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과 윤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제발전도 없어꾸준한 노력이야말로 '천하무적'사회지도층의 근본 평가기준은 '스스로의 능력'
  • 우리 사회에서 늘 말하는 ‘사회 지도층’은 형편없다. 언론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서 말하는 ‘사회지도층’은 ‘사회를 지도할 자질’이 없어 보인다.

    선진화 홍보대사는 ‘사회지도층이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들고, 손병두 KBS 이사장을 만났다. 대기업, 서강대학교 총장을 지낸 후 현재 KBS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많은 대학생들의 롤(Role) 모델로 꼽히는 ‘손병두 이사장’께서는 ‘사회지도층’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경영, 경제 발전의 바탕, 리더십, 연고주의 폐해 등 대학생들의 궁금증을 친절히 풀어 주셨다.

    손병두 이사장은 “현대 사회에서 상생할 수 있는 길은 꾸준한 공부다. 하늘로부터 주어진 시간과 자질을 자신이 얼마나 활용했느냐가 성공을 가르는 거라 생각한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셨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 나무도 뿌리가 제일 중요하다. 인간도, 경제도,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진짜 ‘사회지도층’이 되려면 꾸준한 노력이 중요 하다는,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지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CEO라면 본질적으로 똑같다

    선진화 홍보대사(이하 <선>) 대기업, 서강대학교 총장, KBS 이사로서 다양하게 활동하시면서 대표님께서 직접 시도하신 사람 경영이나 리더십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손병두 KBS 이사장(이하 <손>) 대학이든 기업이든 언론기관이든 적어도 CEO라면 본질적으로 똑같다고 봐요. 조직과 문화. 만나는 사람들, 목표만 다를 뿐 사람을 움직여 목표를 달성하는 본질은 같으니까 소위 경영을 하는 입장에서는 조직만 다를 뿐이지 원칙은 같아요. 주어진 조직, 인적 자원을 가지고 그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써서 성과를 내는 것이 CEO의 역할이자 책임이죠. 목표가 주어졌을 때 주어진 조직문화 속에서 최적의 경영방안을 구하는 적용의 문제일 뿐 원칙은 같습니다.

    <선> 이사장님께서는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셨습니다. 그 중 이사장님께서 롤모델이나 멘토로 삼으신 분, 저희에게 소개해주시고 싶은 훌륭한 인물로 누구를 꼽겠습니까?

    <손> 저는 많은 사람들을 멘토로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좋은 점을 찾고 그것에 비추어 자신을 발전시키면 됩니다. 저는 살아오면서 어떤 한 명을 닮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때그때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찾고 그것을 흡수하겠다고 생각해서 배웠어요.

    굳이 한 명을 이야기하자면 내가 10년 동안 모셨던 故이병철 회장님께서 많은 걸 배웠어요. 우리나라가 해방 이후에, 또 6.25이후에 시장경제, 자본주의를 이뤄오는 과정에 큰 역할을 하신 분이에요. 그분은 돈 버는 기업인을 넘어서 항상 나라를 사랑하는 자세를 보이셨죠.

    삼성의 세가지 경영 이념 중 제일 첫 번째가 ‘사업보국(사업을 통해 나라에 보답한다)’, 둘째가 인재 제일, 셋째가 합리 추구라고 해요. 그분은 기업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사회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신 분이에요. 산업발전의 여러 가지 조건이 열악했을 때 종업원들을 위한 공제회를 만들어서 장학금 등 혜택을 줬고, 문화 사업도 펼쳐서 일제 때 문화재도 많이 회수하셨죠. 또 학교도 운영해 도덕 교육을 많이 강조하셨어요. 도덕과 윤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제발전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1995년에 국민소득 1만 달러가 되었고 지금 거의 2만 달러인데 이 과정에서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보다도 윤리와 도덕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부캐넌 교수가 말한 사회적 자본 (Social Capital) 또는 도덕적 자산(Moral Asset)과 후쿠야마 교수가 이야기한 신뢰(trust)면에서 한국은 선진국에 한참 떨어진다고 봐요. 정직해야 믿음(Trust)이 생기는데 우리는 정직을 강조하는 측면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하죠. 예를 들어 아버지가 전화 받기 곤란하면 아이에게 ‘아버지 없다고 하라’고 시키죠? 은연중에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가르치는 것이에요. 또 법을 잘 안 지키는 일도 많죠. 이런 것을 타파해야 되요.

