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이 중국에서 전기ㅅ고문을 당하고 있는 동안 우리 영사는 면담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3월 29일 붙잡히고 1차 영사 면담까지 한달이 걸렸다. 4월 26일 마침내 접견한 영사는 중국 안전부에서 접견을 거부해서 늦어졌다고 말했다. 

    김영환은 “국제관례나 한중 간 외교협정에 따르면 영사접견을 요구했을 때 중국이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과연 있는 것인지 해명해 달라”고 중국과 한국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의구심이 생길만도 하다.

    중국과 영사협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생긴 문제다. 과거 1963년에 체결된 다자간 협약인 ‘영사관계에 관한 빈 협약’은 구체화 돼 있지 않아 실제로 효력을 내기가 힘들다. 자세한 규칙 등은 양국가간의 영사협정으로 구체화하라고 돼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영사접견은 명문화 돼 있어도 얼마만큼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빠져 있는 것이다.

    발빠른 미국은 1979년도에 중국과 수교한 다음 해 영사협약을 체결했고 일본도 지난 2008년 영사협약을 맺었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에서 인권 침해를 막을만한 장치를 이미 마련한 셈이다.

    오는 24일이면 한중 수교가 20주년을 맞게 된다. 무려 20년간을 수교하면서도 영사협정을 맺지 못해 이처럼 문제가 커졌다.

    원래 우리 정부는 중국과 수교 이듬해(1993년)부터 영사협정을 체결 추진 중이었지만 주한 대만화교 문제나 탈북자 문제 등이 걸림돌이 되어 타결이 지연됐다.

    이후 2002년부터 추진된 영사협정에 대한 협상은 체포, 구금 후 통보 및 영사접견 등과 관련한 시한 및 절차, 통보 방식 등에서 갈등을 보이며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좌파단체에서는 이번 사태를 현 정부의 책임으로만 돌리며 맹공격하고 있다. 실상은 수십년간 풀어내지 못하고 있는 과제였음에도 말이다.

    이들은 정부에 ‘저자세 외교’였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과거 좌파정권을 통과하면서 오래 방치돼 있던 게 바로 영사협정이다.

    좌파단체들은 미군의 실수나 오류가 있을 때마다 마치 미국이 인권탄압국이나 되는 듯이 대대적으로 군중선동을 하지만, 북한의 인권탄압이나 중국의 인권유린에는 침묵한다.

    최근 국회 외통위가 전체회의를 열어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김영환 등 한국인 4인에 대한 고문과 가혹행위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촉구결의안’을 논의키로 했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의 반대로 틀어져 버렸다.

    민주통합당이 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들로 구성돼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따지기에 앞서 탄압받은 한국민과 우리나라의 자존심을 일으켜야 함에도 이를 외면하고 반성조차 없다.

    어찌됐든 김영환은 2차 접견이 있은 6월 11일이 돼서야 영사에게 전기고문과 잠 안 재우기를 당한 사실을 전했다. 워낙 짧게 말해 감시자들도 이를 제지하지 못했다. 결국 한국 내 여론이 뜨거워지고 정부의 막후 외교가 빛을 발해 114일만에 김영환은 빛을 보게 됐다. 

    김영환이 고국으로 돌아왔어도 아직 멀었다.

    지금 시급한 것은 제2, 제3의 김영환을 만들지 않기 위한 한중 영사협정이다. 2002년 1차 협상과 2007년 2차협상이 타결 못한 채 지나가 버렸다. 이후 2010년 3차, 2011년 4차 협상이 진행됐지만 아직이다.

    그 와중에도 우리 한국인들의 중국 내 인권 보호는 최악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기고문을 당할 정도이니 말 다했다.

    일부 언론은 중국 당국이 구금시설에서 미국인은 A급, 일본인은 B급, 한국인은 C급, 탈북자는 D급으로 분류해 차별 대우한다는 얘기가 나돈다는 보도를 했다. 한국인에 대한 인권보호가 얼마나 방치돼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영환 사태가 터지고 난 뒤 탈북자를 지원하는 운동가들로부터 과거 고문이나 가혹행위 증언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외교부가 이미 현재 중국 내 수감 중인 625명의 우리 국민에 대해 추가 영사면담을 통해 가혹행위를 파악하겠다고 나섰다. 아주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행동이다.

    정부도 협정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강력한 영사 협정을 체결해 자국민 보호 수준의 인권을 약속 받아야 한다.

    무려 20년 가까이 한중 영사체결을 이뤄내지 못한 것은 결국 의지의 문제다.

    국회와 정부는 여론을 인식한 일회성 대응이 아닌 근본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 국민들은 영사협정에 뜨거운 지지를 담아야 한다. 국민의 지지로 먹고사는 국회와 정부는 결국 이를 따라올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중국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수십만 한국인을 궁극적으로 보호하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20년간 해결하지 못한 중국내 한국인의 인권문제를 이번 기회에 해결하라.

    114일간의 전기고문은 김영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지만 그의 희생이 한국인의 국제적 인권 향상에 크게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