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단임제, 제왕적 대통령 아닌 레임덕 대통령..여당 협조 자동 아냐"
  • ▲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한 가운데,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이 청와대를 향해 "지지율이 낮으면 언론이 마음 놓고 비판하게 된다"며 쓴소리를 했다.  

여연은 5일 '대통령 지지도와 국정운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언론이 대통령을 비판하고 싶어도 지지율이 높으면 함부로 비판하지 못하고, 지지율이 낮으면 마음 놓고 비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연은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고 여야 정치권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하루의 20% 정도를 의회와 대화하는데, 20% 정도는 언론과 대화하는데 쓰고 나머지 60%로 다른 일을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 논란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연은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과 관련해 "대통령의 권한이 갈수록 줄어들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데도 국민들은 대통령이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듯이 생각하고 기대를 하는데, 이 기대가 꺽이면 바로 실망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에 대한 기대심리가 크면 지지율이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망감이 생기면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지지도가 빠지면 가장 먼저 비판에 나서는 게 협조적 관계를 지녔던 언론들임에 유의해야 한다"며 "
결국 대통령 지지도가 너무 높은 것도 정권에는 큰 부담이며,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충고했다. 

보고서는 "미국 대통령은 정책이 지지도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추진하기 전에 합의 이슈를 먼저 내놓아 지지도를 올려놓고 갈등 이슈를 추진한다"며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연말정산 체계 개편 등에 대한 추진방식을 지적하 듯 "대통령이 일방적·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이끌고 간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여연은 임기 말 대통령의 위기와 관련, "여당 내 반대세력의 반 대통령 행보는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 약화를 가속화한다"면서 "이는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할 정치세력의 존재 필요성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청 관계와 관련해선 "대통령에 대한 여당의 지원이나 협조는 예전처럼 자동적인 것이 아니다. 원활한 관계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야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야당이 언제까지나 지리멸렬한 상태로 놓여 있는 것은 아니기에, 적절한 소통과 관계 유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차기 주자들은 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려 할 것이다. 오늘의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세종시 법안과 같은 것을 하고 싶어 한다"며 "이는 현직 대통령에게는 상당히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당의 협조를 위해선 정무적 관계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정치력과 정무적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관료들이 아니라, 충성심이 강한 측근들이 대통령의 어젠더를 정무적으로 이끌어가야만 임기 후반의 위기나 도전을 정치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여연은 "5년 단임제에 기반을 둔 한국의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이 아닌 '레임덕 대통령'"이라며 "지지도를 단순한 국민들 평가라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전략적 접근을 통해 사전에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정치적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여연의 이 같은 '쓴소리 보고서'는,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을 놓고 새누리당의 계파갈등이 깊어지는 형국에 나온 보고서여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앞서 김무성 대표는 공석인 여의도연구원장에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 이사장을 내정했지만,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계 일각의 반발이 거세 최종 임명을 보류한 상태다.

일각에선 지난 2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유승민 의원이, 정책위의장에 원유철 의원이 선출, '비박계'가 여당 지도부를 장악하면서 마지막 남은 여의도연구원장마저 비박계의 뜻대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선 "철저하게 중립적인 인물을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태여서 박 이사장 최종 임명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