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 어떤 과정 거쳐 이뤄졌나진보연대 등의 룰에 불만 박명기, 1차 단일화는 거부… 한달 넘게 독자적 선거운동박명기 후보, 5월19일 갑자기 사퇴 발표
  • ▲ 6.2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교육감 단일화 과정 ⓒ조선일보
    ▲ 6.2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교육감 단일화 과정 ⓒ조선일보

    지난해 6월2일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곽노현 후보가 진보·좌파 진영 단일 후보가 되는 과정에 한국진보연대와 참여연대, 민교협, 민주노총 서울본부, 전국교수노조 등 대표적인 진보·좌파 성향 단체들이 후보 단일화에 조직적으로 참여했다.

    주요 인물로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청화 스님 등이 적극 개입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당시 진보·좌파 진영에선 5명의 후보가 난립했다. 곽노현 후보로 최종 단일화하기까지 2단계 과정을 겪었다. 4월14일 경선을 통한 ‘1차 단일화’ 이후 5월19일 박명기 후보의 사퇴로 이뤄진 ‘2차 단일화’가 이뤄졌다.

    1차 단일화는 100여개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이 결성한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 범시민 추대위원회'에 의해 이뤄졌다. 이 위원회에는 진보연대 등 과거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세력이 상당수 포진했다.

    당시 박명기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A씨는 “한 단체의 대표가 곽노현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경선 룰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만으로 단일 후보를 뽑았다면 곽 후보는 3~4위 정도에 그치는 상황이었으나, 운영위원과 시민단체 회원의 투표를 여론조사와 반반씩 섞는 경선 룰을 외부세력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박명기 후보는 “민주와 진보를 주장하는 단체들이 독선적이고 패권주의적인 방식으로 교육감 후보를 내세우려 한다”며 반발하고 경선 참여를 거부한 뒤 한 달 넘게 독자적인 선거운동을 했다.

    이후 좌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2차 단일화가 추진됐다. 곽 후보의 주요 지지 세력은 인권운동단체들과 민주노총 서울본부, 전교조 서울본부, 참여연대, 민교협 등이었다.

    곽 후보는 5월18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이 ‘195개 교육단체, 시민단체, 사회단체가 선출한 민주진보진영의 단일 후보’임을 강조했다. 곽 후보의 선거대책본부 자체가 100여개 단체의 명의로 돼 있었기 때문에 진보·좌파 진영 전체가 박 후보의 사퇴를 압박하는 모양새였다.

  • ▲ 지난해 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곽노현 교육감이 29일 오전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으로 출근 중 기자들에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곽노현 교육감이 29일 오전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으로 출근 중 기자들에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박 후보가 사퇴를 발표한 자리에는 마지막 중재 과정에 참여했다고 알려진 백낙청 교수와 김상근 목사, 청화 스님 등이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백 교수는 “두 분이 끝까지 간다면 어느 후보도 승리하기 어려울뿐더러 교육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박명기 후보는 주경복 전 서울시 교육감 후보 등과 함께 곽 후보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선거를 이틀 앞둔 5월31일에는 백 교수, 함 신부와 한완상 전 부총리, 고은 시인 등 진보 재야인사 4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곽 후보를 ‘서울지역 진보 단일후보’로서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비리와 부정이라는 교육계의 구조적 문제를 이번에 청산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