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신약 개발…식약청 '무허가 판매' 수사한의학계 반발…"억지 수사 그만둬야"
  •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암센터 최원철(48) 교수는 지난해 한방 항암치료제 `넥시아'로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 ▲ 9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에서 인터뷰 중인 최원철(48) 한방암센터장 ⓒ연합뉴스
    ▲ 9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에서 인터뷰 중인 최원철(48) 한방암센터장 ⓒ연합뉴스



    흔히 말기암으로 불리는 4기암은 6개월 내 환자의 99%가 숨진다는 것이 의학계의 상식이었으나 최 교수가 개발한 넥시아를 4기 암환자에게 투약한 결과 5년 생존율이 22.46%에 달했다.

    암의사회의 공식저널인 '종양학 연보(Annals of Oncology)'에 최 교수의 연구 사례가 소개됐고 한 국내 주간지는 그를 의료분야 차세대 리더 1위로 선정했다.

    그러나 식약청은 지난달 20일 한방암센터가 말기 암환자에게 무허가 의약품을 고가에 판매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식약청이 지난해 11월 한방암센터를 압수수색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최 교수는 식약청의 발목잡기라며 반발했고 최 교수의 환자 60여명은 충북 오송의 식약청 앞에서 최 교수의 연구를 탄압하지 말라며 시위를 벌였다.

    여기에 전국한의대학장협의회는 식약청이 진료시간에 병원을 압수수색한 점을 들어 교권을 짓밟은 부당수사라며 사과를 요구했고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약 말살 책동'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식약청을 규탄했다.

    한의학의 '아이콘'이 된 최원철 교수를 두고 식약청과 한의학계 전체가 대립하는 양상으로 번진 것이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암센터에서 만난 최원철 교수는 식약청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울분을 터뜨렸다.

    최 교수에 따르면 식약청이 한방암센터를 압수수색한 날은 지난해 11월23일이다.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범죄사실은 최 교수가 '임상시험계획의 승인만 받아 인체 안전성·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AZINX75 제품을 투병생활로 고생하는 암환자들을 상대로 넥시아라는 제품명으로 고가에 판매했다'는 것이었다.

    최 교수는 "넥시아가 완성된 한약이라면 AZINX75는 개발 중인 양방 신약"이라며 "식약청이 넥시아와 AZINX75가 서로 다른 약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수사에 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넥시아는 최 교수가 옻나무 추출액으로 만든 한약으로 흔히 말기암으로 불리는 4기 암환자 중에서도 암 진행정도가 심해 항암 치료에 실패한 4기 암환자에게 주로 사용하고 있다.

    AZINX75는 넥시아 연구에서 파생된 양방 신약으로 현재 임상2상(제한된 수의 환자에게 사용해 약리효과를 평가하는 단계) 시험 중인 양약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양방 전성하 교수팀이 신약 임상을 맡고 있으며 투약 대상도 넥시아와 달리 폐암4기환자로서 항암 이후 1차반응이 있는 환자에게만 투약된다.

    현재 89명분만 제약회사를 통해 정규 생산됐고 2월10일부터 임상시험 등록환자에게 무료로 공급되고 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임상시험용 신약이 완성된 것은 지난해 11월19일이었는데 영장발부일은 11월18일이었다. 나오지도 않은 임상시험약을 고가에 판매했다는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내가 인체 안전성·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임상시험약을 판매했다면 당장 나를 구속해야 한다. 그런데 압수수색한 지 5개월이 지났는데 수사를 핑계로 못살게 굴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발목잡기가 아니고 무언가"라고 주장했다

    식약청은 한약인 넥시아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한의사는 병원 내에서만 약을 조제해야 하는데 최 교수가 공동대표로 있는 AZI라는 외부업체를 통해 넥시아를 대량 생산한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AZI는 경희대소속 한의사와 한약사가 한달에 한번씩 직접 지휘 감독해 법제(한약 가공과정)한 소량의 넥시아 분말을 분석 감리하는 곳이며 AZI에서 최종 감리한 한약재를 한의사가 병원에서 환자의 증상에 맞춰 조제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2004년에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제와서 다시 조사한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드러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식약청측이 '조사에 응하지 않은 채 억울하다는 소리만 하고 있다'며 병원 측을 비판한데 대해서도 "지난해 11월부터 병원 관계자가 열 번이나 식약청에 가 조사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식약청이 자신에게 발부한 피의자 출석요구서를 내보였다. 출석요구서에는 '2011. 4. 14.(수) 오전 14시00분에 식품의약품안전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으로 출석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돼 있었다.

    최교수는 "2011년 4월14일은 수요일이 아닌 목요일이었고 '오전 14시00분'은 세상에 없다"며 "도대체 언제 오라는 건지 알 수 없어서 식약청에 물어봤는데 그걸 가지고 조사에 응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 교수는 지난달 25일 식약청에 가서 10시간 동안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최 교수는 "억지 수사의 피해는 암환자와 가족에게 돌아간다. 압수수색 당일 병원에 왔다 치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간 환자 한 분이 얼마 후 숨을 거두시기도 했다"며 "하루빨리 조사가 끝나 치료에 전념할 수 있기만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식약청 대변인과 위해사범중앙조사단장은 최교수 관련 수사와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사실확인을 해줄 수 없으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