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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8시 경 고향 선산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故임상규 순천대 총장은 건설현장식당 비리에서 자신이 ‘몸통’으로 몰리는 분위기에다 부산저축은행 논란에까지 휘말리자 그 부담을 이기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총장의 자살 현장에서는 A4용지 1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안타깝고 슬프다.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나가기 어려울 듯하다. 그동안 너무 쫓기고 시달려 힘들고 지쳤다. 모두 내가 소중하게 여겨온 만남에서 비롯됐다. 잘못된 만남과 단순한 만남 주선의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 금전 거래는 없었다’고 적혀있다.
그는 또 ‘나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고통이 심하다. 얄팍한 나의 자존심과 명예를 조금이나마 지키고 대학의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먼저 떠난다’면서 자살 이유를 적었다.
임 총장은 지난 3일 건설현장식당 비리의 브로커인 유상봉(구속) 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서울 동부지검의 요청으로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같은 날 대검 중수부는 임 총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만기가 9개월이나 남은 정기예금 5,000만 원을 영업정지 전에 인출한 사실에 대해 확인했다.
임 총장이 13일 자살한 채 발견된 뒤 대검 중수부는 “지난 3일 소환은 1월 15일부터 2월 16일 사이 중도인출한 사람들에 대한 사실 확인 차원이었다”며 “혐의점이 없어 2시간 가량 관련 사항을 물은 뒤 귀가시켰다. 추가 소환계획도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임 총장을 몇 달 째 괴롭힌 건설현장식당 비리의 양상은 달랐다. 서울 동부지검은 임 총장이 2010년 경북의 한 대형 공사현장 식당 운영권을 얻을 수 있도록 관련 공무원을 소개해 준 대가로 브로커 유 씨로부터 2차례에 걸쳐 2,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지검은 또한 임 총장이 2005년과 2007년 건설업자인 동생 명의의 계좌로 유 씨로부터 모두 1억5,0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한 뒤 대가성 여부를 수사 중이었다. 임 총장은 이 돈에 대해 ‘유 씨와 알고 지내면서 아파트 구입 자금을 마련하려 빌린 돈’이었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동부지검은 이같은 임 총장의 말을 믿지 않았다. 지난 4일 브로커 유 씨가 “내가 장관에게 40억 원을 줬다”며 그를 ‘몸통’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부산저축은행 비리가 커지고 있었다. 임 총장은 아들이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딸과 결혼한 사이인데다 광주일고 동문이라는 게 알려지자 심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임 총장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광주일고,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나왔다. 행정고시(17회)로 공직에 들어선 임 총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과학기술부 차관, 국무조정실장, 농림부 장관 등을 지냈다. 2008년 6월 순천대 웰빙자원학과 교수에 임용돼 재직하다 지난해 7월 총장에 취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두 아들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