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오해한 듯… 흡연경고 그림 부착만 재논의
  • ▲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가 2일 오전 11시, 회동 시작을 앞두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자리에 착석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가 2일 오전 11시, 회동 시작을 앞두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자리에 착석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마지막 날인 2일 국회에서는 담뱃값 인상 '불발'이라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날 여야 원내지도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그리고 오후 2시 30분까지 오후 4시 15분까지 두 차례에 걸쳐 4시간 여의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이토록 협상이 길어진 이유는 지난달 26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자동 부의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때문이다.

    담뱃값 2000원 인상과 관련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됐지만, 이 개정안에는 핵심적인 개정 내용이 하나 더 있었다.

    외국처럼 담뱃갑에 폐암과 관련한 섬뜩한 그림 등을 삽입하도록 하는 흡연경고그림 강제 삽입 조항이 그것이다.

  • ▲ 미국에서 담뱃갑에 부착을 강제하는 흡연경고그림. ⓒ연합뉴스 사진DB
    ▲ 미국에서 담뱃갑에 부착을 강제하는 흡연경고그림. ⓒ연합뉴스 사진DB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이 개정안이 자동 부의된 것을 놓고, 예산(세입)과 관련 없는 정책 조항이 자동 상정된 것은 국회선진화법과 무관하다고 항의했다.

    상임위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정의화 의장도 이 사실을 눈치채고 "세입과 관련 없는 정책 조항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자동 부의돼 처리되서는 곤란하다"는 뜻을 여당 원내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장께서 경고 그림 부착은 정책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빼야 된다고 요구한다"면서도 "담배 표지에 경고 그림을 부착하는 조항을 빼는 것은 담뱃세를 인상하면서 국민의 금연을 확대해보자는 금연 정책을 송두리째 몰각시키는 면이 있어서 경고 그림 부착도 반드시 관철시켜야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4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결국 새누리당이 뜻을 접고 이 부분을 양보하면서 양당 원내대표는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

    김재원 원내수석은 회동을 마치고 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게시하는 조항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는데 복지위 야당 의원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2시간 논의하다가 빼기로 했다"며 "새로 수정동의안을 만들어서 경고 그림을 삭제하고 국민건강증진기금에 물가 연동시키는 부분에 대해 보완해서 처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 일부 매체가 '담뱃값 인상 불발'로 타전한 내용. 다른 매체의 기사는 포털에서 이미 삭제됐다. ⓒ네이버 화면 캡처
    ▲ 일부 매체가 '담뱃값 인상 불발'로 타전한 내용. 다른 매체의 기사는 포털에서 이미 삭제됐다. ⓒ네이버 화면 캡처


    문제는 여기서 벌어졌다.'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대해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새로 수정동의안을 만들어 보완해 처리하기로 했다'는 부분만 떼놓고 보면 마치 담뱃값 인상 자체가 야당 의원들의 반대를 넘지 못해 추후 보완해 처리하기로 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 것이다.

    일부 매체는 합의사항 전문이 복사·배포되기도 전에 양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브리핑만 듣고 성급히 '담뱃값 인상 불발'을 속보로 내보냈다.  

    이 속보를 다른 언론사에서 받아쓰면서 인터넷 공간에서는 한동안 담뱃값 인상 여부를 놓고 혼란이 일었다.

    실제로는 담뱃값 인상 관련 3법(지방세법·개별소비세법·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모두가 본회의에 여야 합의에 따른 수정동의안이 제출되는 대상에 포함됐다. 따라서 새해부터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다만 담뱃갑에 흡연경고그림을 부착하는 조항과, 담뱃값을 물가와 연동시키기로 한 조항은 양당 원내대표 합의 과정에서 보류됐다. 이 두 조항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추후 논의할 과제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