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모습 보여야"野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이들은 한배를 타야 한다"
  • “내가 출마하더라도 한나라당이 서울시장을 다시 차지하면 안된다는 점에서 야권단일화는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최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반(反)한나라’ 견해를 밝히면서 한나라당이 고심에 빠졌다. 각종 여론조사에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안 교수의 말 한마디가 몰고 온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

    지난주 안 교수의 무소속 출마설을 접한 한나라당이 ‘환영’을 외치던 상황과는 180도 달라졌다. 일단 한나라당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깊게 성찰하면서도 안 교수를 상대할 ‘카드’ 찾기에 혈안이 됐다.

    반면 민주당은 표정이 밝다. 특히 민주당은 안 교수가 무소속 출마를 사실상 접은 것으로 보고 ‘모시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안철수 쓰나미’에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무엇보다 구태와 기득권에 안주하는 관성을 깨고 기존 정당정치를 각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5일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여성경제인협회 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5일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여성경제인협회 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표는 “안철수 바람의 의미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경고이며 여야가 손잡고 민생을 위해 국회에서 노력해야 이런 기현상이 없어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안 교수에게 ‘십고초려(十顧草廬)’ 했던 상황을 예로 들며 “우리 사회의 리더십과 공적 헌신의 자세가 돼 있는 사람을 한나라당에서 일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돼 있어야 함에도 그런 노력을 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이러한 흐름을 변화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안철수의 존재를 백신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이번 흐름이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흐름에 대한 이해와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한명숙 전 총리 등 야권 예비후보들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에 대해 노심초사하면서도 “야권단일화를 고려할 수 있다”는 안 교수의 발언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야권 대통합의 시발점이고 시금석이다.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이들은 모두 한배를 타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안 교수를 염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 ▲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정장선 사무총장은 “안 교수가 한나라당에는 가지 않겠다고 분명히 하지 않았느냐. 나중에 연대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안 교수와의 접촉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안 교수와 출마 의사를 밝힌 박원순 변호사가 막역한 사이여서 두 사람 간의 의견 정리가 이뤄지기까지는 직접 협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당 관계자는 “현 단계로서는 안 교수도 범야권 후보군의 한 명으로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안 원장과 박 상임이사 사이에 교통정리가 되면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최고위원은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민주당 후보의 선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당원들의 활력을 불러일으키지 않고는 한나라당 상대로 승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통합 경선 추진과는 별개로 당내 경선을 당장 추진해야 한다”고 다른 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