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에서 숙제 내주고…1만2천자 분량의 발언 쏟아내기도
  •  

    “첫째, 둘째 얘기하니까 그런다고 기사 났는데, 그래도 그렇게 말씀 드리는 것이 편하지 않나요….”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외교부·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밝히며, 또 다시 “첫째로…”라고 말했다.
    이른바 박 대통령의 ‘순번 화법’이다.

    취임 이후 국무회의, 수석비서관 회의, 업무보고 등 각종 회의를 주재하면서 박 대통령의 꼼꼼한 성격이 세심한 리더십으로 구현되는 모습이 잇따라 목격되고 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청아대에서 외교부 통일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 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청아대에서 외교부 통일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에서 1시간동안 발언을 독점하며, 모든 장관에게 ‘숙제’를 내줬다.
    특히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합의된 뒤 처음 주재한 1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공개발언 4,000자, 비공개 발언 8천자 등 총 1만2천자 분량의 발언을 쏟아냈다.

    발언의 상당 부분은 청와대와 정부의 국정철학 공유와 국정과제를 챙기는 내용이었다.
    박 대통령이 구체적인 주문사항에 수석 및 장관들은 토씨하나 놓칠까 열심히 받아 적기 바쁘다.

    박 대통령은 지시사항이 많은 만큼 일관된 화법으로 정확한 전달을 원한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관된 화법의 대표적인 예는 [4대 국정기조]에 있다.
    박 대통령은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한반도 평화정착]의 중요성을 매 자리에서 힘주어 이야기 한 뒤 각 기조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덧붙인다.
    큰 주제를 언급한 뒤 구체적인 정책제안과 지시를 더해 이해도를 높이는 구조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붙이는 순번에는 숫자 4가 자주 등장해 이른바 [4가지 화법]이란 별칭도 붙었다.
    지난 14일에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4대 사회악인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범, 불량식품을 반드시 뿌리 뽑고 법이 사회적 약자에 방패가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같은 날 신임 장·차관의 업무원칙을 설명하면서도 “국정기조에 필요한 요소도 대부분 4가지로 요약합니다”고 밝혔다.
    18일에는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의 선순환을 위해 4가지가 중요한 데…”라며 순번을 이어갔다.

    27일 업무보고에서도 ‘첫째’로 시작한 대통령의 지시 순번은 셋째를 지나 4를 의미하는 ‘마지막’에서 끝이 났다.

    업무보고를 마친 뒤 자유토론에서도 ①북핵문제 진전방안 ②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추진방안 ③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추진방안 ④실질적 통일준비 방안을 논의했다고 김행 대변인이 전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청아대에서 외교부 통일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 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청아대에서 외교부 통일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순번을 붙이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는 ‘이공계 출신’의 명료함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방대한 내용을 압축해 지시하는 데 전달력을 높이는데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에서 ‘말’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고 있다. 박 대통령이 즐겨 쓰는 용어들만 봐도 국정과제, 핵심을 파악하기 수월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언어’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주는 무게감도 크지만, [뚝뚝] 끊어지는 언어에서 나오는 카리스마는 주위를 압도한다는 게 참모진의 설명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확실히 해달라’, ‘노력해 달라’, ‘해결해야 한다’…. 지시형으로 끝나는 대통령의 화술은 메시지가 명확하다.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지 구체적으로 지시하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