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통당은 부산지역당...박세일 신당이 호남 공략하면?
     
    김경재 전 민주당 최고위원, 신당의 호남공략 선봉장 맡아
      
    변희재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이끄는 중원신당 가칭 ‘국민생각’이 첫 선을 보였다. ‘국민생각’은 1월 11일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1천여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창당 발기인대회를 개최한 것.

    박세일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총선과 대선 승리를 자신했다. 그러나 중원신당에 대한 보수우파 진영의 시각은 아직까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일단 ‘중도’ 개념에 대한 보수진영의 불편함이다. 보수진영은 현 MB정부의 실패의 원인을 중도실용주의 탓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재야좌파인 장기표 녹색사회당 대표의 참여도 보수진영으로서는 썩 달가울 수 없다. 장대표는 사회민주주의론자로서 현재까지 한미FTA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보수진영의 시민사회 인사들은 장기표 대표야말로 합리적 진보가 아닌 낡은 패배주의에 젖은 좌파의 상징적 인물로 규정, 참여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공학적 관점으로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이다. 안그래도 야권의 경우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으로 통합을 이루어냈고, 양 당 간에도 후보단일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급격히 추락하는 한나라당 이외에 또 다른 신당이 등장하여 보수표의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문제들 탓에 아직까지 ‘중원신당’은 보수진영의 확실한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 야권 절대 강세 호남지역, 중원신당 보수분열 우려없이 마음껏 공략 가능

    이에 주목되는 점은 중원신당의 대 호남 공략이다. 호남지역은 한나라당이 거점조차 마련하지 못한 절대 열세로서, 중원신당이 보수 분열의 비판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놓고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한나라당에서는 정용화 호남미래연대 이사장이 탈당을 하면서, 총선 정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정용화 이사장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갖고 "더이상 한나라당에 광주를 품어 안으려는 비전과 전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당을 탈당한다"며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하며 요구했던 호남에 대한 특단대책은 메아리 없는 외침이었고 노골적인 인사편중과 지역차별이 이뤄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원신당이 한나라당이 해내지 못한 호남지역에서의 진출에 성공한다면, 이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일일 뿐더러, 호남 출신들이 30% 이상 거주하는 수도권 선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강고한 야권 지지층을 분열시키며, 오히려 보수의 세를 확장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원신당에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보수층에서도 중원신당의 호남 진출에 대해서는 그 의미를 평가하고 있다.

    박세일 이사장 역시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세일 이사장은 주간 미디어워치와 뉴데일리가 공동으로 기획한 ‘민주당 정통성 회복 토론회’에 축사자로 참석하여, 구 민주당 지역위원장들을 대상으로 “여러분의 노력은 대단히 어렵고, 외롭고, 고독한 투쟁이 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신익희, 조병옥,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시 노력이 어렵고 힘든 투쟁이었지만 결국 성공했던 것처럼 여러분이 승리의 역사를 만들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격려한 바 있다.

    이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한 김경재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중원신당의 호남 진출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김경재 전 최고위원은 대표적인 민주화 인사로서, 민주당 당원 경력만 40년, 전남 순천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정통 호남 민주당원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권 들어 민주당이 급격히 종북좌익의 길을 걷자 탈당한 뒤 지난 4.27 순천 재보선에서 민노당의 김선동 후보와 맞붙어 패배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큰 표 차이로 패배에도 불구하고, 민노당과 김선동 후보의 친 김정일 노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오히려 보수층으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박세일 이사장의 중원신당 내부에서도 이러한 김경재 전 최고위원의 확실한 자유민주주의 노선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재 전 최고위원은 호남지역에서 민주통합당에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기존의 구 민주당 세력이 이른바 혁신과통합의 운동권세력에 흡수당하면서, 호남지역의 선거구도의 지각변동이 시작되었기 때문. 구 민주당 출신의 뛰어난 인물들이 경력과 능력도 갖추지 못한 운동권세력과 민노당 종북세력에 밀리면서 낙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인물에서 승부가 가능한 것.

