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어버이는 있어도 어버이 날은 없다'

    박주희 기자  /뉴포커스
  • ▲ 어버이날 카네이션 훈장과 표창장을 받아 든 탈북 어르신들 / (자료사진)
    ▲ 어버이날 카네이션 훈장과 표창장을 받아 든 탈북 어르신들 / (자료사진)
    사람들은 5월 8일 어버이날을 두고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한다.
    2015년 어버이날 선물 추천 1위는 부모님들에게 꼭 필요한 건강 식품으로 뽑혔다.
    100세 시대가 된 지금, 돈보다는 건강이 우선이라는 것이 사회적 통념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에는 부모님들을 위한 특별한 날이 있을까?
    북한은 자식들이 부모에게 선물을 주고 받는 특별한 날은 없지만, 키워준 부모님께 효도를 잘해야 큰 사람이 되고 부모들은 자식들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탈북자들은 이마저도 다 옛말이 되어버렸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경제가 어려운 현 상황에서 부모를 잘 모시지 못하는 것은 자식들의 잘못이 아니라 세상을 이렇게 각박하게 만든 정권 탓이라고 억울한 마음을 터놓았다.
    2012년 탈북한 장신영 씨는 "효도를 잘하려면 모든 게 풍족해야 한다. 고난의 행군 시기 길거리에 굶어 죽은 노인의 시체를 보면서 사람들은 불효자라고 자식들을 욕하며 지나갔다. 그런데 사는 게 더 각박해지니 부모를 천대하고 존재 자체를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했다.
    "결혼할 때만 해도 시집살이에 할 말도 못하고 살던 여성들이 생활고를 겪으면서 많이 변했다. 살아가는 것이 전투라서 툭하면 부모님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내비쳤다. 지난날 힘들게 키워주신 공은 다 잊은 채 현재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자식을 한 두 명만 낳는다. 부모님 세대에 비하면 적지만, 아이를 키운다는 게 힘이 든다. 하나부터 열까지 국가에서 보장되는 것은 없고, 학교에 입학하면 바치라고 요구하는 게 너무 많다. 자식 하나 키우는데 '오만 자루 품'이 든다는데 그것도 옛소리이다. 지금은 품이 아니라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졸지에 직장을 잃고 모든 물건값이 치솟았다. 가족을 책임지는 무거운 짐이 여성들의 몫으로 전환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르신들 말씀이면 이유를 불문하고 받아들이던 풍습이 사라져 갔다"고 말했다.
    "예전에 남편은 부모님께 둘도 없는 효자였다. 부모님 말씀 한마디면 법처럼 여겼고 자식들도 그 모범을 따랐다. 그러던 남편이 조금씩 변해갔다. 부모님이 아프다고 말씀하시면 인상을 찌푸리고 언성을 높였다. 돈이 많이 든다고 짜증을 내곤 했다."고 한다.
    장 씨는 "그럴 때마다 어르신들의 노여움은 쌓여만 간다. 수십 년을 키워준 부모에게 돈 몇 푼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자식을 열 명씩 낳아 키워도 지금처럼 이렇게 부모를 괄시하지는 않았다고 하소연을 하셨다. 부모님이 눈물을 흘리며 말씀하실 때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생각은 알지만 손에 쥔 것이 없으니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어르신의 자그마한 푸념에도 늘 감정적으로 대한다. 경제적인 궁핍은 부모 자식 사이의 정도 없애버리는 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 여성 무산 출신 진옥씨는 "평시에 온순한 성격인 남편이 부모님들과 언짢은 말이 오가더니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부모님들은 잘살 때 우리 자식들을 국정 가격(싼 가격)으로 키웠지만, 우리는 야매가격(비싼 가격)으로 모시지 않느냐고 욱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밖에 나와 담장 밑에 서서 혼자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살면서 한번도 남편의 화내는 모습을 보지못한 나로서는 큰 충격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아들의 말에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 하시고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데 무슨 모진 꼴을 보려고 이렇게 목숨이 붙어있는지 모르겠다.'고 서러워하시던 어르신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자식들을 자연스럽게 불효자로 만드는 세상이다. 인민 생활은 어찌 되었든 눈만 뜨면 핵무기를 만들고 군부에 돈을 탕진한다. 반면 김 씨 일가는 민족의 어버이라고 선전하면서 죽은 다음에도 숱한 돈을 들여 궁전에 안치하고 해마다 거기에 드는 관리비만 수십억에 달한다. 그리고는 선전매체를 통해 민족의 어버이를 금수산 궁전에 모신 것은 북한 인민들의 간절한 소원이라고 거짓 선전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북한은 한마디로 부모보다도 김 씨 일가에게 효자로 되어야 하는 세상이다. 사는 게 힘들어 먼저 돌아가신 부모님 제사상 차리기도 힘들지만, 해마다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죽은 날이 돌아오면 밥벌이를 못하고 무조건 추도 행사에 강제적으로 참가해야 하며 비싼 꽃은 꼭 사서 가야 한다. 한생을 고생 속에 자식들을 키워 오신 부모님에게는 한 송이 꽃도 드리지 못하게 만든 세상을 원망할 뿐이다"고 부연했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