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독자 개발, 자신감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 잠수함 독자 개발, 자신감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 ▲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사)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실장·(주)솔트웍스 고문
    ▲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사)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실장·(주)솔트웍스 고문

    지난 4월 29일자 <조선일보>에
    [잠수함 독자 개발 성공, 조직정비가 시급하다]를 기고,
    방위사업청에 [잠수함 사업단] 구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감한다는 독자들 전화를 많이 받았다.

    5월 7일 국회 도서관에서
    <김성찬> 새누리당 의원(경남 진해) 주관으로 열린
    해군함정 관련 세미나에서는
    방위사업청 한국형 헬기 <수리온> 사업단장을 역임한
    육군 예비역 이 모 장군도
    [잠수함 사업단]이 꼭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방사청에서 <수리온>을 독자개발 하는데
    들였던 예산은 1조 3천억 원,
    사업 관리요원 60여 명이었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잠수함 독자개발에는
    2척을 만드는데
    1조 7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반면 사업관리 요원은 고작 20여 명에 불과하다.

    조직 개편에는
    법을 바꾸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

    지금은 사업초기라 문제점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앞으로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업단 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했음에도
    가시적인 변화가 없어 안타깝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려 할 것인가? 

  • ▲ 영국의 최신예 잠수함 '아스튜트급'. 잠수함 강국 영국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잠수함을 개발했다.
    ▲ 영국의 최신예 잠수함 '아스튜트급'. 잠수함 강국 영국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잠수함을 개발했다.

    잠수함 강국 미국도
    <LA급> 원자력 잠수함 개발 과정에서
    압력선체 제작과정에 용접오류가 생겨
    해체 후 다시 용접함으로서
    개발기간이 지연되고 엄청난 예산이 추가됐다.
    <LA급>을 개발하던 조선소는
    정부의 공적자금을 받고서야 도산을 면했다.

    영국의 <업홀더급> 디젤 잠수함은
    무장계통 설계오류로
    사업기간이 7년 연장된 바 있고,
    가장 최근에 개발한
    <아스튜트급> 원자력 잠수함도
    설계변경 등으로
    기간은 4년 지연되고,
    예산은 2조 6천억 원이 더 들었다.

    통계를 살펴보면,
    잠수함을 건조한 경험이 있는 나라도
    새로운 모델을 건조할 때는
    26개월 가량 사업이 지연됐다. 

  • ▲ 호주가 '독자개발'한 '콜린스급' 잠수함 3척이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콜린스급'은 배수량 3,360톤급 대형 재래식 잠수함이다.
    ▲ 호주가 '독자개발'한 '콜린스급' 잠수함 3척이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콜린스급'은 배수량 3,360톤급 대형 재래식 잠수함이다.

    호주는
    <콜린즈급> 잠수함을 독자 개발한다고 했지만
    설계는 스웨덴 회사가,
    건조는 호주 회사가 했으며,
    디젤엔진-전투체계 등 주요 장비개발에는
    해외 10개국 회사가 참여했다.

    이때 계약부터 해군에 잠수함을 인도할 때까지
    16년(통상 12년)이나 걸렸고,
    예산도
    초기 예상했던 것보다 25%이상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잠수함 독자 설계경험이 없다.
    독일 <HDW>의
    209급(장보고급),
    214급(손원일급) 잠수함 조립생산 경험과
    세계 1등 조선국이라는 자신감으로
    세계 어느 나라도 장담하지 못하는
    잠수함 100% 독자 개발을 선언한 것이다.

    잠수함 독자 개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발 기관들의 기술력을 총 결집할 수 있는 리더십,
    설계 및 구매선 변경 등이 필요할 때 신속한 의사 결정,
    추가로 필요한 예산 확보 등
    국책사업 수준으로 추진·관리해야 할 일 들이 너무 많다. 

    매년마다 보직 변경되는
    방사청 사업관리 요원들의 일천한 전문성과
    장비 개발 감독조차 할 수 없는 소규모 조직으로
    과연 이런 일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독자개발]한 잠수함을 구매하려는,
    많은 국가들이 지금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