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가르는 한마디” 박근혜-문재인 ‘슬로건 전쟁’

단 한 줄의 슬로건이 대선의 승패를 가른다면?

여야 대선주자들이 국민을 사로잡을 ‘한마디’를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슬로건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지 구축’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박근혜 ‘국민행복-국민약속’ 쇄신 슬로건 준비 중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선거캠프는 오는 10일 출마선언을 앞두고 선언문-슬로건 손질에 한창이다.

초안은 이미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핵심 관계자들이 이미 몇 차례 독회 및 회의를 가졌다는 후문이다.

선언문의 큰 축은 박근혜 전 위원장이 평소 강조해온 ‘국민행복’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슬로건’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안팎에서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정치’, ‘힘들고 고단한 국민과 함께 하는 약속의 정치’ 등이 거론된다.

출마선언 직후 열리는 기자 간담회에서 이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문재인 ‘우리나라 대통령’ “별로~” 지적 나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은 “소수 특권층의 나라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주인인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키워드인 셈이다. 네 편 내 편 가르지 않고 함께 가는 지도자란 의미를 담고 있다.

주변에서는 “인상적이지 않다”는 지적과 “현 상황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문재인 캠프 측은 아직 ‘메인 슬로건’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슬로건을 먼저 내고 정책을 채워가기보다 정책을 구체화하면서 그에 맞는 슬로건을 만드는 게 순서라는 판단이다. 정식 슬로건은 선거대책위원장 인선이 완료되는 이달 중순 내놓을 계획이다.

■ 임태희-김문수 ‘내 슬로건은 내가 직접 짓는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직접 만든 ‘임태희와 함께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듭시다’를 내세울 예정이다.

실장 퇴임 후 4개월간 민생탐방을 돌면서 얻은 교훈이 슬로건을 정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는 설명이다. 만나는 국민마다 이런저런 ‘걱정’을 털어놨다는 것이다. 교육-직장-주거 등 ‘국민 3대 걱정거리’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함께 갑시다. 위대한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을 손수 지었다. “대한민국은 성공했고 성공한 대한민국은 선진통일의 강국이 돼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담았다고 한다.

11일 출마 선언을 예고한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은 ‘정치의 세대교체’ 등 몇 가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현재의 위기가 정치의 무능에서 비롯됐으니 낡은 리더십을 바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메시지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 손학규 ‘저녁이 있는 삶’ 직장인들 호응

손학규 상임고문은 ‘저녁이 있는 삶’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자신의 민생경제론을 소개한 저서 제목도 <저녁이 있는 삶>으로 정했다.

직장인들이 타깃이다. 정시퇴근을 통해 가족과 가지는 시간 및 자신의 여유 시간을 늘린다는 것이다. 

이 표현은 지난해 9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처음 등장했다. 손학규 고문의 메시지 담당인 김계환 비서관이 이 표현을 넣었다. 이후 민주노총 정책국장 출신의 손낙구 특보가 문구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 김영환, 정세균, 김두관, 안철수는? 

5일 출마선언을 한 김영환 의원은 ‘국민 화병을 고쳐 드리겠습니다’라는 카피를 자신이 직접 고안했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빚 없는 사회, 편안한 나라’를 내걸었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8일 해남 땅끝마을에서 출마선언을 하면서 슬로건을 공개할 예정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아직까지도 출마 여부를 결심하지 못했다. 후보자 검증을 최대한 피해보자는 전략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