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2월18일 서울아산병원 수술실. 태어난 지 10일 된 예은(가명)이가 수술대 위에 올랐다. 2.7㎏밖에 안 되는 예은이의 횡격막(호흡 조절 기능을 하는 폐와 배의 경계부분)에 자리 잡은 9㎝ 크기의 커다란 종양이 호흡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당시 예은이는 인공호흡기 없이는 숨도 못 쉴 지경이었다.

    예은이는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작은 몸에 배와 가슴을 열어야 하는 대수술은 너무 위험했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김대연 교수팀은 지름 3㎜의 작은 구멍을 내고 이곳에 흉강경을 넣어 수술하기로 결정했다.

    2시간 반에 걸친 수술을 마친 아기는 정상적인 회복세를 보여 8일 후 퇴원했고, 지금은 다른 아기들처럼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아이의 흉터는 거의 남지 않은 상태여서 부모의 걱정도 한결 가벼워졌다.

    김 교수팀에 따르면 예은이처럼 12개월 미만의 영아들에게는 흉터를 최소화한 최소침습수술이 효과적이다. 다만, 예전에는 국내 의료기술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하지만, 의료진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생후 1개월(최단 생후 9일부터 최장 8개월) 안팎의 영아 9명을 대상으로 최소침습수술을 한 결과를 보면 이제 최소침습 수술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술법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9명 중 악성종양을 가진 아이는 5명이었다.

    당시 9명의 아이는 평균 몸무게가 5.5㎏(최소 2.7㎏에서 최대 9.4㎏)에 불과했지만, 수술 후 재발이 없었으며, 흉터도 거의 남지 않았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종양의 크기는 평균 4㎝(최소 2.5㎝에서 최대 9㎝)에 달했으며, 수술시간은 3시간 정도였다. 종양이 생긴 부위는 부신과 폐, 횡격막 등이었다.

    김 교수는 "수술한 영아들을 2개월에서 5년까지 관찰한 결과, 한 명도 재발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결과로 볼 때 더 많은 영아에게 최소침습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소침습수술은 배나 가슴을 열지 않고 복강경이나 흉강경 등을 이용해 작은 구멍을 뚫고 카메라와 수술기구를 넣어 모니터를 보면서 수술하는 방법을 말한다.

    김대연 교수는 "최소침습수술은 전통적인 개복 또는 개흉 수술보다 상처 부위가 작고, 수술 후 통증도 적어 회복이 훨씬 빠르다"면서 "특히 수술 후 통증을 울음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아기들에게는 더 좋은 수술법이지만 난도가 높은 게 단점"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번 임상결과를 최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소아내시경복강경학회에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