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문학포럼서 '문학과 이데올로기' 기조 강연 "문학, 정치와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워져야"
  • ▲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작가 '가오싱젠'.ⓒ연합뉴스
    ▲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작가 '가오싱젠'.ⓒ연합뉴스

    "낡은 이데올로기, 이익 중심의 가치관은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새로운 가치관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 21세기 인류, 문학이 당면한 근본적인 문제다"

    24일 서울 광화문 교보 컨벤션홀에서 열린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한 가오싱젠(高行健·71)은 '문학과 이데올로기'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문학은 정치와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워져야"

    가오싱젠은 이날 강연에서 정치와 이데올로기에 좌지우지돼 상실된 문학의 본성을 회복시키자는 '차가운 문학'을 주장했다.

    그는 "문학은 독립적이고 자주적이면서 독창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며 "지금의 문학은 20세기 이데올로기가 해석하거나 기술하지 못하는 현재의 어려움을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가는 정치와 시장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며 "시장의 질서 권력의 이데올로기에 굴복하지 않고 작가는 현실의 문제에 직면해 스스로의 자유를 가져야 한다. 진정한 자유는 자신이 스스로 쟁취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오싱젠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마음이 작가의 기본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의 필요나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 아닌 깊은 마음 속에 있는 울림을 진심으로 토로해야 한다"며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스스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문학이 태어났고 작가가 존재한다"고 발했다.

    "문학, 정신적 빈곤 시대의 기탁처 돼야"

    또한 "문학은 사람들의 살아있는 목소리이고 사람들의 오욕칠정이 모두 그 속에 있다"며 "작가는 글을 쓸때 바로 이 목소리가 마음 속에 살아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가오싱젠은 우리가 정신적 빈곤 시대에 문학이 어떤 의의를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계속 탐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사는 시대에 시적 정취가 사라져 버리고 있다. 틈만 있으면 정치가 파고들고 욕망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시적 정취는 어디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아름다움은 이미 갈수록 멀어져가는 기억이 되어 버렸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생존의 의미에 대한 질문, 자유에 대한 이해는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문학은 정신적 빈곤 시대의 기탁처가 되어 생명의 흔적 한 점 남기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것이 현 시대의 문학이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설명한다"고 전했다.

    중국어권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

    한편, 1940년 중국 장시성에서 태어난 가오싱젠은 실험성이 강하고 중국어 속 언어의 흐름 기법을 개발한 언어 연금술사라는 평을 받고 있다.

    1989년 천안문 사태를 비판한 '도망(逃亡)'이 금서가 되고 중국 공산당과 결별하고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문학적 보편성과 날카로운 통찰, 언어적 독창성으로 중국어권 작가로는 처음으로 2000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정치와 이데올로기에 좌지우지돼 상실된 문학의 본성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독창적인 작품을 발표해왔다. 소설과 희곡 외에 연극과 영화 연출 등 다방면의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이자 수상작인 소설 '영혼와 산', '한사람의 성경'을 비롯, '절대신호', '정거장', 영화 '실루엣과 그림자'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