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더이상 의미없어…새로운 비전 제시 필요, 복지·증세논쟁, 새로운 재설계 해야
  •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선거결과를 인생의 성적표로 받고 사는 정치인에게 가장 무서운 단어는 낙선(落選)이 아니다.

    한번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하더라도 재보궐 선거라던지 총리, 장관, 공공기관장 등 얼마든지 다시 재기를 노릴 수 있는게 요즘 정치판이다.

    하지만 당에서 버림받는 건 의미가 다르다.
    낙천(落薦)은 한국 정치인들이 가장 무서워 하는 단어 1순위다.

    잘 싸우고 아쉽게 패배한 낙선은 국민들의 기억 속에라도 남지만, 공천조차 받지 못한 낙천 정치인은 입장이 다르다.

    여론의 기억 속에 지워지기도 전에 치고 올라오는 신예 정치인들에게 자리를 내줄 수 밖에 없다. 그게 이 바닥, 정치권 생리다.

    국회의원이 국민 눈치를 보기보다 공천권을 쥔 당 지도부에 굽신거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간혹 당에게 버림받았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돌아오는 이도 있다.

    흔히 말하는 계파 라인을 갈아타서도 아니고, 현직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는 사건사고가 일어나서도 아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정치인은 국민의 손에서 탄생된다는 '기본 중에 기본'을 밑바닥부터 다져온 이들이 일으키는 '작은 쿠데타'의 주인공들이다.

    제아무리 공천권이 막강하고 전략공천이 난무한다 해도 탄탄한 지역구 민심을 가진 후보는 당에서도 쉽게 대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개 그런 정치인들은 끝끝내 버티는 근성과 현장을 누비며 쌓은 내공이 다져진 독특한 품새를 지닌다.

    여의도 정치판이 가장 무서워하는 '악바리'들이다.

  • ▲ 인터뷰 하는 강승규 새누리당 마포 갑 당협위원장 ⓒ 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 인터뷰 하는 강승규 새누리당 마포 갑 당협위원장 ⓒ 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아주 먼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느낌이다."

    강승규 전 의원(마포 갑). 스스로를 일컫는데 '원조 친이계'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부터 함께 한 'MB의 입'이다.

    2002년부터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지내는 동안 서울시 공보관을 지냈고, 17대 대통령 인수위원회 부대변인을 거치며 친이계 언론창구로 활약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마포 갑에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친박계가 당권을 잡은 19대 총선에는 공천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후보를 내세운 새누리당은 마포 갑 지역을 민주통합당(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후보에게 내줬고, 강 전 의원은 우여곡절 끝에 올해 초 마포 갑 당협위원장 자리를 꿰찼다.

    내년 총선에 다시 한번 재기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시간이 없다."

    어렵사리 돌아온 당협위원장 자리인 만큼, 강 위원장의 마음은 급하다.

    당 내부 계파 싸움이라던지, 보수와 진보의 이념전쟁, 경제성장과 복지를 둘러싼 국가 정책 아젠다 논쟁보다는 무너진 지역구 조직을 수습하는게 먼저다.

    "새누리당이 마포를 비롯해 강북 여러지역에서 여러차례 선거에 지면서 조직이 많이 약해졌다. 서울시장부터 시의원, 구청장 등 주요 선출직에 새누리당이 전멸한 곳이라 빨리 조직 정비를 하고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준비하는데 정신이 없다."

    악바리로 불리는 강 위원장의 내공은 이런 곳에서 드러난다. 기자출신 경력에서 나오는 현장을 우선시 하는 자세가 그에게는 큰 장점이다.

    "마포는 주변 인접 자치구와 연관된 많은 민원이 있는 곳이다.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가 많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주민들과 계속 만나는 것 뿐이다. 이해 당사자들을 계속 만나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를 조정해 좋은 결과를 도출하는 방법은 결국 주민들과 대화를 끊임없이 계속하는 방법 밖에 없다."


  • ▲ 인터뷰 하는 강승규 새누리당 마포 갑 당협위원장 ⓒ 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 인터뷰 하는 강승규 새누리당 마포 갑 당협위원장 ⓒ 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더 이상의 친이-친박 논쟁은 국민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

    강승규 위원장은 새누리당의 '친이-친박' 해묵은 집안싸움을 이렇게 진단한다.

    이미 정권을 잡아본 친이계, 그리고 현재 권력을 쥐고 있지만 언젠가 놓아야 할 친박계가 다시 한번 정권 재창출을 위해 뭉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한 6년 반은 굉장히 행복한 시간이었고, 또 일을 많이 배운 기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당의 목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여야 하고, 당도 대통령의 마음을 이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친이와 친박이 정권을 놓고 혈투를 벌였던 2007년 경선 이후 세상의 가치와 국민의 염원은 변화하고 있다. 이제 다시 국민의 원하는 방향에 맞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정권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강 위원장이 제시하는 앞으로의 정치 비전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했던 정치를 앞으로도 그대로 가져갈 순 없다. 그 때 했던 일과 지금 우리가 해나가야 할 과제의 성격은 상당히 다르다. 여전히 전 대통령의 그늘에 있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받은 나의 임무를 회피하는 것이다."

