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은 교수·학생 간 지식 공동생산학위인지 학술인지 특성 알면 이해돼
  •  
  • 교수 출신들이 공직을 맡으려고 할 때 인사 검증을 능력이나 자질보다 논문부터 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가는 듯하다.

    그러나 이번 장관, 수석 후보자 등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제자들의 석사학위논문을 다듬어 학술논문으로 ‘공동’저자로 게재한 것은 ‘표절’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나, 이는 학위논문과 학술논문 작성상의 특성을 잘 모르고 지적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연구부정행위에는 없던 것을 지어내는 위조, 사실을 유불리하게 조작하는 변조, 남의 글을 인용하지 않고 쓰는 표절, 자기 글을 다시 쓰는 중복 게재, 무자격자의 추가나 유자격자의 누락의 부당한 저자 표시 등이 있다.

    이번 문제는 분류상 표절이 아니라 ‘부당한 저자 표시’에 해당된다. 이는 학위논문이나 이를 다듬어 출간한 학술논문 작성과정을 보면 제자 논문을 가로챈 표절이 아니라, 명백히 지도교수와 ‘공동’ 저작품에 해당한다.

    먼저 지도교수는 코스워크를 마칠 학생을 불러 논문주제를 상의하는데, 학생이 스스로 선정해 오는 일은 드물고, 지도교수가 논문주제 후보목록을 열거하면서 학생의 흥미와 관심을 묻고 협의를 통해 주제를 고르면 논문지도가 시작된다.

    막상 주제를 고른 후에도 얼마 못 가 그만두거나, 논문을 쓰던 중간에도 바꾼다. 일부 학생은 논문을 쓰지 못하고 수료로 마감한다. 이 경우 교수들은 ‘이런 시간과 노력을 들일 바에는 혼자 몇 편을 쓰지…’ 하고 한탄할 때가 있다.

    특히 석사학위논문은 학생이 처음 쓰는 본격적인 논문이라 지도교수가 일일이 지도해야 논문 모양을 갖춘다. 논문 제목, 이론적 배경, 선행연구 개관, 연구 내용, 연구 방법, 실험 설계나 설문지 작성, 표집, 결과 처리, 요약, 결론 쓰는 법, 참고문헌 다는 법 등에 이르기까지 교수가 일일이 ‘지도’한다.

    교수는 학생과 수시로 전화, 이메일, 면담 등을 거치면서 논문을 지도한다. 논문계획서가 통과한 후 학위논문작성은 짧게는 한 학기, 길게는 2∼3년이 소요된다. 한마디로 논문작성은 지도교수와 지도학생 간 지식의 공동생산, 진리의 공동생산 과정인 것이다.

    논문작성이 끝나고 심사를 통과하면 학위논문의 맨 처음에는 “○○○교수지도 석(박)사학위논문”이라고 지도교수의 이름을 새겨 그 공로를 인정하고, 추후 해당 논문에 대한 일정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수천편 석사논문이 통과되지만 이 중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것처럼 학술지에 정식 학술논문으로 게재되는 경우는 10%도 안 된다. 그만큼 대다수 석사논문들은 아직 습작 수준이다.

    그래서 일부 학술지에서는 석사나 박사과정 수료생의 논문은 접수하지 않는다. 이 경우 학생들은 지도교수와 공동저작이나 그 도움을 받는다.

    이번에 관련 학생이 지도교수와 이름을 같이 들어가는 것이 영광이라고 말한 것이나, 지도교수의 손을 거쳐야 논문이 통과될 것이라고 한 것도 모두 지도교수의 공력을 말하는 것이다.

    학위논문은 분명 공동저작이고, 이것은 ‘미’출판(unpublished)이므로 이를 다듬어서 학술지에 공저자로 학술논문을 내는 것은 적법하다.

    학위논문을 다듬어 학술지에 정식으로 학술논문으로 펴낼 경우, 학생은 제1저자이고 지도교수는 교신저자가 되는 것이 정상이다. 전체 책임이나 중요성은 교신저자에게 있다. 그러나 인문사회계에서는 제1저자, 교신저자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지 못하다.

    학위논문을 꼼꼼히 지도한 것은 교육적으로 칭송할 만한 것이며, 더구나 그중에서 잘 된 논문을 학술지에 정식 논문으로 낸 것은 대단한 성과이다. 다만 학생 혼자 혹은 지도교수 혼자 작성한 것인 양 학술논문으로 내는 것은 부당한 저자 표시에 해당한다.

    학위논문, 학술논문 완성까지 데려가는 교수들의 노력을 윤리라는 이름으로, 검증이라는 절차로 함부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그간의 학위논문 표절 논란은 명백히 오해에서 일어난 것이므로, 향후 이런 불필요한 논란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2014년 6월23일, 세계일보 시론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