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자살을 바라보는 세가지 시선…누리꾼 논쟁 뜨거워‘서남표 식 개혁’, 찬반양론 치열
  • “실패했을 때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 좀 열어주세요” “왜 총장이 학생자살에 책임을 지라는 말인가?”

    인터넷이 뜨겁다. 포털과 커뮤니티는 물론, 트위터와 페이스 북 등 SNS에서도 ‘카이스트 자살’을 주제로 한 논쟁이 한창이다. 카이스트 상담센터 게시판에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다양한 의견들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올라온 글들을 보면 ‘서남표’, ‘개혁’, ‘실패’, ‘성과’, ‘실적’ 등의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다. ‘징벌적 등록금’, ‘영어강의’ 등의 표현도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이들 표현들은 ‘카이스트 자살사건’을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의 의식을 보여주는 열쇳말이라 할 수 있다.

    잇따른 자살사건이 이른바 ‘서남표 식’ 개혁의 역기능이라는 주장과 그 반대의 입장이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같은 대립구도는 논란의 한 가운데 있는 서남표 총장의 사퇴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연이은 자살사건이 서남표 총장의 사퇴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찬반양론이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카이스트 내부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 하다. 반응은 사뭇 다르지만 교수진은 양분된 모습이다. 학생들은 일단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서 총장이 사과하고 퇴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신을 카이스트에 재학중인 자녀를 둔 학부형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11일 카이스트 상담센터에 글을 올려 “수업료 문제, 영어수업문제가 다는 아니라는 거 잘 아실 겁니다. 실패했을 때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 좀 열어주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이 학부모는 “워낙 분야별로 특출나게 뛰어난 학생들이 많아 공부 열심히 해도 성적이 않나올 수 있는데, 재수강도 3번까지, 연차초과도 안되고, 한과목만 실패해도 과목별로 드롭이 안되고, 결국 다 다닌 학기 전체를 휴학해야 하더군요”라며 카이스트의 지나치게 엄격한 학사관리 방식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이 학부모는 이어서 “총장님, 교수님들 제발 부탁드립니다. 수업료 문제, 영어수업 문제가 다는 아니라는 거 잘 아실 겁니다. 실패했을 때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 좀 열어주세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카이스트 자살증가의 원인은 우리사회의 1등주의 경쟁구도와 카이스트의 영어수업, 징벌적 등록금제에 있다면서 앞으로 카이스트가 올바르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위 3가지를 반대로 하면 된다는 글을 올렸다.

    영어수업의 폐해를 지적하는 글이 징벌적 등록금제에 대한 반감 못지않게 많은 것도 눈에 띈다. 역시 카이스트 상담센터에 글을 올린 한 시민은 “영어를 못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며 “더 이상 학생과 교수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경쟁위주의 교육을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도 계속되고 있다. 사퇴를 요구하는 이들은 대부분 지나친 경쟁위주의 학사관리가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교육자로서 양심이 있다면 물러나라” 등의 다소 과격한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상담센터에 글을 올린 한 시민은 “극소수 학생의 개인적인 사건을 가지고 총장이 사퇴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왜 총장이 학생자살에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시민은 “다른 학교도 (카이스트의 방식)을 따라 배운다”면서 “(현재 방식은)누구나 다 공감하는 석학들의 공부자세”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민은 “대학총장에게 학생의 자살을 예방해 달라고 주문하거나 자살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마치 비루먹은 말의 건강책임을 경마장 기수에게 묻는 것과 동일한 처사”라고 말했다. “서남표 총장님 힘내세요. 존경합니다. 학생의 자살은 총장님의 책임이 아닙니다” 등 서남표 총장을 직접 언급하며 지지의사를 밝힌 글도 있다.

    일부에서는 자살사건을 카이스트 내부 문제만으로 바라보는 모습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트위터를 통해 글을 남긴 한 시민은 “그들이 떠난 이유는 학교도 있고 학우도 있지만 사회적 이유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학교도 책임을 져야겠지만 사회도 책임을 져야겠죠. 정부도, 교육정책도 검토돼야 하는데 모든 걸 카이스트 총장에게, 카이스트 내부 문제로 몰아가는 거 같군요”라며 이번 사건을 더 넓게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