인 35번 확진자가 감염상태에서 1,500여명이 모인 행사에 참석했다며, 의사 A씨의 동선을 설명하고 있다. ⓒ 뉴데일리DB
    ▲ ▲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밤 서울시신청사에서 열린 긴급브리핑에서, 현직 의사인 35번 확진자가 감염상태에서 1,500여명이 모인 행사에 참석했다며, 의사 A씨의 동선을 설명하고 있다. ⓒ 뉴데일리DB


    메르스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에볼라 사태로 우리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미국 뉴욕시의 사례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뉴욕시와 이번 서울시의 대응을 비교했을 때, 뉴욕시는 지역경제 위축을 막고 시민들을 최대한 안심시키는데 주력한 반면, 서울시의 경우는 오히려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일 밤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대책본부장’을 자처하며 ‘준전시상황’을 선포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은 삼성병원 의사인 35번 환자의 동선을 공개하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서울삼성병원 의사 A씨(35번 확진자)가 감염 상태에서 1,500여명이 넘는 사람이 모인 재건축조합 행사에 참석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

     
    이에 35번 환자는 "5월 31일 오후 3시까지만 하더라도 메르스 증세가 전혀 없었다"며 "'증상이 심화된 이후 대외 활동을 벌였다'는 박 시장의 주장은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확인 결과 35번 의사가 거리를 활보한 날짜는 5월 30일이었고, 스스로 자가 격리에 들어간 것은 5월 31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는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됐고, 야당 성향 지지자들은 35번 환자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심지어 35번 환자의 상태가 크게 위중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좌파성향 네티즌들은 ‘막말’에 가까운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

    6일에도 박 시장은 서울시 신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대책 브리핑’에서 “정부는 서울시에 메르스 확진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처럼 박원순 시장이 정부와 엇박자를 내는 사이, 지역 경제는 메르스 공포감으로 인해 크게 위축됐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발길을 돌리면서 국가경제에까지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 ▲ ▲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가운데). ⓒ 연합뉴스
    ▲ ▲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가운데). ⓒ 연합뉴스


    반면, 지난해 미국에서 에볼라 확진자가 발생했을 당시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박원순 시장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그는 에볼라 확진자가 발생하자 뉴욕시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오늘 뉴욕시의 한 환자가 에볼라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환자는 현재 벨뷰 병원에 있다. 그러나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뉴욕의 첫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인 의사 크레이그 스펜서는(33)는, 아프리카 기니에서 <국경없는의사회>와 함께 에볼라 환자들을 치료하다가, 지난해 10월 17일(현지시간) 뉴욕 JFK공항으로 귀국했다.

    그는 귀국 6일 만인 23일 39.4도의 고열과 소화장애를 보이는 등 에볼라 의심증상을 보여 맨해튼 인근 벨뷰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고, 에볼라 양성판정을 받았다.

    스펜서의 에볼라 검사 결과가 나온 직후, 뉴욕시는 그가 거주하던 아파트와 볼링장을 외부와 차단하고 스펜서와 접촉한 약혼자와 친구 등 3명을 격리 조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스펜서가 에볼라 증상이 나타나기 전 일주일 동안, 뉴욕에서 지하철·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격리되기 바로 전날에도 뉴욕 번화가 등을 돌아다니며 브루클린에 있는 볼링장과 맨해튼의 미트볼 식당 등을 이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뉴욕시민들은 에볼라 확산 공포로 ‘패닉’에 빠졌다.

    이에 뉴욕시는 “스펜서와 직접 접촉하지 않는 이상 에볼라에 전염될 가능성은 낮다”며 시민들을 거듭 안심시키는데 주력했다.

    더블라지오 시장이 주정부자치권을 갖고 있었음에도,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해 연방정부의 방침에 적극 협조한 점도 박원순 시장과 대비된다.

  • ▲ ▲ 지난 12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35번 확진자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가든파이브를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으나, 상인들은 박 시장의 경솔한 행동으로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 채널A 화면 캡처
    ▲ ▲ 지난 12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35번 확진자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가든파이브를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으나, 상인들은 박 시장의 경솔한 행동으로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 채널A 화면 캡처


    더블라지오 시장은 부인과 함께 스펜서가 이용한 미트볼식당을 직접 찾아 저녁식사를 하기도 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증상 출현 전에는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키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알리고 공포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을 막기 위해서였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식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든 이가 평소대로 할 일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펜서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더블라지오 시장은 그를 ‘고향에 돌아온 군인으로 비유하면서 “스펜서는 체온이 100.3(화씨)를 넘자 당국에 즉각 통보해왔다. 놀랍도록 전문적이다”라고 적극 옹호했다.

    비록 미 연방정부가 ‘초동대처에 늦었다는 비판’을 받긴 했지만, 각 주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감염 우려 대상자를 철저히 격리해 에볼라 공포를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미국의 에볼라 사태는 11명의 확진자 중 2명의 사망자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