    대표적인 사례가 김 전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이다. 전남순천은 바로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무공천을 틈타 국회에 입성한 김선동 의원이 현역이다. 현재 민노당은 유시민세력과 합당하며 통합진보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지난 재보선에 출마했던 조순용, 구희승 등은 물론 순천시장직을 던지고 뛰어든 노관규 변호사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정가에 따르면 이미 민주통합당은 순천 지역에서 통합진보당의 김선동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인정, 무공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중원신당 입장에서는 인물경쟁력을 갖춘 노관규 변호사나 구희승 등등을 영입하여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도는 호남지역 전체 선거구에서 똑같이 적용된다.

    민주통합당 지도부, 대대적인 호남 물갈이 예고, 지각변동 올 것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계파와 관계없이 기존의 호남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공약을 내세운다. 즉 김선동 의원을 제외한 광주와 전남북 현역 의원 모두 물갈이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물갈이의 기준은 통합진보당 등의 요청으로 이념과 노선이 될 전망이다. 즉 야권연대의 공통분모였던 한미FTA 관련 온건한 입장을 취한 여수의 김성곤, 군산의 강봉균, 고흥의 박상천 등 현역 의원들도 공천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의 낙천된 현역 의원만이 영입대상은 아니다. 순천의 노관규 시장, 무안의 서삼석 군수, 강진의 황주홍 군수 등 50대 초반의 젊은 행정가들은 이미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인물들이다. 이들은 현재 기초단체장직을 던지고 총선에 뛰어들었다. 이들 50대 초반의 젊은 행정가들을 앞세워, 역으로 호남에서의 세력교체와 세대교체를 꿰할 수도 있다.

    현재 호남 선거에서의 최대 논란은 호남홀대론이다. 민주통합당은 호남에서의 강세를 기득권으로 간주하며, 오히려 호남을 역차별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순천 재보선에 무공천을 하고, 과학벨트 호남유치를 반대하는 등 호남에 맹목적 양보를 강요해왔던 것.

    그러면서 이미 민주통합당에서는 부산경남 대권론으로 사실상 굳어진 상황이다. 민주통합당에서는 호남출신 대권 주자가 단 한 명도 나서지 않고 있다. 그나마 대표주자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조차 현 지도부 선거에서 4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이강래 의원은 탈락했다.

    반면 문재인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남지사 등 PK 출신들은 대권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들의 개인 지지율은 문재인 이사장의 경우 5% 안팎, 김두관 지사의 경우 1% 안팎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민주통합당의 대선주자로 굳혀진 이유는 오직 이들이 PK출신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호남에서는 90%의 지지율이 나올 것이므로 PK출신으로 대선주자를 내세워 승리를 거두겠다는 전략이 되풀이 되는 것.

    김경재, “문재인은 PK출신이라 대선 후보, 박준영과 박주선은 호남출신이라 제외”

    김경재 전 최고위원은 “문재인 이사장과 김두관 경남지사 경력이 전남지사 박준영이나 박주선보다 나은 게 뭐가 있는가. 박지원이나 박준영, 박주선 등이 대선출마를 해도 김두관 지사보다는 높은 2%의 지지율은 나올 것”,“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저 구석에 처박히고, 문재인, 김두관 등 PK 출신들이 대권주자로 결정난 것은 명백한 호남차별”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김경재 전 최고위원은 “호남표는 공짜로 얻는 것으로 취급하며 오직 PK에만 구걸하는 민주통합당과 달리 박세일 이사장의 중원신당은 그 어떤 지역, 그 어떤 인물도 정정당당히 대권승부를 걸어볼 수 있는 전국정당”이라며 “이번 총선은 물론 호남에서 대권에 나설 수 있는 모든 인물을 영입하여, 호남의 총선과 대선 승리를 이뤄내겠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만약 김경재 전 최고위원의 계획대로, 중원신당이 호남에서 민주통합당과 승부를 겨루게 된다면, 보수층 일각의 우려와 달리 보수분열이 아니라 보수의 확장이 되는 셈으로서, 총선과 대선에서 전혀 다른 판이 짜여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