    "이제는 친이로서의 임무는 마무리했다고 본다. 김무성 대표나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등과 함께 미래의 정치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복지? 증세? 지속가능한 복지가 답이다.

    강 위원장은 여야가 치열하게 싸우는 복지와 증세 문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미래 정치 개념을 제시했다.

    복지의 확대를 막을 수 없는 현 시점에서 공급자 중심의 정책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복지로 전환하는 '복지정책 재설계'가 시급하다고 그는 말한다.

    "무상급식으로 시작된 복지포퓰리즘이 여야를 넘나들면서 선거이슈가 됐고, 건전재정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복지문제로 떠올랐다."

    "복지는 계속 늘려야 하는 것이긴 하지만, 복지를 늘릴때는 신중해야 한다. 한번 늘어난 복지는 축소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 이것이 딜레마다."

    "복지 확대는 애초에 이 문제를 촉발한 야당과 박원순 시장 등이 제시한 공급자 중심의 정책으로 가서는 안된다. 복지를 받는 대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즉 수요자 중심으로 가는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

    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선택복지냐, 보편 복지냐는 문제를 벗어나 '지속가능한 복지'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인류가 계속된 개발을 하면서 대두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 지속가능한 개발이다. 마찬가지로 복지문제도 똑같은 시각에서 볼 수있다."

    "성장이 이뤄질수록 계층간의 갈등이 심화된다. 이런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해 복지를 확대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재원이다. 지속성이 있는 재원 확보가 가능한 제대로 된 설계가 필요하다."

    "여야가 대타협해 지금이라도 어떤 복지를 확대해야 하는지 논의해야 하고, 또 어떤 부분은 민간 참여나 일하는 복지 등 다른 방법으로 재원을 충당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즉 복지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이대로 증세도 안하고 복지만 늘려서는 결국은 남는 것은 빚더미와 재정파탄 뿐 일 것이다. 반대로 일방적인 복지축소는 사회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 ▲ 인터뷰 하는 강승규 새누리당 마포 갑 당협위원장 ⓒ 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야

    강 위원장은 김무성 대표 체제와 유승민 원내대표 선출 이후 증세와 복지 문제로 대립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 "대통령이 좀 더 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고한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이해는 할 수는 있다. 복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숨어있는 세원을 더 발굴하고, 경제를 활성화해서 또다시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시각의 맹점은 '경제활성화'라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과제라는 것이다. 아마 대통령이 예상하는 그정도의 재원을 확보할 만큼의 경제성장은 앞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게 대부분 경제학자들의 견해다."

    강 위원장은 당장 증세를 논의하기 어려운 정국이라면, 박 대통령이 복지 대상을 재설계하자는 당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과거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논쟁이 벌어졌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전으로 돌아가, 복지 수요가 꼭 필요한 곳에 복지 예산을 투입하는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정부가 복지와 세금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하고, 이를 통한 국민설득 과정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국민들은 혼란스러워 한다. 당장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과, 세율을 올려도 세금은 더 걷히지 않는다는 여당의 주장에 누구 말이 맞는지를 알 수가 없다."

    "이런 국민들에게 앞으로 복지 정책을 어떻게 가야 할지를 여당과 함께 국민을 설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박원순 시장, 복지재설계에 앞장 서야

    강 위원장은 복지 논쟁을 촉발시킨 야당과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이명박 정부가 글로벌 경제 위기를 겨우겨우 극복해나가던 시점에 야당이 무상급식을 들고 나왔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 문제에 최종 결제를 하면서 논란을 일단락냈다."

    "아마 복지문제가 계속 이렇게 혼란스러워진다면 박원순 시장은 이에 대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원순 시장 등이 복지문제에 대해 획기적인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 복지를 줄이자는게 아니라, 복지에 대한 명확한 설계를 재정리하는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재정파탄의 책임이 박 시장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다. 낭비적 요소를 줄이고, 불필요한 복지를 없애는데 박 시장도 앞장서야 한다."


  • ▲ 인터뷰 하는 강승규 새누리당 마포 갑 당협위원장 ⓒ 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오프라인 넘나드는 정치인돼야

    현재 마포 갑 지역구 국회의원은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다. 이변이 없다면 내년 총선은 노 의원과 강 위원장의 경쟁이 될 공산이 크다.

    두 사람다 언론인 출신이라는 공통점과 여야의 대표 전략통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끄는 곳이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현장만이 답'이라고 답했다.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 그런데 그 현장이라는 환경이 요즘에는 많이 달라졌다."

    "현장의 이야기를 잘 듣고 문제를 찾아내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 직접 현장에 가서 이해 당사자들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 만큼, 현장에서 만나기 힘든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것도 중요해진 시대다."

    "그런 점에서 나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기자출신의 경력도 많이 작용하지만, 공직생활과 국회의원을 하면서 쌓아온 소통 능력은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현장에서 문제를 정확히 찾아내는 소통능력과 이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행정능력을 주민들에게 계속 어필한다면 내년 총선도 승리할 것을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