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한 서울대 체육교육학박사, 미 메사추세츠대학 교수로최선화 서울대 회계학박사, 영 랭커스터대 교수로“서울대생 방심하면 낙오”,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려면 엄청난 노력 필요”
  • 국내 박사학위가 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서울대 체육교육과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이영한씨가 미국 메사추세츠대학 교수로 임용된데 이어, 서울대 경영대에서 회계학 박사과정에 다니는 최선화씨가 영국 랭커스터대학 교수로 확정됐다.

    국내파 박사과정생 두 사람의 외국교수 임용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 보았다.<편집자 주>


    “국내 박사학위, 미국서도 통하는거 보여주고 싶었다"

    이영한 서울대 박사가 털어놓은 못다 한 이야기
    국내대학 교수공모 7번 낙방, 미국대학 교수 채용…“언론 너무 선정적”


  • 이영한 박사는 특이한 학력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를 미국에서 나온 그는 한국에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다시 미국에서 대학(학부)을 졸업하고, 석박사학위는 서울대 대학원 체육교육과에서 받았다. 전공은 스포츠마케킹.

    초등학교부터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미국과 한국을 번갈아 오간 것이다. 그 자체 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그가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독특한 학력 때문이 아니었다.

    최근 그는 ‘국내 대학’의 교수채용 심사에서 연거푸 7번 낙방했다. 그리고 미국 메사추세츠 대학(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 UMASS AMHERST) 스포츠경영학과(Mark H. McCormack Department of Sport Management) 교수가 됐다.

    그가 교수로 채용된 메사추세츠 대학은 스포츠경영학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대학 중 한 곳이다. 언론이 그에게 관심을 보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국내대학 교수채용에서 줄줄이 떨어진 그가 미국의 권위있는 대학 교수로 채용됐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자를 만난 그는 언론의 보도에 내심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본인이 말하고 싶은 내용과는 다르게 기사가 올라갔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고심 끝에 수락했다. 무언가 못다 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박사는 올해 7월이면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교수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특이한 학력, 그보다 더 특이한 교수채용 과정을 겪은 올해 36세의 예비 대학교수의 못다 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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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몇 신문에 ‘국내대학 교수채용 7번 떨어지고, 미국대학 교수된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갔다.
    내가 원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내가 지도교수님(강준호 교수)과 상의해 언론 인터뷰에 응했던 이유는 국내대학의 연구역량이 해외에서 인정을 받을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국내에서 교수가 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들이 역으로 해외에서 교수로 채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 한 것이었다. 그런데 내 뜻과는 다른 내용이 중심을 이룬 것 같다.

    국내대학 교수채용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미국대학 교수로 채용된 것은 사실 아닌가? 언론이 눈여겨 볼 수 밖에 없는 대목인데, 국내대학과 외국대학의 교수채용 기준이 다른 것은 아닌가?
    국내대학이나 외국대학이나 그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바란다는 것은 똑같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국내대학에 비해 외국대학이) 그 사람이 가진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더 주는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국내 대학은) 지금 당장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는데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대부분의 대학이 SCI급 논문 몇 편 이상을 채용조건으로 한다. 그것도 최근 3년 이내 등으로 기간을 정해두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상대평가보다는 절대평가의 비중이 그만큼 높아진다. 

    기계적으로 정해진 조건보다는 그 사람이 가진 미래 가치를 더 깊이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수로 임용된 메사추세츠 대학의 교수채용과정은 어땠나?
    서면심사를 통과한 후보자에 대해 화상전화로 인터뷰가 이뤄졌다. 평가위원들이 화상전화를 통해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 시간은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 후 3명의 최종후보자를 선정해 직접 학교에서 마지막 평가가 이뤄졌다.

    교수는 물론이고,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과 학부생들이 강의에 참석해 나를 평가했다. 내가 가진 교육철학이 무엇이냐는 철학적 질문도 이어졌다.

    국내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사람이 해외 대학의 교수로 임용되는 경우가 아직 많지는 않다. 자부심이 상당할 것 같다.
    자부심도 있지만 책임감이 앞선다. 나를 교수로 채용한 메사추세츠대 교수들은 서울대의 학문적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이주비용 등 채용조건도 파격적이다. 그만큼 내게 기대하는 것이 클 것이라 생각한다.     

  • 서울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서울대에 입학했다고 인생을 성공한 것이 아니다. 입학부터 시작이다. 그런데 많은 신입생들이 서울대에 입학한 순간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자기도취에 빠진다.

