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뒤에 장성택·김기남·최태복 운구건너편엔 리영호·김영춘·김정각·우동측 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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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를 이끌 북한 새 지도부가 28일 김정일의 영결식을 통해 모습을 좀더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 ▲ (서울=연합뉴스) 김정일 영결식이 열린 28일 오후 거리행진을 마친 김정일 운구차량이 평양 금수산 기념궁전 앞 광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정은이 경례를 하고 있다. 2011.12.28 << 조선중앙TV 촬영 >>ⓒ
김정은은 이날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 김기남·최태복 당 비서,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겸 군 총참모장, 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 겸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보위부) 제1부부장 등 7인과 영구차를 직접 호위하며 인민군 육해공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김정일의 영구차를 호위한 이들 8명을 북한의 새 지도부 권력핵심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김정은이 장 부위원장 등 7명과 함께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고 국정 전반을 운영해갈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장성택과 군부 핵심으로 이뤄진 집단지도체제가 김정은 체제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특히 우 제1부부장이 이례적으로 영구차를 호위한 것은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최대 과제로 삼고 주민 감시와 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새 지도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명목적 권력서열 뛰어넘은 장성택 = 김정은의 바로 뒤에 선 3인방은 모두 당내 요직을 가진 실세다. 이 중 주목되는 이가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다.
그는 김정은의 바로 뒤에서 영구차를 호위해 김정은 후계체제를 이끌었던 김정은의 후견인답게 새 지도부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갈 사실상의 2인자임을 과시했다.
장성택의 이날 모습은 국정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김정은이 국정을 장악하고 원만히 운영하도록 김정은 체제를 섭정할 것이란 관측을 뒷받침했다.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 부위원장인 그는 김정일 사망 이후 대장 계급장을 단 군복 차림의 모습까지 공개돼 시선을 끌었다.
장성택은 김정일 와병 이후부터 사망 이전까지 줄곧 김정일의 국정운영을 곁에서 보좌하며 사실상 국정을 대리운영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선전선동 귀재' 김기남 = 장성택 뒤에 선 김기남 당비서도 눈여겨봐야 할 인물이다.
김기남은 김정일 후계체제는 물론 김정은 후계구축까지 우상화 작업을 지휘해온 '선전선동의 귀재'로 나치 독일의 선전부장이던 괴벨스에 비견된다.
이미 북한은 김정일 사망 직후 김정은에 대해 `당과 군대의 최고영도자' `21세기 태양' `어버이' 등 김일성·김정일급 호칭들을 연일 쏟아내며 `영도자=김정은'이라는 홍보와 충성유도에 매진하고 있다. 김기남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정치적 경륜이라고는 겨우 3년간의 후계수업을 받은 데 불과한 김정은 체제를 하루속히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김정은 우상화 작업이 가장 시급하다는 북한의 새 지도부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김기남은 또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 생전에 부부동반으로 김정일 자택을 자주 드나드는 등의 인연으로 김정은과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체제 외교수장 유력 최태복 = 최태복 국제 담당 당비서는 향후 김정은 체제의 외교를 이끌 수장으로 꼽힌다.
최태복은 2010년 9월 당대표자회 직후 중국을 방문해 김정은을 후계자로 선택한 회의 결과를 중국 지도부에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역할을 했다.
그의 부상은 새 체제가 빠른 안정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의 외교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새 지도자 최측근 우동측 = 영구차 호위 인물 중 가장 두드러진 인물이다. 그의 등장이 상당히 이례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김정은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으로 꼽힌다.
김정은은 후계자 내정 이후 보위부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고, 우 제1부부장 등 보위부 수뇌부는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짐하며 그의 이복형 김정남 세력을 제거하는 데 주력했다.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주민 감시와 처형으로 고위층 사이에서 원성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우리의 보위부장은 김정은 대장동지" "김정은 동지는 우리의 영원한 보위부장"이라며 전 보위원에게 김정은을 '우리 부장동지' 등으로 부르도록 했다. 이런 점 때문에 남쪽에서는 한때 김정은이 보위부장을 맡았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그는 특히 보위부를 관장하는 장성택을 외면한 채 '김정은의 보위부'를 만드는 데 앞장섰고, 김정은의 신임을 얻어 대장계급 칭호를 받은 데 이어 국방위원과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도 꿰찼다.
류경 보위부 부부장이 장성택에 의해 처형된 이후 우 제1부부장 등 보위부 수뇌부의 외줄타기 행보는 줄어들었지만, 향후 권력암투 개연성은 배제할 수 없다.
◇리영호 등 군부 3인방 = 김 부위원장 건너편에서 우 제1부부장을 제외한 군부 3인방이 영구차를 호위했다는 것은 군부가 김정은 체제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으며 `선군노선'을 주도할 것임을 보여준다.
핵심인물은 역시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다.
작년 당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오른 그는 김정일 사망 이전까지 당 중앙군사위 업무 전반을 관장하면서 김정은의 '군 수업'을 보좌했다.
사실 그는 김정일의 최측근은 아니었다. 그는 장성택에 의해 군 총참모장에 이어 군 차수, 정치국 상무위원 등 군부 2인자로 초고속 승진한 인물이다.
장성택의 '오른팔'로 불릴 정도로 그의 최측근이었지만 군부 2인자가 된 이후 김정은과 장성택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일의 최측근인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은 인민군 작전국장과 총참모장을 역임했다. 김정일의 와병 직후 군 무력을 총괄하는 위치에 올랐다.
김영춘은 주로 작전을 지휘하는 야전사령관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군 내에서 김정은 지휘체계를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정각 제1부국장은 국장이 공석인 총정치국의 수장으로, 인민군내 정치사상 업무를 총괄하는 동시에 군내 인사도 관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김정은의 '군심 잡기'를 보좌하면서 군부내에 김정은의 인맥을 심고 우상화하는 데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는 김정은의 입김으로 김영철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 임명에 깊이 관여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들 군부 4인방은 김정일의 와병 과정에서 김정은 후계체제를 견인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장성택을 견제하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열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 성패는 이들이 얼마나 협조관계를 유지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