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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닉슨 1969년 8월21일 비밀(秘密) 대화록
中國(중국) 공산당의 UN가입을 승인하지 않겠다 했던 닉슨 대통령
金泌材
아래 자료는 미국이 최근 정보공개법에 의해 기밀해제 한 1969년 8월21일 박정희-닉슨 대화록의 전문(全文)이다.
이 자료는 그동안 미국의 1급 기밀문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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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은 대통령 당선이후 新아시아 정책의 일환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추진했다.
당시 북한의 도발이 강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던 박정희 대통령은 감군의 필요성을 인정해 달라는 닉슨의 제의를 거절하면서 國軍(국군)의 현대화를 주장했다.
당시 회담에서 닉슨은 朴대통령에게 직접적인 ‘주한미군 철수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朴대통령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닉슨의 대(對)한반도 정책이 과거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밀 해제된 미국의 기록을 보면 박정희 대통령은 닉슨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은 1971년 3월 한국 주둔 제7사단을 철군시킨 뒤 ‘5년 내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를 내세웠다.
닉슨은 또 朴대통령과의 회담에서 中共의 UN가입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닉슨의 약속은 얼마가지 않아 깨지고 만다.
中共(중공)은 中蘇(중소)분쟁 과정에서 소련과 결별 후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에 이어 일본이 동경올림픽에 한 창 열을 올리던 1964년 10월16일 최초로 핵실험을 했다.
1967년 6월17일 中共은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으며, 1970년 4월24일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를 성공시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기술을 획득했다.
1971년 닉슨과 헨리 키신저는 中共을 방문해 美中(미중) ‘핑퐁외교’가 시작됐다. 같은 해 10월 中共은 UN에 가입하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
반면 UN에서 대만(자유중국)이 축출됐다. 일본은 미국과 中共(중공) 사이의 관계정상화가 논의되자 미국에 앞서 1972년 中共과 수교를 맺었다. 그리고 미국은 中共과 1979년 외교관계를 정상화했다. 이 모든 것이 핵무기와 ICBM 개발에 성공한 이후 이뤄진 변화였다.
6자회담과 美北(미북)직접협상을 통해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으려는 북한이 그동안 걸어온 길은 中共이 핵무기와 ICBM을 개발한 뒤 국제사회에 등장했던 바로 그 길이다. 미국과 공산주의자들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던 박정희의 先見之明(선견지명)은 지금 이 시간에도 유효하다.
김필재 기자 spooner1@hanmail.net
<박정희-닉슨 비밀대화록 전문>
날짜: 1969년 8월21일
시간: 오후 4시15분~6시15분
장소: 美샌프란시스코 호텔
닉슨: 오늘 세부 회담에 앞서 미국의 새로운 대(對)한반도 정책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북한의 김일성 정권은 全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이며, 신뢰할 수 없는 집단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시다시피 ‘푸에블로호 나포사건’은 본인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발생했습니다. 대통령 선거 당시 북한 정권에 대해 충분히 경고했다고 봅니다. 북한이 또 다시 도발하면 미국은 그 어떤 적성국가 보다 더 가혹한 수단을 동원해 북한을 보복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같은 메시지는 미국 주재 소련 대사에게 전달됐고, 그대로 북한에게도 전해졌다고 믿습니다.
미국의 새로운 대(對)아시아 정책에 대해서도 밝히고자 합니다. 언론은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과의 조약준수의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본인의 성명을 과소평가했습니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존중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이 이들 조약을 준수하는 최선의 길인가를 찾는 것입니다. 미국은 중공에 대해 여행 및 통상규제를 완화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중공을 호전적인 국가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중공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함이 없으며, 중공의 UN가입을 승인(admit)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 중공과 소련의 관계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소련은 중공, 북한, 베트남 전쟁, 그리고 중동 문제와 관련해 미국을 돕지 않고 있습니다. 소련은 군사적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북한과의 관계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련과 협력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중공을 겨냥해 소련과 함께 집단안보 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이점에 있어 소련은 신뢰할 만한 행동을 먼저 보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인은 중공 주변의 非공산국가들이 중공과 북한, 그리고 공산 베트남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련이 사라지지 않고 존재한다면 소련의 위협은 지금 보다 훨씬 더 증대될 것입니다.
베트남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자유베트남이 공산세력을 막아낼 충분한 능력을 보유했다고 판단되면 베트남에서 철군할 것입니다.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본인은 티우 대통령을 만나 2만5천명의 미군 철군에 합의했습니다. 최근 티우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더 많은 미군을 본국으로 귀환시키는데 합의했으나, 지난 2주 전 발생한 敵軍(적군)의 공격 행위로 인해 이 같은 계획을 보류해 놓은 상태입니다. 티우 대통령과, 에이브럼스 장군, 그리고 다른 지도자들이 미군의 베트남 철수를 다시금 논의할 것입니다. 박정희 대통령께는 베트남 미군 철수 규모와 시기에 대해 사전에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미군 철수는 미국의 전투수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질 것입니다.
파리회담과 관련해서는 아무 것도 진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고 오늘 랏지 대사를 통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1968년 11월1일은 미국이 월맹에 대한 전면 포격을 중지한 날입니다. 본인이 만일 1년 전에 대통령에 취임했더라면, 월맹에 대한 포격을 중단하지 않았을 겁니다. 朴대통령과 본인 둘만의 얘기입니다만 파리회담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다면, 미국은 10월15일까지 상황을 재평가 할 것입니다.
