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체지방 제로 수준..지방 너무 적어도 문제"
  • 최근 숨진 채 발견된 모델 김유리(22·여)씨의 사인이 오리무중이다. 자살이나 타살의 흔적도 없고, 거식증 증상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김씨에 대해 알려진 사실 중 '키 177㎝에 몸무게가 47㎏'에 주목하고 있다. 이 정도면 체지방이 제로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흔히 지방이라고 하면 아름다운 몸매와 건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여기지만 지방이라고 해서 모두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방이 너무 많은 것도 건강에 해롭지만, 너무 적어도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체중 47㎏은 키 160㎝ 이하에 적당한 몸무게 = 생전에 김씨는 모델 중에서도 아주 마른 편에 속했다고 한다. 마른 체형이 선호되는 우리나라 모델계에서도 신장 170㎝에 체중 47~50㎏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씨가 어느 정도로 말랐는지 짐작된다.

    몸무게를 47㎏으로 계산했을 때 정상적인 체질량지수(BMI)가 나오려면 키가 140~160㎝ 이내여야 한다. 하지만, 김씨는 이보다 머리 하나쯤은 족히 더 컸던 셈이다.

    ◇지방이 너무 적으면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골다공증 유발 = 지방이 과도하게 부족하면 생길 수 있는 문제 중 또 하나가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의 감소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난소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지지만 지방세포와 부신에서도 생성된다. 에스트로겐이 적으면 뼈가 빨리 늙고 불임의 위험도 커진다.

    여성호르몬과 뼈는 언뜻 보면 무관해 보이지만 에스트로겐이 부족하면 뼈에 구멍이 생긴다. 골다공증은 뼈를 만드는 세포(조골세포)보다 뼈를 없애는 세포(파골세포)가 많아져서 골밀도가 떨어지는 질환이다.

    그런데 에스트로겐은 파골세포의 수를 줄여 골 흡수를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에스트로겐이 줄어 파골세포가 왕성해지면 결과적으로 뼈가 푸석푸석해진다.

    ◇체지방 부족은 남성 정자 활동성에도 영향 = 과소지방은 불임을 일으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비정상적인 체중에 의한 불임이 전체 불임의 12% 정도라고 하는데, 전문가들은 이중 과소체중에 의한 것이 절반 정도라고 본다. 체중이 급격하게 줄면 생리가 불규칙해지기도 한다.

    과소지방에 의한 불임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성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체질량지수(BMI) 20 이하의 마른 남성은 20~25 사이의 건강한 남성에 비해 정자 수는 28.1%, 정자밀도는 36.4% 가량 낮다는 보고도 있다. BMI 25 이상의 뚱뚱한 남성 역시 정자 수는 21.6%, 정자밀도는 23.9% 낮았다.

    ◇ 얼굴 노화의 가장 큰 원인은 피하지방 감소 = 지방이 너무 적으면 얼굴도 빨리 늙는다. 얼굴 노화는 수십년간 누적된 중력의 영향으로 피부와 악안면 유착부위가 늘어지면서 주름이 생기고, 피하지방의 감소로 주름이 깊어지며, 콜라겐이 줄어 피부탄력이 떨어지는 등 3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

    그런데 이 중 피하지방의 감소에 의한 영향이 50% 정도로 가장 크다. 게다가 살이 찔 때는 복부와 하체부터 찌고 빠질 때는 얼굴부터 빠진다. 이는 지방의 축적에 관여하는 알파(α)수용체와 베타(β)수용체의 분포가 다르기 때문이다.

    α수용체는 지방을 분해를 억제해 살을 찌우고, β수용체는 지방분해를 촉진해 살을 빼준다. 그런데 얼굴에는 β수용체가 상대적으로 많고, 복부나 하체에는 반대로 α수용체가 많다. 그래서 살이 빠질 때는 얼굴 살부터 빠져 늙어 보이는 것이다.

    (도움말 : 훈성형외과 우동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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