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가를 마친 가족이 집에 돌아온다. 그런데 이게 웬일? 조용해야할 집에 뭔가 잡음이 들린다. 복도로 들어서니 전자기타 소리가 꽝꽝 울린다.

    알고 보니 거실에서 거대한 쥐 두 마리가 전자기타를 들고 놀고 있다. 마약이라도 할 것 같은 불량청소년들의 행색이다. 놀란 가족에게 쥐가 하는 말이 걸작이다.

    “너희, 일요일에 돌아오기로 했었던 거 아냐?”

    이 때 해충방제 용역회사의 차가 도착한다. 공포에 질린 가족에게 거대하게만 느껴지던 쥐 두 마리는 그냥 볼품없는 보통 쥐 사체가 되어 용역회사 직원에게 잡힌다.

     

     

    사실 쥐나 바퀴벌레는 물리적으로 봤을 때 절대 인간보다 강한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도 쥐나 바퀴벌레만 보면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도망간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이 쥐나 바퀴벌레를 그토록 두려워하는 이유가 뭘까?

    단순한 위생상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개나 고양이는 진드기나 벼룩까지 감수해가며 키우는 사람들도 쥐나 바퀴벌레와 마주치면 태도가 싹 변한다. 그런 인간의 마음을 분석하기 위해 진화심리학자들까지 나서기도 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의 말대로 그것들이 인간과 너무 다르게 생겨서 그렇든, 더러움에 대한 본능적이고 방어적인 혐오감 때문이든, 아니면 본 광고에서처럼 그들이 '무단가택침범'을 해서 그렇든, 쥐나 바퀴벌레의 존재감은 너무도 크다. 일단 집에 쥐나 바퀴벌레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 집은 더 이상 나만의 집이 아니다. 그 조그마한 생명체들이 내 집을 차지해버렸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본 광고에서 쥐들을 거대한 괴물로 표현한 것은 바로 사람들의 그런 기분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집에서 조그마한 쥐 한 마리를 발견하면 사람들은 마치 거대한 괴물과 마주친 듯 비명을 지른다. 그 조그마한 쥐 하나 잡지 못해 안절부절 한다.

    최근 광고계의 키워드 중 하나는 ‘공감’이라고 한다. '우리 회사에서 이렇게 저렇게 해드리겠습니다', '우리 회사는 이만큼 친절하고 이만큼 실력 있습니다', 하고 서술하는 건 구석기 시대 방식이다. 쥐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이 광고를 보고 진정 공감할 것이며, (필자처럼) 쥐가 나름대로 귀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재미있는 쥐들이라며 즐거워할 것이다.

    쥐를 많이 싫어하든 별로 싫어하지 않든 즐겁게 보고 공감하며 웃을 수 있다는 점, 그것이 바로 이 광고의 미덕이 아닐까?

     

    광고주는 해충구제용역회사인 오킨(Orkin)이며 미국 댈러스 시에 본사를 둔 리처즈 그룹(Richards Group)에서 대행했다.