朴대통령께서 군사-경제적으로 한국을 자립시키려는 것은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도 한국이 가는 길을 따르길 바랍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自助(자조)의 길을 걷는 한국과 같은 국가를 미국은 앞으로도 군사-경제적으로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아침 朴대통령께서 한국의 자립의지를 표명하신 담화문은 미국 내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시민이자 대통령으로서 태평양 지역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미국은 태평양 지역에서 철군하지 않을 것이며, 이 지역에서 미국의 의무를 다할 것입니다. 自立(자립)의 길을 가려는 국가들에 대해 미국은 이를 도와야 합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정책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군사장비와 경제개발과 관련된 제반 질문 있으십니까?
박정희: 한반도와 아시아, 그리고 공산권 국가들과 관련된 대통령의 분명한 정책을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들 주제와 관련해 본인의 의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10년 동안 김일성은 한반도를 무력통일하려는 군사력 준비를 거의 끝낸 상태입니다. 그는 지금 남침 기회를 노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김일성은 미국의 대한(對韓)방어공약과 주한미군의 주둔으로 이를 실행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일성은 미국의 대한(對韓)방어 정책에 변화가 오거나 변하게 된다면 무력남침을 시도할 것입니다. 김일성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소원케 만들고, 한국에서 어떤 사태가 발생하건 간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을 저지하려 들고 있습니다. 그는 자유베트남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양한 형태의 대남도발을 통해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군사력 강화는 김일성의 대남도발을 막고, 한반도를 무력 적화 통일시키려는 북한의 의지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 전력을 강화하는 방법보다 한국군의 장비와 전투능력을 신장시켜야 합니다. 한국군의 군사력 강화 정도는 북한의 도발을 우리 스스로 막아낼 수 있을 정도면 됩니다.
닉슨: 소련과 중국이 한국을 침략한다면 그것은 전혀 다른 상황(different ball game)이 될 것입니다. 본인은 탄도탄요격미사일(AMB)조약을 좀 더 정교화 하려고 합니다. 우리 정보기관의 보고에 의하면 중공은 1976년까지 美본토 공격을 위한 25~50여기의 대륙간탄도탄(ICBM)을 보유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은 현재 1천여기의 ICBM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핵으로 무장한 중공은 비핵국가인 아시아 여러 나라와 미국을 겨냥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ABM조약을 세분화하는 작업은 자유세계를 수호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박정희: 계속해서 제 의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6.25전쟁, 남한 내 공산 게릴라 소탕작전, 그리고 베트남 전쟁의 경우 미국의 도움으로 효과적인 대처를 해왔습니다. 한국 문제와 관련해 한국군의 군사력이 강력해지면 걱정할 게 없습니다. 한국군이 강해지면 주한미군을 증강하지 않고서도 북한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닉슨: 한국군의 전력 증강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근 귀국(貴國)을 방문했던 패커드 국방차관의 보고를 받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국군의 장비 가운데 2차 대전 당시 사용했던 군사장비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박정희: ‘닉슨 독트린’(해설참고)의 골자를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2차 대전 이후 미국에 의존해온 여러 국가들의 자주적 행동을 측면 지원한다는 미국의 새로운 정책에 원칙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일부 아시아 우방들의 경우 대통령의 정책이 아시아에서 미국이 손을 떼고 아시아 국가들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라는 의도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통령 스스로 정책을 명확히 이해시킨다면 이 같은 우려를 떨쳐버릴 것입니다. 미군의 부담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데에는 가이드라인과 방법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미국은 아시아 우방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그동안 져왔던 책임과 부담을 나눌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일부 국가들의 경우 자국의 능력을 벗어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좋은 사례입니다. 한국의 여론은 분열되어 있지 않으며 우리는 개발도상국입니다. 일본은 강력한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아시아 역내에서 짐을 분담하려 들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오키나와가 미국으로부터 반환됐음에도 불구하고, 군사기지를 제공하려 들지 않음으로써 아시아 우방국들의 연대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여러 우방국들이 이 같은 일본의 자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오키나와 반환 협상에 대해 본인은 자세한 사항을 알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섬이 일본에 반환된다면 일본은 아시아에서 그에 따른 짐도 함께 나눠야 한다고 믿습니다. (계속)
[해설] 닉슨 독트린의 주요 내용
1. 미국은 앞으로 베트남전쟁과 같은 군사적 개입을 피한다.
2. 미국은 아시아 제국(諸國)과의 조약상 약속을 지키지만, 강대국의 핵에 의한 위협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란이나 침략에 대해 아시아 각국이 스스로 협력해 그에 대처하여야 할 것이다.
3. 미국은 ‘태평양 국가’로서 그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계속하지만 직접적, 군사적 또는 정치적인 과잉개입은 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의사를 가진 아시아 각국의 자주적 행동을 측면 지원한다.
4. 아시아의 각국에 대한 원조는 경제중심으로 바꾸며 여러 나라 상호 원조 방식을 강화하여 미국의 과중한 부담을 피한다.
5. 아시아 각국이 5∼10년 장래에는 상호안전보장을 위한 군사기구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