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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진통 끝에 성사됐다.
이 대통령은 15일 오후 국회를 방문, 박희태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한다.
이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를 직접 만나 설득키로 한 것은 한-미 FTA 비준안을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특히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이날 면담에 참석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장기표류 조짐까지 보였던 한-미 FTA 비준안 처리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세계적 재정위기가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한-미 FTA 체결을 기점으로 미국에 대한 수출을 확대해 경기침체를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역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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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EC 정상회의를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재협의하겠다는 ‘선물’을 들고 오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ISD 재협의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협의 자체가 국제적 관례에 어긋나고 국가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미 의회에서 이미 비준한 한-미 FTA에 대해 상대국 대통령이 새로운 제안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고 외교 관례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신 이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과 손을 잡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추진 중인 점을 거론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미 FTA보다 일본-미국의 TPP가 먼저 발효될 경우, 미국 시장 선점 효과가 사라져 연간 15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만큼, 이 대통령은 실물 경제 측면에 비중을 두고 여야 지도부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미 FTA의 핵심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재협상 약속이 없을 경우 면담에 불참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풀고 이날 회동에 참석키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을 만나 국민의 한-미 FTA에 대한 절절한 우려를 제대로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풀어갈 수 있도록 청와대와 행정부가 속도전을 강요하며 강행처리하려는 압력을 가하는 것은 안된다는 말을 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여야 대표와 대통령의 만남이 ‘나쁜 FTA’를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좋은 FTA’로 바로잡는 마지막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생산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대통령의 결단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용섭 대변인도 “우리가 할 도리는 다하겠지만 주장은 확실히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지난 11일 추진됐다가 야당의 요청에 따라 연기된 것으로,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간 회동은 박희태 국회의장실에서 이뤄진다. 청와대 측에서는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김효재 정무수석이 배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