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에도 불구하고 정계은퇴 없을 듯… 천정배와 접점 만들기는 쉽지 않아
  • ▲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이 낙향을 통해 정치적 재기에 성공한 천정배 당선자의 뒤를 따르게 될까.

    29일 종료된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국민모임 정동영 위원장은 20.2%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했다. 당초 초박빙의 삼파전으로 예측된 것에 비하면 당선자인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43.9%)은 물론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34.2%)와 적지 않은 표 차이를 보였다.

    정동영 위원장 측은 30일 임종인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늦은 출발과 준비 부족에도 불구하고 성원을 보내주신 관악구민들께 감사드린다"며 "후보의 부족함으로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한 것에 대해 성원을 보내준 분들께 죄송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4·29 재보선을 통해 '야권 재편이 없이는 정권교체도 없다'는 점은 확인됐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뜻을 깊이 헤아리고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더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자숙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정치권 관계자는 "더 이상 정동영 위원장의 설 자리가 없어졌다"며 정계은퇴설을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동영 위원장은 패색이 짙던 29일 저녁 10시 20분 무렵,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나는 패배했지만 여러분의 꿈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모임의 꿈은 앞으로도 계속 전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균 국민모임 창당준비위원회 상임대표 역시 "정동영 후보와 국민모임이 추구하고자 하는 새로운 정치의 꿈은 버릴 수 없다"며 "내년 총선에서는 반드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고 당부해, 정계은퇴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동영 위원장이 지난 2008~2010년 사이에 미국발 금융위기를 목도하고 공개 반성문을 쓰는 등 '사상적 전향'을 통해 일종의 이념적·계급적 정치인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에, 기존의 정치공학적 관례에 따라 '낙선=정계은퇴'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정동영 위원장이 내년 4·13 총선에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전북으로 '낙향'해 천정배 의원처럼 재기를 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안산단원갑에서 내리 4선(15~18대 의원)을 했지만, 19대 총선에서 서울 송파을에 출마했다가 실패하자 미련 없이 고향인 광주·전남으로 내려가 5선에 성공한 천정배 의원을 진작에 본땄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4월 총선 당시 정동영 위원장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크레인 농성 사태를 거론하며 영도 출마를 언급할 때 새정치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전주 덕진에서 출마하는 게 맞다"고 충고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변인 명의 논평대로 주요 후보 중 가장 늦게 서울 관악을 선거판에 뛰어들었음에도 20.2%의 득표를 올린 것은, 이 지역에 다수 거주하는 호남 출신 유권자들로부터 나름의 인정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동영 위원장이 동작으로, 강남으로, 관악으로 떠돌면서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며 "이제는 정말 고향에 뼈를 묻는다는 생각으로 전주 덕진으로 돌아가 내년 총선에서 전북을 기반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번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서도 정동영 위원장이 이렇다할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나홀로 선거를 치른 게 문제"였다며 "(정동영 위원장은) 당선이 안정적인 전주 덕진에서 출마하고, 전북권에 출마한 다른 국민모임 후보들의 지원 유세를 다니며 전북을 흔들어야 맞다"고 덧붙였다.

    이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마찬가지로 내년 총선에서 광주·전남을 기반으로 세력 규합을 노리는 천정배 의원과 접점이 만들어질지 여부도 관심사다.

    정동영 위원장은 전북, 천정배 의원은 전남 식으로 호남을 남북으로 양분해 '역할 분담'을 할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의 토대와 근거를 뿌리부터 위협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권의 움직임에 정통한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정동영 위원장의 급진적 노선에 천정배 의원이 말려드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둘 사이에 접점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며 "천정배 의원으로서는 범동교동계와 연계점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온건한 노선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