    그러나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대학간판과 상관없이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대 출신이라고 인생을 보장받던 시절은 지났다. 

    두 번째는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세 번째,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기 분야에 대한 ‘노출시간’, 즉 자기분야에 투자하는 노력과 시간이 그만큼 커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것도 많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하면서 목표한 바를 이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아끼고 쪼개, 자기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먼저 메사추세츠대의 ‘테뉴어(Tenure, 정년보장)’ 심사를 통과하는 것이다. 한국 대학의 학문적 역량을 보여주고 싶다.

    국내로 복귀할 생각은 없는가?
    물론 있다. 지도교수님인 강준호 교수님은 미국 대학에서 교수로 있다 국내로 돌아오셨다. 강 교수님처럼 나도 국내로 돌아와 제자들의 스승, 멘토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양원석기자>



    토종 회계학 박사,  英대학 교수 임용

    서울대 경영대 최선화씨 "대학원 영어강의가 도움"


  • ▲ 국내 토종 회계학 박사 英대학 임용 (서울=연합뉴스) 외국 생활 경험이 거의 없는 순수 국내파 박사 과정생이 이번 학기 졸업과 동시에 영국 대학 교수로 가게 됐다. 18일 서울대에 따르면 경영대 회계학 박사 과정에 다니는 최선화(33.여)씨는 최근 영국 랭커스터 대학에서 교수 임용 확정 소식을 받았다. 사진은 최씨의 모습. 2011.5.18 << 최선화씨 제공 >>ⓒ
    ▲ 국내 토종 회계학 박사 英대학 임용 (서울=연합뉴스) 외국 생활 경험이 거의 없는 순수 국내파 박사 과정생이 이번 학기 졸업과 동시에 영국 대학 교수로 가게 됐다. 18일 서울대에 따르면 경영대 회계학 박사 과정에 다니는 최선화(33.여)씨는 최근 영국 랭커스터 대학에서 교수 임용 확정 소식을 받았다. 사진은 최씨의 모습. 2011.5.18 << 최선화씨 제공 >>ⓒ

    외국 생활 경험이 거의 없는 순수 국내파 박사 과정생이 이번 학기 졸업과 동시에 영국 대학 교수로 가게 됐다.

    18일 서울대에 따르면 경영대 회계학 박사 과정에 다니는 최선화(33.여)씨는 최근 영국 랭커스터 대학에서 교수 임용 확정 소식을 받았다.

    이공 계열에서 국내 토종 박사가 졸업과 함께 외국 대학교수로 직행하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극히 드문 일이다.

    특히 경영학 분야에서 유럽 대학에 교수로 임용된 사례는 최씨가 처음이다.

    랭커스터대 경영대는 파이낸셜타임스(FT)지가 선정한 글로벌 경영학석사(MBA) 대학 순위에서 3년 평균 31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수하게 평가받는 학교다.

    최씨는 18일 "석사 과정 때부터 영어로 수업을 듣고 토론한 것이 크게 도움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국내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순수 국내파다. 외국 경험이라면 석사 과정 때 4개월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교환학생 경험을 한 것이 전부이다.

    서울대 경영대 대학원 회계학 과정은 2003년부터 대부분 수업이 영어로 이뤄지고 있는데 영어 수업이 최씨에게 도움이 됐다.

    수업에서 발표자는 외국 논문을 영어로 소개하고 참석자들 역시 영어로 질의 응답을 한다.

    최씨는 "처음에는 영어 발표가 익숙지 않아 영어로 스크립트를 작성해 읽기도 했는데 기회가 지속적으로 주어지다 보니 영어 사용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최씨의 경력도 외국 대학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학부 때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취득, 국내 회계법인에서 3년간 근무했고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도 최종 자격을 획득했다.

    교수와 공동연구한 논문이 회계학 분야에서 세계 상위 5위권(TOP 5)에 속하는 학회지의 심사를 받고 있는 점도 임용 심사에서 높이 평가됐다. 지난해부터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 강의를 맡기도 했다.

    최씨는 현재 '신용평가기관의 회계정보 사용'을 주제로 한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앞두고 있다.

    최씨는 "미국 대학으로 유학할 기회가 있었지만 개인 사정으로 서울대에서 공부를 계속하기로 선택했다"며 "국내에서 연구한 성과가 외국 대학에서 인정받아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