    도덕과 윤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제발전도 이룰 수 없다.

    미국이 여러 인종이 모여서도 세계최강이 된 비결은 그 인종들을 묶는 ‘준법정신’에 있다고 봐요. 법을 제대로 지키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법을 잘 지키는 것입니다. 법 앞에서는 가진 자, 못 가진 자, 권력이 있는 자, 그렇지 못한 자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해요. 정직하고 남에 대한 배려의 문화가 정착되면 우리가 2만에서 3만 불로 갈 잠재력을 지닌 문화국이 될 거에요.

    <선> 대학총장으로 계시던 때, 기억에 남을만한 리더십을 가진 청년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손> 총장이라는 자리는 행정적인 일에 시간을 많이 빼앗겨서 매우 바빠요. 학생들과 접촉하기 어려워 많이 어울리지 못해 아쉬워요. 단지 한 학생이 총장한테 자주 편지를 쓰고 찾아와서 어려움도 토로하고 그랬죠. 이 학생이 나중에 미국 유학 가겠다고 해서 추천서도 써줬죠. 그 친구가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군요.

    지금 제 대학시절을 돌아보면 저를 꾸준히 보살펴주신 은사님이 세 분 계셔요. 가난했던 교수님의 단칸방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밥을 얻어먹기도 했지요. 졸업 후에도 계속 찾아뵙지만 두분은 이미 세상을 떠나셔서 무척 서운해요. 서강대에는 평생지도교수 제도가 있어서 학생들과 교류하도록 하고 있지요. 여러분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생각나는 교수님을 찾아가서 뵙고, 자기 신상 이야기, 성적 이야기도 하면 선생님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서강대에서 겪은 두 가지 극단적인 사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한 학부모가 총장실 책상에 봉투에 편지와 발전기금을 넣어놓고 갔는데, 지도 교수와의 교류를 통해 방황하던 자기 자식을 바른 길로 이끌어 줘서 감사하다는 것이었어요. 이와는 반대로 한 학생은 면담에 전혀 참여하지도 않았고, 학사경고가 누적되어서 퇴학당하고 말았죠. 이 경우 지도교수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학생을 대하고 학생도 교수와 접촉했다면 이런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인데요. 그러니 여러분들도 많은 교수들 중 한 분 정도는 계속 접촉하고 상의하는 ‘사제(師弟) 관계’를 발전시키세요.

    이기적인 리더 vs 섬김의 리더

    <선> 요즘 자기계발서를 통해 섬김의 리더십, 한국인의 리더십 등 너무나 다양한 리더십에 대한 정의가 통용돼 혼란스럽습니다. 이사장님께서는 리더십을 뭐라 생각하십니까.

    <손> 그 많은 리더십을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하나는 이기적인 리더십, 또 다른 하나는 섬김의 리더십이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기적인 리더는 자신을 앞세우고 모든 의사결정에서 우선순위를 둘 때 자기중심적이죠.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없고, 자기에게 손해가 오는가의 여부만을 따져요. 반면 섬김의 리더십은 의사결정을 할 때 자신보다는 조직 전체, 정말로 자기 직원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직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면서 자기희생을 감수하고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말하죠. 자기 것만 챙기는 리더는 사람들이 따르지 않아요.

    섬기는 리더십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예수죠. 자기 목숨까지 바쳤으니까요. 또한 이순신 장군이 시공을 초월해서 훌륭한 장군, 리더로 평가 받는 이유도 자기희생의 면모에서 볼 수 있어요. 어떤 조직이든 2명 이상 모이면 리더가 있기 마련이에요. 그 둘 중 리더가 되는 사람은 자기희생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죠.

