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군인들 "한미연합훈련 고맙습니다"

    신준식 /뉴포커스

  • 한미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가 시작되자 북핵 실험에 따른 유엔안보리이사회 제재와 맞물려 김정은 정권은 핵전쟁 협박까지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에 전쟁 위험 수위가 높아진 상태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제2전투훈련국(적 후방교란 담당 게릴라 부대) 소속 중위로 근무했다는 이기철 씨는 북한 군의 전쟁동원 실태와 관련하여 이런 증언을 했다.

     "북한에 있을 때, 우리는 해마다 진행되는 한미연합훈련이 오히려 기다려졌다. 전투동원태세에 따라 갱도나 전투진지에서 며칠 밤을 새는 것은 기본이고, 하루 밤에도 백리행군을 하고, 쉴 때에도 신발도 벗지 못한 상태로 쪽잠을 자야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육체적 고생보다 규정식사를 해서 너무 좋았다. 규정식사란 제2전투훈련국 하루 공급양인 800그램의 식사를 원칙대로 다 주는 것이다. 그릇 위로 올라오는 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평시에는 그릇 바닥이 보일 정도였다. 고깃국도 주고 건빵도 나눠줘서 병사들이 미국이 계속 훈련하면 좋겠다고 말하는 정도였다."

     501호건설관리지도국 소속 부대에서 근무했다는 김현수 씨는 "평시에는 건설 현장에 투입돼서 극심한 노동에 시달리거나, 농사지원을 나가야 한다. 말이 군대이지 곡괭이나 삽에 더 익숙했다. 그런데 전투동원태세 기간 중에는 고된 노동이 중단되고 갱도에 들어가 명령대기만 기다리면 되니까 그보다 편할 수가 없다. 갱도에서 며칠 밤을 보내야 하니 규정상 금지품인 술도 배낭안에 몰래 몇 병씩 가지고 들어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수 씨는 자기 부대 어느 중대에서는 명령 대기시간을 틈 타 주패놀이(카드놀이)로 시간을 보내다가 훈련과정을 상호 교환감시하는 타 군단 정치위원에게 들통 나 군법에 넘겨진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드놀이의 승패에 따라 지게 되는 사람이 민가에 나가 술을 구해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미연합훈련동안 북한 주민에게는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긴다.

     군인들이 제한된 지역에서 오랫동안 머물다보니 주변 리 당위원회에서 선군지원 명목으로 농장원들에게 온갖 지원품을 요구한다. 농장원들은 아껴봤자 군인들이 훔쳐가기 때문에 차라리 자발적으로 갖다 바치는 것이 더 낫다"면서 자기네 마을 가축을 절대 도둑질 하지 말아달라고 사정해서 약속한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김현수 씨는 "북한 군인들에게는 한미연합 훈련기간이 황금기나 다름없다. 어떤 병사들은 남쪽에서 훈련을 좀 더 오래 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이유는 딱 두가지였다. 먹을 수 있었고, 편해서였다."라고 말했다. 2001년 경 김정일은 군인들 속에 영양실조 환자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먹이는 것도 없는데 훈련강도까지 높이면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군사훈련의 반을 사상훈련으로 채우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

     북한 정권이 핵무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군인들도 재래식 무기도 군사적 요구를 충족시킬 형편이 못되는데 대한 유일한 대응책일 것이다. 북한군이 가장 손꼽아 기다려온 키 리졸브 한미연합훈련은 21일을 끝으로 종료된다. 이와 관련하여 군인출신 탈북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으로 봤을 때 현재 인민군대의 아쉬움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