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합법정부 부정, 북한의 날조된 토지 무상분배 주장 되풀이
  • 왜곡(歪曲) 국사 교과서,
    수정(修正) 거부해선 안 돼



    강규형/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현대사


    2011년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 논의에서

  • ▲ 강규형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
    ▲ 강규형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


    국사학계가 집요하게 요구한 사안이 있었다.

    [대한민국이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됐다]

    문장에서
    [한반도의 유일한]을 빼야 한다는 것과
    [자유민주주의]란 용어를 써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한반도의 유일한]
    이란 표현이 들어가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국사학계의 왜곡된 인식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런 오류(誤謬)의 뿌리는
    고(故) 리영희 교수에게 있다.

    “이 나라는
    엄청난 미신으로부터 출발했다.

    그것은,
    한국이
    유엔 총회에서 승인한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것이다"

      - 2004년 11월 강연


    1991년부터 시작된 이런 끈질긴 주장은
    은연중에 운동권과 국사학계에 스며들었다.
    그러나,
    그는
    결의문의 내용을 오역(誤譯)하면서
    사실을 왜곡(歪曲)했다.

    가장 중요한 결의문 구절을
    [그 지역(38선 이남)에서
    그와 같은(such=합법적인) 유일한 정부임을 선언한다]
    고 번역했지만,
    이것은 [의도적인 오역]이었다.

    원문에는 [그 지역에서]란 단어 자체가 없고
    [한국에서](in Korea)라고 표기돼 있다.

    1948년 12월 유엔총회 결의문을 보면,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 전체의 관할권을 갖는다]는 표현은 없다.

    그러나 당시 한반도에 이미 존재하던 [두 체제] 중에
    [대한민국만이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점은 명료하게 표현돼 있다.

    그런데도 왜
    [유일 합법정부]
    를 부정하는 주장이 나왔는가.

    그것은 38선 이북의 북한정권도
    [합법정부]
    임을 주장하고 싶은 속마음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검정심사에서 합격한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해
    총 829건의 오류가 발견됐다며,
    해당 출판사에 수정(修正)·보완을 권고했다.

    교학사 필진은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다른 교과서 필진들은 알아서 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독립국가연합(CIS)을
    미국 드라마 제목인 CSI로 오기(천재교육)한 것과 같은
    단순 오류는 수정할 것 같지만,

    국사학계 다수가 맹신하는
    [민족지상주의]
    <수정주의>(修正主義)
    해석의 오류에 대해선
    수정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집필기준을 어기고
    [유엔 총회는
    대한민국 정부를

    선거가 가능하였던 38도선 이남 지역에서
    정통성을 가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하였다]
    (천재교육)고 한
    왜곡 서술을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하다.

    또한 교육부 지적대로
    2개 교과서(지학사, 교학사)를 제외한 6종 교과서는
    북한의 토지개혁에 대해
    [무상몰수 무상분배]라는 기존의 천편일률적 오류를 되풀이했다.

    이미 면밀한 연구를 통해 밝혀진 대로
    이런 주장은 날조된 허구였다.
    북한에서 토지의 무상분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농민들에게 단지 경작권만 일시적으로 줬다가
    집단농장화한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역시 반드시 수정돼야 할 내용이다.

    국사학계의
    일천한 현대사 연구와 교육의 틈을 파고들었던
    [폐쇄적]이고 [민족지상주의]적인
    <수정주의>

    대한민국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상정했다.

    그래서 주권을 가진 근대 국민국가로서의 성립과 성장이라든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선택과 발전이라는,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시된 대신
    협소한 [저항운동사]가 자리잡았다.

    그러다보니
    대한민국이 이뤄낸 성취를 강조하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서술하는 경향이 강했던 것이다.

    다행인 것은
    한국사 교과서가 점점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4년에 나온 금성출판사의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는
    거의 북한 교과서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압도적 채택률을 보였다.
    이것은 한국사회가 깊이 고민해 봐야 할 사회현상이다.

    다행히 이제는 그런 교과서는 나오지 않는다.
    2011년에 나온 한국사교과서들은
    아직 많은 문제를 갖고 있었지만
    이전보다는 개선됐다.

    이번 교과서들도 더 개선됐다.

    예를 들면,
    왜곡된 자료인 피카소의 그림
    <한국에서의 학살>

    이제 교과서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서술체계 자체가 잘못 잡혀 있다.
    오랜 숙성 과정을 거친 반(反)대한민국적 <수정주의> 역사관을 교정하려면
    앞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국사학계 현대사 인식의 획기적인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필자가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을 수정보완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