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심야교습 금지 이후, 토·일에도 학원行수면권 보장하겠다던 정책 오히려 건강 더 해쳐
  • “내 돈 주고 내 아이 학원 보내겠다는데 왜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무조건 금지시킨다고 사교육 경쟁이 사라질 것으로 보는 착각에 오늘도 학부모들만 허리가 휜다.”

     

    ◇ 학원가는 지금 주 7일 수업 중

    “학생 수면권 보장요? 그런건 잘 모르겠고, 요즘에는 주말에도 학원에서 살아요. 내일 일요일도 학원 와야 해요. 주7일 수업이 된 셈이죠. 졸려 죽겠어요.”

    16일 토요일 밤 9시40분쯤 경기도 수원 팔달구 S 입시학원 앞에서 고등학생 한 무리가 졸린 눈을 비비며 통학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오후 2시부터 여태껏 수업을 했단다. 일요일인 다음날은 중간고사 대비 특강 때문에 오전 9시까지 학원에 와야 한다고 했다.

    학원에 물어보니 이번 달부터 생긴 주말 프로그램 수강생들이다. 평일 밤 10시 이후 학원수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주말반에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진보 성향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이끄는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1학기부터 학원 심야 교습을 금지시키면서 생긴 신풍속도였다. 곽노현 교육감의 서울시교육청도 그동안 추진했던 정책을 지난해 9월부터 대폭 강화해 추진 중이다.

  • ▲ 경기도 수원시 한 입시 학원 앞에서 학생들이 통학버스를 타는 모습.ⓒ자료사진
    ▲ 경기도 수원시 한 입시 학원 앞에서 학생들이 통학버스를 타는 모습.ⓒ자료사진

    심야 교습이 금지됐지만, 학교 야간 자율학습이 자율화됐으니 평일에도 학원 수업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모르는 소리 말라”며 펄쩍 뛴다. 학원 측은 “물론 평일에도 저녁 6시부터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수강생이 별로 없다. 아니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그나마 3월 달에 저녁반을 수강했던 학생들도 이달부터는 대부분 주말반으로 옮겼다”고 했다.

    “3월 달 처음 자율학습 신청자는 신청자가 10명 정도였어요. 근데 며칠 지나니까 학원가겠다며 불참한 친구들 10여명이 다시 교실로 돌아오더라고요. 지금은 예체능 계열이나 대학 포기한 친구들 빼고는 거의 다 참석해요.”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대답이었다. 재밌는 사실은 이제는 학교에서 밤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강요하지 않아도 알아서 참가한다는 것이었다.

    인근 고등학교 2학년인 A군은 “어차피 야자를 하지 않고 일찍 하교해도 마땅히 갈만한 학원도 없다. 소수정예로 4~5명 특강수업이 있긴 한데 수업료도 너무 비싸 다닐 생각은 못한다”고 했다. 옆에 있던 친구 B군도 “남들 다하는 자율학습까지 빠지면서 학원 다니기는 좀 그렇다. 담임선생님도 억지로 참석시키지는 않아도 야자 빠진 애들을 안 좋게 보는 것도 여전하다”고 했다.

     

    ◇ 휴일이 사라졌다… 학생 건강은 더 위험

    학생들의 건강권 및 수면권을 보장하겠다며 일부 시·도교육청이 시행한 학원 심야 수업 금지 정책이 오히려 학생들을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

    현재 이 같은 심야 수업 금지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서울과 경기 그리고 광주와 대전 4곳이다. 그동안 늦게는 새벽 1~2시까지 이어지던 학원 수업이 사라져가는 이 지역에는 앞서와 비슷한 부작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서울시교육청 한 직원도 “주말에도 학원 수업이 있다 보니 가족끼리 여행을 떠나거나 친척집을 방문하는 것은 꿈도 못 꾼다”며 “일요일조차 쉬지 못하고 학원을 가는 모습을 모면 안쓰럽지만, 주위에서 모두 그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 ▲ 학원 심야 교습 금지 정책을 반대하는 한국학원총연합회 경기도지부 회원들의 집회 모습.ⓒ 자료사진
    ▲ 학원 심야 교습 금지 정책을 반대하는 한국학원총연합회 경기도지부 회원들의 집회 모습.ⓒ 자료사진

    하지만 주말반 위주로 수업을 편성한 학원 측도 할 말은 많다. 학생들이 피곤하고, 강사들도 주중 하루도 쉬지 못하면서 불편한 것은 오히려 학원이라는 것. 하지만 학부모들의 요구와 학원의 수입 등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남시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학원의 수입을 유지해야 하는데다 학부모들도 부족한 부분 보충을 원해 어쩔 수 없다”며 “대부분 입시학원들이 최근 주말반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부작용은 사실 정책을 시행한 교육당국에서도 예측한 부분이다. 경기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심야교습 금지 조치 이전에 주말반 편성 증가를 예상 못한 것은 아니다”라며 “학원의 주말 교습까지 금지할 수도 없고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별다른 대책은 없다. 이 관계자는 이어 “더욱이 주말조차 못 쉬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뾰족한 대책도 없어 안쓰럽다”며 “대책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