    <선> 저희가 궁금한 것 중 하나가 언론 등에서 ‘사회지도층’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 정의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이사장님께서 보시는 사회지도층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손>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위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통칭해서 사회지도층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리더가 된다는 것은 남들이 따를 만한 모범이 되는 생각이나 행동,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죠. 즉 리더는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 비난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그 위치에 있는 사람은 항상 자신을 겸손하게 돌아보고, 남에게 손가락질 받을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토끼와 거북이’처럼 꾸준한 노력이야말로 ‘천하무적’

    <선> 젊은 세대들이 하는 생각 중 하나가 요즘은 ‘개천에서 용 나는 기회’가 점차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사회지도층에 대한 반감도 늘어나는 거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손> 지금 시대에서 계층끼리 상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교육을 통한 것이에요. 교육을 받지 않아도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해 성공한 정주영 회장(초졸)같은분도 계시지만 점차 사회가 발전해 나감에 따라 이런 사례는 매우 희귀해질 것이에요. 내가 시골촌놈에서 이 자리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쉬지 않고 공부했기 때문입니다. 즉 자기 투자를 많이 했던 것이죠. 천부적 재능이 중요한 예술가 등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개 꾸준한 공부가 가장 중요해요.

    학력이 낮아도 사회지도층이 된 사람들은 학교 공부는 못했지만 혼자서 막대한 노력을 기울인 것이에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자기가 제일 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든 찾은 후 정말 모든 힘을 그 분야에 쏟아 몰두할 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성공한 CEO들의 공통점은 남다른 노력입니다. 남들에게서 비교우위를 가지기 위해선 잠도 줄이고 더 노력해야죠. 하늘로부터 주어진 시간과 자질을 자신이 얼마나 활용했느냐가 성공을 가르는 거라 생각해요.

    평생 투신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 일에 온 힘, 열정을 바치면 실패할지언정 그것은 자신의 ‘자산’이 될 것이므로 실패에서 물러나지 말고, 그럴 때마다 인내해서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다 보면 성공할 수 있다 말해주고 싶어요. ‘토끼와 거북이’ 우화처럼 꾸준한 노력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우수한 자질이 있어도 자기 분야에서 공부 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능력이 근본적으로 중요

    <선> 고소영 내각 등 한국 사회에선 줄타기가 중요하다는 말이 많은데 능력이 있어도 뽑히지 못하는 한국 사회가 이런 연고주의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나요?

    <손> 현재 연고주의가 많이 남아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이는 자리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 즉 희소성의 문제입니다. 적은 자리를 두고 경쟁하다 보니까 서로 아는 사람을 채우는 것이죠. 하지만 이제 여러분의 활동무대는 세계입니다. 능력만 있으면 좁은 한국을 벗어나서, 학연, 지연 상관없이 활동할 수 있게 될 거에요. 물론 정치권에는 연고주의가 좀 많지만, 사회가 발전해 나감에 따라 사라질 것이에요.

    그리고 아무리 지연, 학연 하더라도 능력이 없으면 그 인재를 등용할 수가 없어요. 능력이 있어야 학연, 지연도 가능한 것이죠. 즉 능력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니, 능력을 갖추세요. 나도 처음엔 시골 촌놈에 불과했지만, 스스로의 노력으로 휴먼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지금은 제 전화를 안 받을 사람이 대한민국에 거의 없다고 자부할 정도입니다.

    <선> 한국사회에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지키는 경우가 많지 않아 사회지도층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사회 보편적인 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손>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입니다. 축적한 부를 이웃과 나누며, 지도자가 희생하지 않는 다고 비난받고 있지만 서서히 기부분화가 확산되고 있어요. 기업에며, 지 공헌 부서가 있고요. 몇 년 전에 비해 많이 달라진 편이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부족해요.

    이런 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남을 위한 봉사활동 등을 교육시켜 시민 의식을 높여야할 필요가 있어요. 미국 명문대 졸업생의 20%는 빈민가에서 봉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자신을 투신 하는 것이에요. 우리가 이렇게 못했던 이유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난해서 남의 일에 관심을 가질 수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제는 여유가 생겼으니 개인적으로, 기업 차원에서도 타인을 위한 봉사가 늘어나는 중이므로 희망적이라고 봐요. 앞으로 여러분들이 우리나라의 지도자가 되었을 때는 앞선 세대를 따르지 말고 세계가 부러워하게 되세요.

    손병두 이사장님은 다음과 같은 당부로 인터뷰를 맺었다.

    “자기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생각하고 사랑하세요. 자신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이 타인을 위할 줄 아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주는 사랑이 넘쳐야 남에게 줄 사랑이 있는 것이니 항상 자신을 사랑하세요.”


    한국선진화포럼 선진화홍보대사: 강성우, 오선화, 이고은, 이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