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떠나는 탈북자들> ①그치지 않는 脫南 행렬
    2만5천여명 중 약 8% 제3국행·재입북 추정



    새로운 삶을 찾아 죽음을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에 와놓고도 다시 한국을 등지는 탈북자들이 그치지 않고 있다. 대부분 선진국을 포함한 제3국 행을 택하지만 일부는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한국에서 살다가 최근 재입북해 남한 사회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한 박진근(49) 씨와 장광철(33) 씨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을 떠나는 탈북자는 얼마나 되고 이들은 왜 한국에 등을 돌리는 것일까.

    탈북자 단체들에 따르면 한국에 왔다가 제3국으로 갔거나 북한으로 돌아간 탈북자 수는 많게는 2천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누적 탈북자 2만5천560명의 약 8%에 달한다.

    이같이 추정만 할 뿐 한국을 떠난 탈북자들의 정확한 수는 알 수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주무 부처인 통일부도 이에 관한 정확한 통계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통일부는 탈북자 수가 많을뿐더러 이들의 출입국 기록도 사생활 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모두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박진근 씨와 장광철 씨를 포함해 정부가 집계한 재입북 탈북자는 모두 12명이다.

    이 또한 재입북 기자회견 등으로 공개된 사례를 합한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북한 당국도 모르게 재입북한 탈북자가 얼마나 더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제3국 행을 택하는 탈북자들은 대부분 중국으로 돌아가거나 선진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한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세계적으로 난민 지위를 받은 탈북자는 1천99명에 달한다. 난민 신청을 하고 대기 중인 탈북자도 1천27명이나 됐다. 이들 중에는 한국을 거치지 않고 제3국으로 간 탈북자도 포함돼 있다.

    탈북 난민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은 영국으로, 619명이었다.
    이어 독일(138명), 캐나다(119명), 벨기에(61명) 순으로 탈북 난민이 많았다.

    탈북자들이 한국을 떠나 제3국으로 가거나 재입북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잊지 못해 북한으로 돌아가는 탈북자도 있다. 지난해 6월 탈북자 박인숙 씨가 북한에서 기자회견을 했을 때도 박 씨가 북한에 남은 아들의 병환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돌았다. 북한이 아들을 미끼로 박 씨의 재입북을 유도했다는 말도 나왔다.

    돈을 벌러 중국에 간 탈북자가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되는 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탈북자들이 한국을 떠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이들이 한국 생활 적응에서 겪는 어려움이다. 특히 이들이 탈북 브로커에게 지불해야 하는 과도한 돈은 그렇지 않아도 힘겨운 한국 생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문제는 재입북이나 제3국 행도 탈북자들에게 믿을 만한 탈출구가 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올해 1월 재입북 기자회견을 한 고경희 씨가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선진국들이 잇달아 난민 정책을 강화하면서 탈북 난민도 감소하는 추세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가 탈북 난민 신청자 중 한국 국적자들을 가려내기 위한 심사를 강화한 탓에 올해 상반기 캐나다에서 난민으로 인정된 탈북자는 작년 동기의 20% 수준으로 급감했다.

    미국 정부가 2013 회계연도(작년 10월 1일∼올해 9월 30일)에 난민으로 인정한 탈북자도 17명으로, 2011 회계연도(23명)와 2012 회계연도(22명)보다 줄었다.

    어렵게 난민으로 인정된 탈북자들의 제3국 생활도 녹록지 않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탈북 난민들이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유럽 선진국에서 난민으로 살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한 탈북자는 "탈북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이 싫어 제3국으로 갔지만 병원에서도 통역이 필요할 정도로 의사소통이 힘들어 정착을 포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