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선생 계시면 뛰어가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與 최종 얘기하면 들어보겠다···어떤 방법 택할지 결정”
  • “내가 가진 화살은 다 쏘았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1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문제에 대해 “내가 더 중재 노력을 할 수 있는 수단도 없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날 출입기자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민주당이 대통령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 제안을 거부했는데 의장도 이제 다른 쪽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생각 중이다”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나로서는 더 이상 협상카드도 없고 중재안도 없다. 아무 것도 없으니 이제는..”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박 의장이 비준안 직권상정을 결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박 의장은 특히 손학규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를 겨냥, “내 카드를 다 내놨는데 이 시점에서 정말 야당 지도부에게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 제발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통 큰 정치인이 됐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후 중간평가를 받겠다고 했는데 김 전 대통령이 국익을 고려해 청와대를 방문, 중간평가를 포기토록 한 적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김대중 선생이 그립구먼. 지금 계신다면 뛰어가서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 ▲ 박희태 국회의장이 17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 한-미 FTA 비준안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박희태 국회의장이 17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 한-미 FTA 비준안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은 조만간 박 의장에게 비준안 직권상정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한나라당에서 어떻게 요구해 올지 모르겠다. 한나라당이 최종적인 것을 얘기하면 들어보겠다”고 했다.

    이어 “상임위는 내 소관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고 과거의 여러 관계도 있는 만큼 그런 것을 잘 참작해서 어떤 방법을 택할지 앞으로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국회의장이 합의처리를 마다하겠느냐. 그 아닌 다른 방법(직권상정)을 어떤 의장이 선호하느냐. 그러나 그걸 좋아서 그 길로 간 사람이 없고,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다 있었겠죠”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여야간 더 이상 합의 가능성이 없는데 시간을 끄는 게 낫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카드가 없다고 손을 빼면 직무유기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