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체육관 공기조절 담당자 만나보니…
  • ▲ 인천 계양체육관.ⓒ정재훈 기자
    ▲ 인천 계양체육관.ⓒ정재훈 기자

    인천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 단체전 8강에서 일본은 대한민국에게 패한 후, 계양체육관 ‘에어컨’ 바람이 자신들에게만 불리하게 작용했다며 '승부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일본의 마스다 게이타 코치의 '바람 핑계'는 지난 22일 일본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일본 측 주장의 핵심은 경기장 에어컨 바람 방향을 조작, 일본측에 불리한 방향으로 바람을 일으키게 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본 측 주장이 과학적으로 맞는 것일까?

    경기장내 에어컨 바람 토출구를 원격으로 조절할 수만 있으면, 가능한 일일 것이다.
    뉴데일리는 계양체육관 공기조절을 담당하는 인천시설관리공단 계양경기장팀 이상구 사원을 23일 만났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계양체육관 상층부 에어컨 공기 토출구엔 분명히 원형의 바람 방향 조절 날개가 달려있다.
    그러나 리모컨으로 원격조종이 되지 않는 구조다.
    가정용 또는 사무실에서 볼 수 있는 에어컨 처럼, 바람 나오는 방향을 리모컨을 이용해 조절하는 기능이 없는 단순 토출구에 불과했다.
    처음 에어컨을 설치할 때 바람 토출방향이 한 방향으로 고정돼 있는 것이다.
    에어컨 조절은 경기장과 복도 두 부분을 나눠서 끄고 켜는 것과 온도를 설정하는 것외에 찬 공기가 나오는 바람의 풍향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은 애초에 없었다.

    일본 측에 불리하도록 바람 방향을 조작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트가 끝날 때마다 체육관 직원들이 엄청난 대형 리프트 장비를 동원, 체육관 천장 끝까지 올라가 수작업으로 바람 토출구 날개 방향을 일일이 바꿔주는 것뿐이다.

    어디 이게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일본측 관계자들과 일본 언론에 반문하고 싶다.

    이날 경기에서 실내에 바람이 분 것만큼은 사실로 밝혀졌다.
    체육관 실내와 복도 사이의 온도차에 의한 자연대류 때문이다.
    자연대류로 샹긴 바람이 어느 한 편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환경이 되려면, 세트마다 코트를 바꾸지 않아야 한다.배드민턴 경기는 매 세트마다 코트를 바꾼다.
    따라서자연대류 바람은 양측 모두에 영향을 줄 뿐이다.

    계양체육관 공기조절을 담당하는 이상구씨의 설명을 들어보자.


    "21일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 바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 
    이는 20일 정전사태와 연관이 있다. 

    19일 개막 후 20일 배드민턴 첫 경기를 하던 오전 정전이 일어났다.
    이날 정전은 2분만에 복구됐지만 21일 경기에서도 정전의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냉방 전력을 아끼기로 선택했다. 

    평소 경기장 안과 복도의 냉방을 동시에 진행,
    온도를 24도로 균일하게 맞춰왔다.

    그런데 21일에는 전력 과부하가 염려돼,
    경기장 내부와 복도의 냉방을 번갈아가며 했다. 

    이 과정에서 경기장 내부와 복도 사이에 온도 차이가 생겼다. 

    같은 온도에서는 바람(대류 또는 기류)이 발생하지 않지만,
    온도차가 발생하면 바람이 생긴다. 

    차가운 공기가 비교적 덜 차가운 공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공기의 흐름이 생기는 것이다. 

    21일 한국과 일본 선수들이 바람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바람은 복도와 경기장 안의 온도가 달라서 발생했다. 

    관중들이 출입하면서 온도 차가 있는 
    복도의 공기가 경기장 내부 공기와 섞이면서,
    바람이 발생했던 것이다. 

    21일 경기에서 한국과 일본 선수 모두 바람을 느꼈을 것이다. 
    공기조절기를 조작해서 일본에게 불리했다는 주장은 논리적이지 않다. 

    바람이 불었다면 두 선수에게 모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일방적으로 한편에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판단할 수 없다.

    경기장 시설은 조명부터 에어컨 토출구까지
    모두 건설을 할 때부터 고정된 것이다. 

    경기장 내부 시설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 

    전력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배드민턴 경기에서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바람이라는 변수를
    제대로 잡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반성한다."

       - 이상구 사원


    최성국 조직위원회 배드민턴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배드민턴 심판위원장 리 데니스(홍콩)가 직접 경기장을 찾아 공기조절기를 점검했다""리 데니스 심판위원장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 ▲ 인천 계양체육관.ⓒ정재훈 기자


    지난 21일 8강에서 만난 대한민국과 일본은 무려 5시간30분간 혈투를 벌였다.
    단식 3경기와 복식 2경기를 펼친 이날 단체전에서 일본이 문제를 제기한 경기는 첫 경기로 열린 일본의 타고 겐이치(25, 세계랭킹 4위)와 한국의 손완호(26,세계랭킹 7위)의 대결이었다. 

    이날 타고 겐이치는 손완호에게 세트 스코어 1대2로 역전패를 당했다.
    2010년부터 세계랭킹 5위권을 유지해 온 타고 겐이치와 손완호의 대결은 주목을 받았었다.
    지난해까지 세계랭킹 70위권에 머물렀던 손완호는 올해 초부터 급속도로 성장해 세계랭킹 7위까지 치고 올라온 상태였다. 

    손완호는 또 최근 4경기에서 타고 겐이치에게 3승1패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타고 겐이치는 손완호를 상대로 첫 세트는 승리했지만 2, 3세트를 연거푸 내주며 결국 패했다. 

    이날 타고 겐이치의 패배로 승기를 잃은 일본은 결국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 5월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일본 대표팀이 이날 대한민국에게 잡히며 8강에서 경기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