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광학감시장비 등 보강계획 추진하면서 가격 대폭 인상
  • 美국방부가 "한국에 글로벌호크 4대(1세트)를 판매하겠다"는 의사를 의회에 공식 통보했다는 소식이 25일 오전 국내에 전해졌다.

    RQ-4 글로벌호크는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의 제조사인 노스롭 그루먼이 만드는 무인정찰기다. 2만2천m 이상의 고고도에서 38~42시간 동안 약 10만3,600㎢ 면적을 정찰할 수 있다. SAR(합성개구레이더), EO(전자광학장비), IR(적외선장비) 등으로 밤에도 지상의 30cm 크기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다.

    美국방부 국방안보협력국이 의회에 밝힌 한국판매가격은 12억 달러(한화 약 1조3천억 원). 이 소식을 들은 좌파진영은 "그런 정찰기가 왜 필요하냐"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언론들은 가격을 트집잡는 중이다. 

  • ▲ 2015년 경부터 우리 군이 도입할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 38~42시간 동안 정찰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 2015년 경부터 우리 군이 도입할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 38~42시간 동안 정찰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군은 2003년 6월 합동참모회의에서 고고도 무인정찰기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고, 2004년 4월 이를 도입하기로 했다. 2006년 6월부터 2008년 1월까지 국방대와 한국산업개발연구원에 대상 기종에 대한 선행 연구를 의뢰했다."

    국내언론들은 당시 국방부가 밝힌 글로벌호크 4대의 가격이 4,500억 원이었다는 걸 내세우고 있다. 미국이 2011년 7월 이 가격을 9,400억 원으로 인상했다며, 마치 미국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가격 부풀리기'를 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유독 '안보문제'에는 무관심한 국내언론이 '넘겨짚은' 것으로 판단된다.

    외신들은 2011년을 전후로 신형 광학장비와 성능개량 때문에 글로벌호크의 단가가 대폭 인상된 것을 꼬집은 보도를 내놨다.

    2011년 3월 13일 '타임'지는 "미군이 SAR(합성개구레이더) 등 탐지장비의 성능개량을 위해 292억 달러의 예산을 필요로 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당시 '타임'이 언급한 글로벌호크의 가격은 대당 7,280만 달러. 여기에 성능개량 사업을 거치게 되면 1대당 2억1,100만 달러가 소요된다고 소개했다. 

  • ▲ 2015년까지 미군이 개발하려는 RQ-4 글로벌호크 '블록 40'의 내부도. 미군도 지금은 블록 20과 블록 30을 사용 중이다..
    ▲ 2015년까지 미군이 개발하려는 RQ-4 글로벌호크 '블록 40'의 내부도. 미군도 지금은 블록 20과 블록 30을 사용 중이다..

    2011년 8월 13일 '데일리테크' 또한 "미군이 2015년까지 글로벌호크를 최신성능으로 개량하기 위해 대당 2억2천만 달러라는, 대규모 예산을 필요로 한다"는 요지의 보도를 했다.

    이밖에 해외 항공전문지 등은 미군이 현재 2015년까지 글로벌호크의 성능개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과 함께 美국방부 국방안보협력국이 美의회에 제출한 자료 등을 종합해보면 미국이 우리나라에 제시하는 글로벌호크는 싱가포르가 도입한 '블록 10'이 아니라 현재 사용 중인 '블록 30' 또는 앞으로 갖출 '블록 40' 수준의 정찰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외신도 글로벌호크의 단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배치돼 있는 유인정찰기 U-2S의 비행시간당 비용이 3만1천 달러 내외인데 반해 글로벌호크는 그 이상('타임'은 3만1,052달러로 추산)이라는 것이다.

  • ▲ 현재 주한미군에도 배치돼 있는 유인정찰기 U-2S. 사람이 조종하기 때문에 시간제약이 따른다.
    ▲ 현재 주한미군에도 배치돼 있는 유인정찰기 U-2S. 사람이 조종하기 때문에 시간제약이 따른다.

    한편 국방부는 美국방부 안보협력국이 제시한 가격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美국방부 안보협력국의 요청에 대해 의회가 승인하면 한국에 구매수락서(LOA)를 보내게 되는데 이때 한국 정부가 LOA를 검토한 뒤 가격협상 등에 나서게 된다. 방위사업청 등에서는 2013년 초부터 협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가 26일 설명한 내용이다.

    "언론에 알려진 글로벌호크 1세트(4대)의 가격은 6년 전의 가격이다. 미국은 지난해와 지난 10월에도 인상된 가격에 대해 알려왔다. 지금 언론이 '바가지'라고 말하는 가격보다는 훨씬 싸다. 여기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에도 알려줬다."

    방사청 측은 美국방부 안보협력국이 국회에 제안한 판매가격의 '비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사실 12억 달러라는 가격은 주변 시설 등 모든 변수를 넣어 부풀린 것이다. 이는 미국 국회의 승인 문제에 있다. 한국 판매가를 너무 낮게 책정할 경우 가격이 인상되면 다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면 협상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어서다."

    방사청 측은 "외신에서 보도한 개발비용의 부담을 우리나라에는 전가하지 않는다는 다짐도 했다"고 귀뜸했다.

    아시아 태평양 국가 중 글로벌호크를 보유한 나라로는 싱가포르가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글로벌호크는 '블록 20'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다.

    한국군의 글로벌호크 도입은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한국군 단독행사 및 한미연합사 해체에 따라 '주한미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다. 이번 미국의 결정은 한국군의 눈과 귀가 약한 것을 고려한 미국 측의 배려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