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설 연휴 앞서 실시한 인민군 4군단 제병합동 ‘섬 타격 훈련’ 참관·공개
  • ▲ 망원경으로 훈련 장면을 살펴보는 김정은.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망원경으로 훈련 장면을 살펴보는 김정은.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우와, 저렇게 갈기면 적들이 도사린 섬이 아예 없어지겠다!”


    北선전매체들이 21일 보도한 북한 인민군 4군단의 제병합동 섬 타격훈련을 본 김정은의 소감이라고 한다.

    인민군 장성들에게 직접 포병 과외교육을 받기도 했던 김정은은 인민군 4군단이 섬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호평했다고 한다.

    “포병들이 목표들을 타격할 때마다 정말 잘 한다. 집중성이 아주 좋다. 저렇게 갈기면 적들이 도사린 섬이 아예 없어지겠다. 오늘 진행한 연습을 통해 서남전선을 지키고 있는 제4군단 관하 포병들이 적들을 불도가니에 처넣을 수 있게 준비돼 있음을 잘 보여줬다.”


    김정은은 인민군 4군단의 훈련을 지켜본 뒤 “반미 대결전을 총결산하자”는 헛소리도 했다.

    “모든 군인들을 펄펄 나는 일당백 싸움꾼, 백두산호랑이로 준비시키고 모든 부대들을 강철의 근위부대로 만듦으로써 일단 적들이 덤벼들면 미처 정신을 차릴 새 없이 놈들을 묵사발 만들고 반미 대결전을 총결산해야 한다.”


    이날 北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훈련을 조직 지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김정은의 ‘헛소리’를 인민군 장성들이 머리를 짜내며 실제 훈련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훈련에 인민군 4군단 포병부대와 유도무기 부대, 해군의 화력지원함정들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최근 인민군 4군단에 60여 문을 추가로 배치한 122mm 방사포도 훈련에 참가했다. 이 122mm 방사포는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때 북한 인민군이 사용했던 무기이기도 하다.

  • ▲ 北인민군이 '적들이 주둔한 섬'으로 가정한 섬에 포격을 가하는 장면.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北인민군이 '적들이 주둔한 섬'으로 가정한 섬에 포격을 가하는 장면.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이들은 김정은이 훈련 개시 명령을 내리자 경고 사격에 이어 섬에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장면을 전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가운데 일부다.

    “되살아난 (적의) 포병중대, 전파탐지기, 통신감청소, 지휘소, 탱크, 전진기지들을 무자비하게 답새겼다(두들겨 팼다).”


    한국 정부는 이날北선전매체들이 공개한 섬 타격훈련 장면 가운데 김정은의 이야기 보다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과 SA-2 지대공 미사일 발사 장면에 더 큰 관심을 갖는 모양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군은 이번 훈련에 차륜형 실크웜 미사일과 SA-2 지대공 미사일, 122mm 방사포, 자주포 등을 동원해 실제 사격을 했다”고 전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실제로 실크웜 미사일을 발사한 적은 2000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안다”며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 ▲ 北인민군은 이날 훈련 장면을 보도하면서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 발사 장면도 공개했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北인민군은 이날 훈련 장면을 보도하면서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 발사 장면도 공개했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북한 인민군이 보유한 실크웜 미사일의 원형은 1950년대 소련이 처음 개발한 대함미사일 ‘스틱스(Styx)’를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이 도입해 개량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은 1958년 ‘스틱스’ 미사일의 설계도를 구해 ‘역설계’를 시작했다.

    소련이 만든 스틱스 미사일의 원형은 사정거리 40km에 속도 마하 0.9, 레이더 반능동 방식으로 유도되는 형태로 현재의 미사일에 비해서는 성능이 떨어지는 편이다. 중공군은 이를 자체 개량해 사정거리 130km인 SY-2 실크웜 미사일을 만들어 냈다.

    북한 인민군은 중공군의 SY-2 ‘실크웜’을 도입한 뒤 연료와 유도장치 등을 개량해 사정거리 160km의 대함 미사일 ‘KN-01’을 만들어 냈다. 이번에 공개한 미사일도 ‘KN-01’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이번에 공개한 ‘북한판 실크웜’ 미사일이 차량을 통해 발사됐다는 점은 북한 인민군 4군단의 해안 지역에서 발사하면, 서북도서 인근 NLL 지역은 물론 인천 남쪽에 있는 한국 해군 함정까지도 사정거리에 들어간다는 점이 상당한 위협이다.

  • ▲ 과거 중공군이 소련제 '스틱스' 미사일 설계도를 입수한 뒤 만든 SY-2 실크웜 미사일의 원형 'HY-2'.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과거 중공군이 소련제 '스틱스' 미사일 설계도를 입수한 뒤 만든 SY-2 실크웜 미사일의 원형 'HY-2'.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北선전매체가 공개한 장면에 등장한 SA-2 ‘가이드라인’ 지대공 미사일은 사실 상당히 구형이다. 1957년 소련이 개발한 SA-2는 러시아에서는 S-75라 부른다. 초기형은 사정거리 29km, 최대 요격고도 2만 3,000m에 불과하지만, 이후로도 개량을 거듭해 70년대에는 사정거리 43km, 최대 요격고도 3만m 짜리를 내놓기도 했다.

    SA-2 지대공 미사일은 1962년 소련 상공을 날던 미국의 U-2 정찰기를 격추하면서 유명해졌다. 이후에는 베트남 전쟁에서 美공군 전투기를 격추하는 데 사용됐다. 소련은 SA-2를 세계 각국에 수출했다. 이 가운데 중동 국가로 수출된 SA-2는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 공군기를 격추해 명성을 얻었다.

  • ▲ 과거 소련이 처음 개발한 지대공 미사일 SA-2 '가이드라인'. 소련에서의 이름은 S-75였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과거 소련이 처음 개발한 지대공 미사일 SA-2 '가이드라인'. 소련에서의 이름은 S-75였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북한 인민군의 SA-2가 위협적인 것은 바로 요격속도. 액체추진연료를 사용하는 2단계 추진체는 미사일을 최고 마하 3까지 날아갈 수 있게 만든다. 이 정도면 낮은 속도로 나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나 수송기, 순항 중인 전투기를 기습할 수 있다.

    북한 인민군은 2000년 SA-2 미사일 45기를 배치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180여 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인민군은 구형이 된 SA-2 미사일을 유지하기 위해 쿠바, 중동 등으로 화물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번 인민군 4군단의 섬 타격훈련에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 리병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4군단 주요 인사들이 김정은과 동행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