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검사 영장 기각, 예고된 ‘망신’..재청구 전망도 불투명내부개혁 요구 현직 검사..기자에게 문자 잘못 보내 ‘꼼수’ 탄로

  • 검찰이 오갈 곳 없는 사지(死地)로 내 몰렸다. 이번에도 원인은 밖이 아닌 안에 있었다.

    40대 여성 절도 피의자와 ‘불장난’을 벌인 초짜 검사를 뇌물수수죄로 구속기소한 검찰이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망신을 당했다.

    당초 우려했던 대로 법원은 성관계를 ‘향응’으로 보고 뇌물죄를 적용한 검찰의 판단에 ‘상당한 의문’을 나타냈다.

    부장검사의 억대 금품수수에 이은 초보 검사의 성추문으로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검찰이 꺼내든 카드가 오히려 독이 됐다.

    검찰은 27일 중으로 전 모(30) 검사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한다는 방침이지만 전 검사와 피해 여성 모두가 성관계의 ‘대가성’을 부정하고 있어, 전망은 부정적이다.

    검찰이 기사회생하기 위해선 대가성을 완강히 부정하고 있는 전 검사와 피해 여성이 진술을 번복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 내부의 판단이다.

    “피해자가 대가성을 인정하면 그 순간 ‘성 상납자’로 낙인찍히는데 (대가성을)인정하겠느냐”

    “뇌물죄는 공여자와 수수자를 모두 처벌하는 필요적 공범인데, 준 사람은 기소하지 않으면서 전 검사만 구속시킨 것이 처음부터 잘못이었다”
     - 검찰 관계자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스스로 제 무덤을 팠다’는 내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검찰개혁을 부르짖은 일선 검사의 내부 반성문이 여론을 유리하게 돌리기 위한 ‘기만전술’이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 검찰 전체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만들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검찰 내부통신망에 ‘검찰 개혁 방안’이라는 문제의 글을 올린 서울남부지검 윤대해(42) 검사가 동료에게 보낸다는 문자메시지를 JTBC기자에게 잘못 보내면서 알려졌다.

    최근 윤 검사는 재벌봐주기, 정치권력에 대한 편향적 수사 관행,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함 등을 조목조목 거론하면서 미국식 기소배심제와 상설 특검제 도입, 검찰의 직접 수사 자제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윤 검사가 방송기자에게 실수로 보낸 문자가 공개되면서 속내가 드러났다.

    “내가 올린 개혁방안은 별 것 아니다. 미국식 기소배심제도 사실은 검사 뜻대로 대부분 관철된다. 검찰이 수사를 자제하면 오히려 경찰의 수사권조정 요구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특히 윤 검사는 최근 잇따른 검찰 수뇌부 회의와 평검사 회의 등의 움직임을 적극 활용하면 여론을 유리한 쪽으로 돌릴 수 있다고 밝혀 자신의 검찰개혁 요구가 ‘꼼수’였음을 자인했다.

    “검찰이 조용히 있다가 총장님이 (개혁방안을) 발표하는 방식은 진정성이 의심받는다. 일선 검사들이 실명으로 개혁을 요구하고 언론이 평검사 회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해야 한다”

    “극적인 모습으로 평검사 회의가 개최된 뒤 총장님이 큰 결단을 내리는 모양새가 돼야 한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당사자인 윤 검사가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훼손된 진정성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내가 올린 개혁안에 대해) 그렇게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동료 검사에게 보낸 것”

    상황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의 쇄신의지와 자정을 결의한 평검사들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할 만큼 악화되면서 검찰의 행태에 대한 비난여론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