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 지리멸렬 맞아… 친노 아닌 것 말고 공통점 없다"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를 향한 작심 비판에 나섰다.

    특히 김한길 전 대표는 당면한 위기를 친노(親盧, 친노무현)와 비노(非盧, 비노무현)가 동등한 위치에서 맞붙는 것으로 보는 시각을 경계하면서, 새정치연합에는 계파패권주의를 추구하는 친노와 '친노가 아닌 사람들'에 대한 명칭으로 비노가 있을 뿐이라고 규정했다.

    친노패권주의의 실체에 애써 모른 척 눈감고 있는 문재인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계파기득권 가진 친노와 '친노 아닌 사람' 있을 뿐"

    김한길 전 대표는 20일 오후 '당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문재인 대표의 생각에 대한 김한길의 생각'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그는 이 글에서 "친노와 비노가 계파로서 대결하는 구도가 실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저 친노가 있기 때문에 그 나머지인 '친노가 아닌 사람들'이 있게 됐을 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비노의 수장으로 오해받기도 하는 내가 분명히 말하건데 나는 '비노끼리 한 번 모여보자'는 말조차 해본 적이 없다"며 "비노라고 불리는 이들은 '친노'가 아니라는 게 유일한 공통점이기 때문에, 단결력이 모자라고 생각이나 행동이 제각각이라는 것은 사실 정확한 지적"이라고 설명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4·29 광주서구을 보궐선거 당선 직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노라는 계파는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르겠다"며 "지리멸렬한 사람들을 묶어 비노라고 부르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이, 기실 정확한 지적이라고 시인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친노의 배타적·독점적 패권정치를 청산하기만 하면 계파주의는 극복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한 김한길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글을 통해) 진심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며 "나만 옳다, 우리만 옳다는 계파주의의 전형적인 독선과 자만심, 적개심과 공격성, 편가르기와 갈라치기를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굳이 기득권을 말한다면 당권을 쥐고 있는 문재인 대표만한 기득권이 따로 없고, 친노만큼의 계파기득권이 따로 있겠나"라며 "4·29 선거 참패는 서울과 광주의 공천이 결과적으로 계파공천이 돼버렸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나아가 김한길 전 대표는 자신이 지난해 7·30 재보선 참패 직후 '이겨야 하는 선거에서 졌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안고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만 이야기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당내 일부가 당권과 공천권을 탐해서 선거가 끝나기 전부터 마구 흔들어댔기 때문에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라고는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친노패권주의 없다니… 4·29 전패한 것도 김한길 책임이라고?"

    김한길 전 대표는 이 글을 발표한 직후 의원회관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취재진과 차담회를 가졌다. 김 전 대표가 취재진과 간담회 성격의 공개적인 자리를 연 것은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이튿날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표가 친노패권주의에 눈감고 있는 현실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

    "문재인 대표가 친노패권을 내려놓겠다고 여러 차례 말한 것에는 진정성이 없다고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김한길 전 대표는 "여러 차례 말씀을 하셨느냐"고 되레 반문하며 "한 번 어떤 말씀이었는지 내게 들려달라"고 비꼬았다.

    "친노패권주의의 실체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는 지적에는 껄껄 웃으며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친노가 없다, 패권주의가 없다고 말하는 분들이 실제로 있긴 하지만,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또한 최근 친노 일부에서 4·29 재보선에서 문재인 대표가 전패한 것은, 지난해 7·30 재보선 때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을 각각 서울 동작을과 광주 광산을에 공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것과 관련해서는 "그래서 (4·29 재보선에서 진 것도) 김한길 책임이다?"라고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묻더니, 작심한 듯이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과 정치력 부재를 지적하고 나섰다.

    김한길 전 대표는 "7·30 때도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이 강한 출마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표라는 자리는 원래 그런 분들의 여러 가지 의지를 조화롭게 조정하고 제어해서 우리 당이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선거 구도를 만들어야 하는 자리"라며 "(이번 재보선에서도 문재인 대표의 그런 의지와 노력이 있었다면) 그런 결과(선거 패배)를 피할 수 있었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안철수 들러리 안 설 것… 주승용, 패권주의 청산 답줘야 복귀 명분 있어"

    이날 차담회에서는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와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위원장 제의 등 현안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김한길 전 대표는 "당이 빨리 정상화되려면 주승용 최고위원은 복귀하는 게 좋다"면서도 "선거 참패 이후 패권정치 청산을 요구했는데 아직도 거기에 대해서는 답이 없이 무조건 복귀해달라고 하는 것에 대해 울분이나 답답함이 있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위원장 수락 거절에 관해서는 "문재인 대표가 대표 자리에서 대권 주자의 행보를 보이면서 그저 들러리로 옆에 세우려는 것으로는 그 분들의 진정한 협조를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한길 전 대표는 "당권을 쥐고 있는 당 대표 말고는 기득권이 없고, 친노의 계파기득권 외에는 기득권이 없는데, 갑자기 (문재인 대표가)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과거 정치 세력이라는 말을 쓰더라"며 "나도 국어 실력이 엉망인 것은 아닌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아울러 "(문재인 대표가 이대로 계속 당을 운영하면) 큰일이 난다"며 "친노패권주의의 청산은 그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