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전국구, 초선)은 12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경질을 요구한 데 이어 13일에는 "국방부가 안보장사를 한다"는 비난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자료사진]
    ▲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전국구, 초선)은 12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경질을 요구한 데 이어 13일에는 "국방부가 안보장사를 한다"는 비난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자료사진]

    “최근 국방부의 일련의 행태를 보면 상습적 안보 장사가 도를 넘고 있다.
    어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의 부적절한 발언은
    단일 사안이 아니라
    최근 국방부가 보여준 일련의 안보장사 행태의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무슨 종북 매체의 논평이 아니다.
    여당이라는 새누리당 소속 초선 의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이다.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을 경질시키라고 주장했던,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부산 해운대구, 초선)
    13일 오후 1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https://www.facebook.com/radiohahapage/posts/662114407194933)
    중 일부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2일 김민석 대변인이 “북한은 나라도 아니다. 빨리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말한 것에 대해 비난하다 이번에는 국방부 전체를 싸잡아 비난했다.

    하태경 의원은
    올초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 나와
    여야 의원들에게 현재 안보상황을 브리핑한 것부터 비난했다.

  • ▲ 하태경 의원이 13일 오후 1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캡쳐]
    ▲ 하태경 의원이 13일 오후 1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캡쳐]



    “지난 12월 장성택 처형 직후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올 1~3월 중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크다’고
    위기의식을 한껏 부추겼다.

    이 말을 한 당사자가 민간 전문가도 아닌 국방부 장관이어서
    외신은 전쟁 나는 것 아니냐며 아주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 때문에 한국 출장이나 회의 참석차 방문하기로 한 사람들이
    줄줄이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실제로 3월에 공해로 북한 미사일 발사가 있었지만
    북한의 대남 직접 도발이면 몰라도
    이것이 국방부 장관이 직접 나서 미리 경고할 정도의 사건은 아니다.

    국방부가 북한 내부에서 어떤 첩보를 입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첩보를 처리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민간 전문가를 통해 흘릴 수도 있는 첩보를 국방부 장관이 직접 발언하면
    국가 리스크를 상승시키고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하태경 의원은
    북한이 올초부터 잇단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외신보도를
    국방부가 확인해준 것도 ‘국방부 탓’으로 돌렸다.

    하태경 의원은
    심지어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마치 국방부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린 것처럼 주장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4월에도 똑같은 행태를 반복했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지난 4월 22일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임박한 수준”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또 “4월 30일 이전에 큰일이 일어날 것” “북에서 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등의 언급이 국방부에서 나왔다.

    마치 대단히 확실한 정보를 북한에서 입수한 것처럼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북한은 지금까지 4차 핵실험을 하지 않았고
    국방부의 ‘4월 30일 핵실험설’은 빈말로 끝났다.

    이 핵실험 발언도 민간전문가가 했으면 하나의 가능성으로 끝날 일이나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안보불안 심리를 고조시키고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주었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12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을 두고도
    “당신이 정치인이냐”는 식으로 비난하며,
    “국방장관과 전혀 조율되지 않은 감정적 발언”이라고 폄하했다.

    “급기야 어제 김민석 대변인은 자신이 마치 정치인인 것처럼
    “북한은 없어져야 할 나라”라는 강경한 언급을 했다.

    국방부가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하지 않은 발언을
    무인기 사건으로 한 것이다.

    김 대변인은 정치인이 아니다.
    정부 대변인의 발언은 정부의 공식 정책기조에 맞게
    아주 냉정하고 차분하게 나와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과거 "북한의 악의 축"이라고 말한 미국 부시 정부와 달리
    북한의 붕괴를 공공연한 정책 목표로 삼고 있지 않다.
    그런데 국방부 장관과도 전혀 조율되지 않은
    감정적인 발언을 대변인이 즉흥적으로 한 것이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12일 김민석 대변인의 발언이
    “최근 국방부의 행태 속에서 나왔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앞에서 언급한 국방부의 과거 발언들,
    즉 1~3월 북한 도발설, 4월 핵실험설 등
    불확실한 첩보를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발언한 것을 보면 말이다.

    국방부가 불확실하더라도 첩보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전면에 나서 안보위기를 부추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안보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태경 의원은
    “국방부의 안보의식이 철두철미하지도 않다”면서
    북한이 보낸 무인기 발견 당시 국방부가 “대공용의점이 없다”고 했던 점과
    우리 군의 무인기 공개를 그 예로 들었다.

    하태경 의원은
    “이런 국방부의 안보장사꾼 행태가 상습화되어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며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했다.

  • ▲ 2013년 12월 17일 국회에 출석한 김관진 장관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 당시 MBN 보도화면 캡쳐]
    ▲ 2013년 12월 17일 국회에 출석한 김관진 장관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 당시 MBN 보도화면 캡쳐]

    하지만 일각에서는
    하태경 의원의 이런 ‘주장’이 사실에 기반을 둔 게 아니라는 비판이 인다.

    우선 김관진 국방장관이
    “2014년 1~3월 중 북한의 도발이 예상된다”고 말한 것은
    김관진 장관이 직접 기자들이나 의원을 찾아가 밝힌 게 아니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의원들이 물어본 것이다.

    만약 김관진 장관이 국회의원들에게
    “군사기밀입니다”라고 답했다면,
    하태경 의원은 또 뭐라고 했을까?

    그 다음 북한이 지대지 탄도 미사일과 대구경 장사정포를 발사한 것에 대해
    국방부가 정보를 제공한 것은
    이미 일반인도 외신을 통해 모두 알 수 있는 사항이어서
    ‘기밀’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국내 언론들에게 설명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4차 핵실험 징후 이야기는
    미국에 있는 북한전문매체들이
    ‘디지털 글로브’라는 미국의 상업위성회사로부터 얻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사진을 분석한 뒤 발표했고,
    이를 세계 각국 외신들이 받아쓴 다음
    국내 언론들이 확인을 요청하자 밝힌 것이었다.

  • ▲ 美디지털 글로브가 제공한 위성사진을 美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분석한 사진. [사진: 38노스 화면캡쳐]
    ▲ 美디지털 글로브가 제공한 위성사진을 美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분석한 사진. [사진: 38노스 화면캡쳐]

    북한의 경우
    김정은의 명령이면
    핵실험이든 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든 2~3일 이내에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해외매체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부분이다.

    하태경 의원이
    이 같은 ‘사실’을 외면한 채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에 이어 국방부까지 싸잡아 비난하자
    그를 보는 유권자들의 시선은 싸늘해지고 있다.

    일부 시민은 그의 페이스북에서
    “그럼, 의원님의 최고존엄은 대체 누구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