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비서진-내각 배석 안시켜…교체 염두한 듯 처음 희생자들 영웅으로 칭해…유가족 요구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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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권혁규군,
    어린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탈출시키고 실종된 고 권혁규군,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어 사망한 고 정차웅군,
    세월호의 침몰 사실을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하고도
    정작 본인은 돌아오지 못한 고 최덕하군….


    박근혜 대통령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 해양경찰(해경)과 안전행정부의 해체를 발표하던 단호한 얼굴은 이내 눈물 범벅이 됐다. 

    19일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문 발표 말미에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영웅이자 희생자가 된 학생들과 선생님의 이름을 한글자씩 꾹꾹 눌러 불렀다. 

    박 대통령은 "제자들을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고 남윤철, 최혜정 선생님, 마지막까지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생을 마감한 고 박지영, 김기웅, 정현선 님과 양대홍 사무장님, 민간 잠수사 고 이광욱 님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봅니다"고 말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세월호 사고 관련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던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MBN 방송화면
    ▲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세월호 사고 관련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던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MBN 방송화면

    잠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는 순간에도 박 대통령의 표정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오히려 더 단호함이 묻어났다. "이런 분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희생자를 영웅이라 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만난 유가족 대표단의 "세월호 진상 규명으로 소중한 희생자들을 영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수용한 대목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빚어진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허리를 숙였다. 

    박 대통령은 앞서 국무회의나 지난 16일 세월호 유가족 17명과의 만남 등을 통해 지금까지 다섯 번 사과했다. 이번엔 국민 전체를 향해 있었다.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도 했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오전 9시부터 24분 간 진행된 대국민담화에는 청와대 비서진 대부분이 참석하지 않았다. 지금껏 박 대통령의 주요 회견 때마다 청와대 수석 및 비서관과 장관들이 반 원형 모양으로 둘러 앉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홍보수석실 인원을 제외하면 박흥렬 경호실장과 우경하 의전비서관, 안봉근 제 2부속비서관이 전부였다. 

    여기에는 담화 후속조치로 개각을 포함한 적잖은 규모의 청와대 비서실 개편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들을 배석시키는 게 적절치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1박2일 일정으로 UAE로 출국하는 길에도 별도의 환송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