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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와 돼지가 서로 살을 자르고 내장을 뽑아내고 팔다리를 잘라낸다. 거대한 고기 다지는 기구에 깔려 가루가 되고, 줄넘기 줄에 팔 다리와 몸통을 스스로 잘라 내는 소와 돼지들은 그렇게 잘리고 갈린 자기들 살을 너무나 맛있게 먹는다.

    그 어떤 B급 하드고어 영화보다 더 끔찍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동영상 속 동물들은 천진난만해 보인다. 마지막 자막을 통해 이것이 미국의 광고대행사 JWT에서 제작한 바베큐 회사 BBQ의 광고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기분은 영 개운치 않다. 짐짓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가 의심된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육류 섭취가 지금처럼 일상적이지 않던 고대부터 ‘고기 먹기’라는 행위는 대개 의식이거나 축제였다. 축제라는 말과 거의 동일하게 받아들여지는 ‘카니발’의 어원 역시 도살과 관련되어 있다.

    고기 먹기가 축제와 연관되는 데는 여러 가지 사유가 있겠지만, 우선은 냉장시설도 유통체계도 마땅치 않던 시절에 한 마리의 소나 돼지, 양을 먹는 데는 많은 사람들의 노동과 참여가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상황은 달라졌다. 도축장이나 육가공 공장 등이 일반인들에게 철저히 폐쇄되면서 사람들은 가축들이 어떻게 도살되고 가공되는지 잊고 산다.

    귀여운 암탉이 자기 살을 배달하는 ‘닭튀김 가게’ 로고, 오동통 살이 오른 예쁜 분홍 돼지가 돼지고기 보쌈을 서빙하는 모습의 동네 보쌈집 CI(Corporate Identity)를 본 적 있는가? 인간으로 대체하자면 자기 아기를 요리해 웃으며 서빙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해당한다. 기술과 유통체계, 사회체제의 발전이 일반 대중과 도축장 간의 거리를 멀어지게 한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적당한 양의 육류를 섭취하게 되긴 했지만, 그 멀어진 거리 덕분에 사람들은 육류가 갖고 있는 죽음의 이미지를 잊게 되었다.

    더불어 인간은 가축들의 죽음에 공감하는 능력마저 잃게 된 것이다. 가축과 인간의 종속관계를 모르는 외계인들이 우리 지구인들을 본다면 지구인들은 상대방 - 여기서는 가축들 - 의 감정을 읽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처럼 보일 수도 있다.

    과거 서양의 유명 철학자들은 가축들이 내지라는 비명이 기계가 망가질 때 나는 삐거덕 소리와 다름없을 거라고 했다 한다. 어쩌면 인간들은 그러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도축장에 간다는 걸 본능으로 알았는지 너무나 맥없이 슬픈 모습으로 트럭에 실려 가는 소, 돼지들의 모습을 보면 차라리 그 녀석들이 ‘자기 살을 파먹을 정도로’ 아무 생각 없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게 될 테니까.

    천진난만한 소와 돼지가 자기 살에 탐닉하는 엽기적인 모습을 그린 JWT 사람들, 그들 역시 우리의 ‘식량’인 소와 돼지들이 동영상 속 캐릭터들처럼 그렇게 아무 생각 없는 존재이길 바랐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