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 비판으로 주도권 확보-지지율 동반상승 견인 예측도
  •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원내대표 경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원내대표 경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여당 내 야당'이라 불리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등장으로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연일 쓴소리를 쏟아내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증세-복지 문제 등 주요 정책 의제는 물론 국가 혁신안에 대한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같은 존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 2일 원내대표로 당선되자 마자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각을 세웠다.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 국민들도 다 알고 있다"며 "복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다가 국가 재정이 적자로 돌아섰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대선 공약에 이어 취임 이후 줄곧 유지해온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조세정책 기조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우선 유 원내대표의 발언은 표면적으로 당청관계의 긴장 내지는 갈등관계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증세-복지 문제 등 강력한 사회적 이슈를 선점하면서 결과적으로 당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박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의 '각세우기'가 새누리당의 중도·혁신 이미지를 강화시켜주면서, 지지율 동반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주요 의제였던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한 바 있다. 특히 당내 보수성향 의원들이 이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펼치면서 집중적인 국민적 관심을 이끌었다. 

    당시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새정치민주연합 전신)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공천 실패 논란 속에 새누리당에 패배했다. 야당은 이후 대선 과정에서도 여당의 '경제민주화' 등 복지공약 선점에 전적으로 끌려다니며 주도권 싸움에서 전적으로 밀린 바 있다. 

    자칫 지난 총선과 대선 때처럼 야당의 존재감을 크게 축소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당 대표 후보가 "유승민 원내대표가 우리가 할 말을 선점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증세없는 복지' 비판론을 내년 총선까지 끌고 갈 경우, 결국 불리한 건 야당이 될 것이란 얘기다. 
  • ▲ 지난 2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당선된 유승민(왼쪽) 의원이 김무성 대표(가운데)와 원유철 정책위의장 당선자와 손을 번쩍 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 지난 2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당선된 유승민(왼쪽) 의원이 김무성 대표(가운데)와 원유철 정책위의장 당선자와 손을 번쩍 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실제 최근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정부의 복지론과 인적쇄신론 등에 더욱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을 쏟아내면서 야당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묻힌 분위기다. 당내에선 '할 말 하는' 유승민 체제가 안착하면 모든 아젠다 선점에서 여당에 밀릴 것이란 우려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개헌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들어 관심이 쏠린다. 우 원내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내년 4월 총선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부치자. 그러기 위해 2월 임시국회 중에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하자"며 개헌 논의에 불을 붙였다. 또 다른 이슈 선점을 위해 꺼져가는 개헌 불씨 살리기에 나선 셈이다. 

수도권 출신의 여당 의원은 "유 원내대표는 연일 증세 복지, 인적쇄신, 등 주요 이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야당 입장에선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같은 존재가 등장했다는 위기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과 청은 어차피 공동운명체다. 지금은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주목해야할 점은 여당의 정부 비판으로 야당의 할 말이 없어졌다는 것"이라며 "주도권 확보를 위해 야당이 새로운 이슈를 찾아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유승민 의원의 등장으로 야당과 청와대 뿐만 아니라 김무성 대표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